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고전 음악과 록의 ‘색깔 있는 동거’


1969년이 저물 무렵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에서 열린 ‘알타몬트 페스티벌’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이 사건은 당시 절정을 향해 치닫던 록 페스티벌 열기에 찬물을 끼얹습니다. 언론은 연일 공연장의 무질서와 폭력을 질타했고요. 설상가상 고공 행진하는 실업률과 달러 폭락으로 인한 경기 침체의 공포까지 겹치면서 대중 음악의 스타일이 급격히 바뀌게 됩니다. 공연장을 찾아 환호했던 팬들이 이제 집으로 돌아가 보다 예술적이고 감성적인 곡들을 듣기 시작한 게지요. 이때부터 부상한 장르가 프로그래시브 록(Progressive Rock)입니다.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인기가 많았지요.

록의 기본 패턴에 클래식을 접목시킨 이 장르는 기존 음악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변주의 묘미가 있습니다. 청중들을 조용한 신비의 호수로 초대했다가 어느 사이엔가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격랑의 바다로 떠밉니다. 다양한 코드를 사용, 화려하고 변화 무쌍하지요. 명암과 고저, 깊이가 있으며 시적인 가사에 의한 색채가 존재하는 컬러풀한 음악. 팬들은 ‘고전 음악+록’이라는 새 방정식에 무릎 꿇고 경악에 가까운 찬사를 바쳤는데요.

유독 미국 비평가들이 ‘딴지’를 많이 걸었습니다. 프로그래시브 록이 고전 음악을 빌려왔다는 점에서 ‘반동적’이라는 건데요. 그것은 블루스에 기반을 둔 록 음악의 전통과 어긋난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그 ‘태클’은 명백한 모순이라고 할 수 있지요. 외부로부터 음악적 영향력을 흡수하고 성장해 왔던 로큰롤의 진화 과정을 부인하는 형국이니까요. 좀 더 직접적으로 말하자면 고전 음악의 전통이 없는 미국인들의 배타적 발언이라고나 할까요. 그것은 굵직한 프로그래시브 록 밴드 가운데 미국 출신이 단 한 팀도 없다는 사실에서 증명됩니다.

프로그래시브 록은 ‘프로콜 하럼’이라는 이상한 이름의 영국 밴드가 67년 발표한 ‘어 화이터 셰이드 오브 페일(A Whiter Shade of Pale)’을 발원지로 삼습니다. 바흐 칸타타 ‘눈 뜨라고 부르는 소리 있어’에서 멜로디 힌트를 얻은 이 노래는 해먼드 오르간의 아련한 사운드와 몽환적 연주가 일품인데요. ‘해변을 떠나던 베스타의 여사제들’, ‘넵튠을 속인 인어 아가씨’ 등 수수께끼 같은 노랫말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고조시키지요.

이 노래의 인기는 같은 레이블 소속이던 무디 블루스가 ‘나이츠 인 화이트 새틴(Nights in White Satin)’으로 혜성처럼 등장할 수 있는 디딤돌을 마련해 주었는데요. ‘나이츠 인…’은 프로그래시브 록의 음악적 특성을 규정한 지침서라고 할 수 있는 대곡이지요. 한 남자의 일생을 하루의 일상으로 비유한 앨범 ‘데이스 오브 퓨처 패스트’의 대미를 장식하는 이 노래는 긴 연주 시간, 런던 페스티벌 오케스트라를 대동한 클래식한 사운드, 신시사이저의 원형인 멜로트론의 전면적 사용 등을 통해 록 음악 스타일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을 듣습니다. 무디 블루스는 또다른 히트곡 ‘Melancholy Man’, ‘For My Lady’ 등으로 한국인에게도 친숙하지요.















마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부생활ㆍ일요신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으로 일했고요.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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