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카츄샤, 스텐카 라친, 볼가 강


러시아의 전통 목각 인형을 ‘마트료슈카’라고 부릅니다. 호리병 모양의 인형 속에는 그보다 작은 인형, 또 그보다 작은 인형이 계속 들어 있습니다. 이에 빗대어 도무지 알기 힘든 슬라브 인의 속내가 담긴 외교를 ‘마트료슈카 외교’라고 하지요. 독일군이 레닌그라드(지금의 상트 페테르부르크)를 포위하고 360일 동안 포탄을 퍼부었을 때에도 매일 밤 콘서트를 열었다는 그들인데요. 디오니소스처럼 자유 분방한 행동 이면에는 깊은 신앙심이 감춰져 있습니다. 두 극단적 심성이 공존하는 게지요. 때문에 러시아는 ‘머리로 이해할 수 없고 자로 잴 수도 없으며 그저 느낄 수 있을 뿐인 나라(시인 추체프)’로 불립니다.

이러한 특성은 988년 키예프 대공이 비잔틴으로부터 기독교를 받아들이는 데서 비롯됩니다. 그 전까지 씨족 단위로 각기 다른 조상신을 믿고 있던 나라의 이념적 통일을 위해 무엇보다 필요했던 게 ‘종교적 구심점’이었습니다. 그때부터 권력자에게 기독교는 국민을 다스리는 통치 이념으로 활용됐지만요. 민중의 입장에서는 최악의 삶을 이겨내는 신앙으로서의 절대 가치를 지니게 됩니다. 러시아 음악의 천 년 역사는 이러한 종교적 특수성을 벗어나 얘기할 수 없지요.

그들의 전통 음악은 결국 슬라브 민족 특유의 애수 띤 민요와 정교회의 전례곡이라는 두 뿌리에 바탕을 두고 성장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민요 가운데 일부는 70년에 걸친 공산주의 통치와 탄압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살아남아 저력을 과시하고 있는데요. 여성들이 부르는 합창곡이 많다는 게 특징입니다. 구슬픈 탄식조의 ‘플라치’와 결혼식 축가, 체제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노래인 ‘차스투쉬카(생활의 노래, 속요)’로 대별됩니다.

‘넘쳐 넘쳐 흐르는 저 볼가 강물 위에서/ 스텐카 라친 배 위에서 노랫소리 울린다/ 페르시아의 영화의 꿈 다시 찾은 공주의/ 웃음 띠인 그 입술의 노랫소리 들린다/ 돈 코사크 무리에서 피어나는 아우성/ 교만할손 공주로다 우리들은 주린다/ 다시 못 올 그 옛날로 볼가 강은 흐르고/ 꿈을 깨인 스텐카 라친 장하도다 그 모습’(‘스텐카 라친’)

17세기 중엽 4년 동안 볼가 강과 돈 강 일대를 뒤흔든 코사크 봉기 지도자 스텐카 라친(Stenka Razin, 1630~1671, 그림)이 처형된 뒤 만들어져 지금까지 구전되어 온 차스투쉬카입니다. 라친이 페르시아에서 데려온 공주에게 마음을 빼앗겨 혁명의 큰 뜻을 망각하고 부하들의 비난 소리가 이어지자 공주를 볼가 강에 던져버렸다는 내용입니다. ‘볼가 강 배 끄는 인부들의 노래’와 함께 러시아 민요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명곡입니다. 1970년대 한국의 대학가에서도 권력에 저항하는 노래로 크게 유행한 바 있고요. 일제 강점기에는 만주 독립운동가들이 가사만 바꿔 불렀다지요. 

“가슴 쥐고 나무 밑~에 쓰러진다 독~립군
가슴에서 쏟는 피~는 푸른 풀 위 질~벅해 

산에 나는 까마귀~야 시체보고 우지마라
몸은 비록 죽었으~나 독립정신 살아있다 

만리창천 외로운~몸 부모형제 다 버리고
홀로 섰는 나무 밑~에 힘도 없이 쓰러졌네 

나의 사랑 대한독~립 피를 많이 먹으려나
피를 많이 먹겠거~든 나의 피도 먹어다오”

마부들의 얘기인 ‘트로이카’, 가혹한 노동을 소재로 한 ‘두비누시카’, 정치범들의 노래 ‘바이칼 호 너머 황량한 벌판을 따라’, 젊은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을 담은 ‘모스크바의 밤’도 매력적입니다. 사랑을 주제로 한 ‘검은 눈동자’와 ‘카츄샤’는 오늘날 장르를 초월하여 널리 연주되고 있지요.


▲ 스텐카 라친


 ▲ 볼가강 배 끄는 인부들의 노래


 ▲ 트로이카

 
 ▲ 카츄샤


 ▲ 검은 눈동자


 ▲ 칼린카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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