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위로


새벽 잠을 설치고 밖을 내다보니 어제 저녁부터 내리던 눈이 세상을 덮고 있습니다. 오늘이 12월 24일. 말 그대로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네요. 교회는 예수 탄생일을 이달 25일로 정하고는 있지만 이는 당시 로마인들의 태양신인 ‘미트라 축제일’을 따른 것으로, 정확한 날짜는 아무도 모릅니다. 어떤 성서 학자는 과거의 여러 기록들을 토대로 1월 초나 2월 말께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계 음악계에서는 성탄절부터 2월 사이에 헨델의 오라토리오 ‘메시아’를 집중적으로 연주하지요.






메시아는 원래 ‘기름 부은 자’라는 의미입니다. 유다인의 왕, 그리고 정신적인 구세주라는 뜻이 포함돼 있습니다. 다분히 정치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말인데요. 당시의 유다인들은 로마의 압제로부터 자신들을 해방시켜 줄 ‘힘 있는 리더’를 원했던 게지요. 하지만 그들이 보기에 성장한 예수가 강조한 ‘사랑’은 현실적으로 나약한 개념에 불과했습니다. 후에 십자가에 못 박히는 죽음을 통해 사랑의 상징, 나아가 사랑 그 자체가 되었던 예수의 진면목을 결코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담배 한 대 피워 물고 ‘신자로서의 나 자신’을 되짚어 봅니다. 심하게 방황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멀쩡히 다시 돌아오는 신심. 여전히 회의 중이고 아직도 불만이 많습니다. 사회적 약자들을 누구보다 아꼈던 예수의 인성(人性)을 이해하면 할수록 그 신성(神性)의 불가사의에 빠져듦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침묵’, ‘바다와 독약’의 저자인 일본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전언을 곱씹고 있자니 어느새 이브 날 아침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무능력하다는 점에 참다운 그리스도교의 신비가 숨겨져 있다. 부활의 의미도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것’, ‘무력한 것’을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는 사실, 그리고 그리스도교 신자가 된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무력한 것’에 자신의 인생을 거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예수의 생애』엔도 슈사쿠 지음, 이평아 옮김, 가톨릭출판사, 2003)







루가복음에는 성경의 ‘위로 이야기’ 중 가장 아름다운 대목이 나옵니다. 자신을 찾아와 눈물로 발을 적신 창녀를 향해 예수가 말합니다. “이제 그것으로 됐다. 나는… 너의 슬픔을 알고 있다. 이 여자는 많은 사랑을 베풀었다. 많은 사랑을 베푼 사람은 많이 용서받는다.”

그렇습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예수 무력함의 배후에 사랑이라는 힘이 숨겨져 있다는 겁니다. 우리를 압도하는, 신비롭기 그지없는….

“메리 크리스마스! 사랑합니다….”

마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부생활ㆍ일요신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으로 일했고요.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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