스내커

비와 궁합이 잘 맞는 우리 노래들


春雨

허난설헌(許蘭雪軒, 1563~1589)

春雨暗西池
輕寒襲羅幕
愁依小屛風
墻頭杏花落

봄비는 소리없이 서쪽 못에 내리고
찬 바람이 비단장막 속에 스며드는데
시름에 못 이겨 병풍에 몸 기대니
송이송이 살구꽃 담장 위에 지네

 

봄비

김소월

어룰 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 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 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어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열다섯 살 어린 나이에 시집갔으나 사랑받지 못하고 힘든 삶을 살았던 허난설헌. 남편의 기방 출입과 시어머니의 구박이 도를 넘었던 모양인데요. 외로운 사람을 더욱 외롭게 만드는 봄비와 찬 바람 앞에 속내를 직설적으로 내비칩니다. 시름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하겠노라고. 자기 인생의 봄은 살구꽃 떨어지듯 가고야 말았다고. 그녀는 결국 27세에 요절, 한많은 세상을 등집니다. ‘소월의 봄’도 내리는 비에 그만 울고 있네요. 꽃잎 떨어진 꽃자리에 주저앉아….

어제 종일 대지를 적시던 봄비가 자정을 넘어서도 이어집니다. 살구, 벚꽃의 무더기 산화와 함께 그나마 완강히 버티던 응달의 목련마저 그 소담한 꽃잎을 툭, 툭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비 오는 소리를 아주 좋아해 아파트 베란다에 앉아 술잔을 기울일 정도지만요. 최근엔 특별한 이유 없이 쓸쓸해지기만 해 이 짓(?)도 꺼리고 있습니다. 잠 못 드는 밤, 젊은 시절 읊조리던 우리 가요나 들으면 어떨까 싶네요. 비와 궁합이 잘 맞는 곡들이 좋겠지요. 노래 듣고 진짜 슬퍼질지도 모르겠지만….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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