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예술가는 새로운 작품을 통해 ‘정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사람입니다. 어떤 때는 제시된 문제 그 자체를 문제 삼고요. 기존의 ‘레디 메이드’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관중에게 묻기도 하지요. 그 위반의 상상력 속에 고도의 아름다움과 오묘한 삶의 가치가 숨어 있습니다. 이는 ‘예술의 최대 적’이라는 상투성에서 벗어나려는 정신적 몸부림에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는데요. 난해하다는 이유로 일부 호사가들이 비판하는 ‘아는 자만의 지적 유희’와는 지향하는 바가 다릅니다.

프로그래시브 록은 정교하게 꼬인 사운드로 기존 음악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려 했습니다. 재즈와 현대 음악에게서 물려받은 비대칭적이며 다중적인 리듬 패턴으로 예술성을 확보하려 했던 게지요. 증폭음과 디스토션(음을 찌그러뜨림) 등 음 자체를 변형시켜 기성 세대의 음악과 차별화했던 전통적 록과는 기술적인 면에서부터 궤도를 달리했던 셈입니다. 동시에 그들은 문학과 미술 등 타 예술 분야로부터 자양분을 흡수하고 그것에 대한 표현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한 최초의 음악 집단이었습니다. 앨범 수록곡 모두가 서로 연계성을 지니는 컨셉트 음반의 유행은 이런 의지의 결과물이었지요.

1969년 등장한 그룹 ‘예스’는 킹 크림슨에 의해 완전히 뿌리를 내린 ‘록과 클래식의 만남’을 더욱 진화시켰습니다. 이들은 네 번째 앨범 ‘프레자일(Fragile)’에서 마침내 화려한 예술성을 꽃 피웠지요. 존 앤더슨, 스티브 하우, 크리스 스퀘어, 빌 브루포드, 릭 웨이크먼으로 구성된 황금 라인업은 공상 과학과 판타지라는 밴드의 사운드 컨셉트에 완벽한 정체성을 부여했습니다. 여기 수록된 ‘깡통과 브람스’는 브람스의 교향곡 4번 E단조 작품 98번에서 발췌, 편곡한 곡인데요. 원곡의 각 악기 부분을 전부 키보드 연주로 바꾸는 모험을 단행했습니다. 스트링은 전자 피아노로, 목관 악기는 그랜드 피아노로, 금관 악기는 오르간으로, 리드(Reed)는 전자 하프시코드로, 콘트라 바순은 신시사이저로 대체했지요. 또 다른 트랙 ‘Roundabout’는 전미 싱글차트 13위까지 올랐습니다.

다섯 번째 앨범 ‘Close To The Edge’는 타이틀 곡과 ‘And You And I’ 등 단 세 곡밖에 없지만 드라마틱한 전개와 선율의 아름다움이라는 측면에서 최고의 완성도를 지닌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는 걸작 중의 걸작입니다. 전작인 ‘프레자일’과 함께 예스를 대변하는 앨범으로 꼽히지요. 둘 중 하나만 고르라면 무게 중심이 이 음반 쪽으로 기웁니다.


 ▲ Yes - Roundabout

 


  ▲ Yes - Cans And Brahms

 


  ▲ Yes - Close To The Edge, Live 1975




 ▲ Yes - And You And I


 ▲ Yes - Turn of the Century


 ▲ Yes - Endless Dream

예스는 특출한 음악 못지않게 독창적인 재킷 그림으로 유명합니다. 로저 딘(Roger Dean)이라는 유명 디자이너의 솜씨인데요. 컴퓨터 그래픽이 없던 시절, 일일이 붓으로 그렸는데도 환상적인 아름다움이 정교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예술적인 레터링과 판타지 풍으로 일관된 이미지는 그룹의 확고한 아이덴티티와 함께 음악 외적인 아우라까지 부여합니다. 그가 그린 원화들은 순수 회화 못지않게 인기가 좋아서 가장 비싼 것은 2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30억 원대에 거래될 정도라고 하네요.




리더이자 보컬인 존 앤더슨은 한 마디로 예스의 상징적 인물입니다. 크리스탈적인 미성의 소유자로서 이 밴드의 음악색을 결정지은 주인공이죠. 작곡은 말할 것도 없이 작사에도 능했습니다. 그가 빚은 미래적, 우주적, 철학적인 가사는 오묘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 Jon & Vangelis - The Friends Of Mr Cairo

존과 함께 예스의 쌍두 마차면서 왕립 음악학교 출신인 릭 웨이크먼은 화려하고 커다란 스케일로 유명한 건반 주자입니다. 73년 처음 펴낸 솔로 음반 ‘The Six Wives Of Henry Ⅷ’은 영국 역사상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준 헨리 8세와 결혼했던 여섯 명의 왕비들을 주제로 한 컨셉트 앨범이지요. ‘Journey To The Centre Of The Earth’는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잉글리시 쳄버 합창단의 참여로 완성되었고요. 프랑스 소설가 쥘 베른의 고전 ‘지구 중심으로의 여행’을 테마로 삼았습니다. 75년에는 ‘The Myths And Legends Of King Arthur And The Knights Of The Round Table’이란 긴 이름의 단독 앨범을 내놨습니다.

 ▲ Rick Wakeman - Catherine Of Aragon - The Six Wives Of Henry VIII


 ▲ Rick Wakeman - Anne Of Cleves - The Six Wives Of Henry VIII


 ▲ Rick Wakeman - Kathryn Howard - The Six Wives Of Henry VIII


 ▲ Rick Wakeman - Jane Seymour - The Six Wives Of Henry VIII


 ▲ Rick Wakeman - Anne Boleyn - The Six Wives Of Henry VIII


 ▲ Rick Wakeman - Katherine Parr - The Six Wives Of Henry VIII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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