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도 일기를 예측하는 문화가 나름대로 있었습니다. ‘아베마리아’를 작곡한 구노는 하프의 G선을 퉁겨 보고 맑음과 흐림을 예상했는데 열에 여덟 번은 맞췄다고 합니다. 철학자 칸트는 새벽과 저녁에 울리는 종소리를 듣고 이틀 정도는 미리 내다봤다지요. 그래서 그는 햇볕이 쨍쨍한데도 우산을 들고 외출하고 하늘이 검은 구름으로 가득한데도 빈 손으로 산책을 나서 사람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합니다.

우리 조상들의 예보도 예민하기로는 그에 못지 않습니다. 마포, 송파 같은 나루에는 ‘바람비 객주’라는 날씨 장수가 있어 돈을 받고 상업 예보를 했습니다. 기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오소리를 키우면서 그 털 빛깔의 윤기와 눈의 변화를 보고 귀신같이 알아맞히는 ‘오소리 객주’도 있었습니다. 서당 훈장은 거문고의 가장 낮은 현을 퉁겨서 이사 날짜를 정하고 간장을 담그는 택일을 했다고 하네요.
비가 내렸다 멈췄다를 반복합니다. 신비주의자처럼 높게 떠 있던 흰 구름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고 먹구름만 잔뜩 끼어 있습니다. 이 비 그치면 기온이 뚝 떨어질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가 있었는데요. 현저히 짧아진 가을이 제 수명을 재촉하는 듯합니다. 처절하게 물든 단풍도 곧 남하할 것이고…. ‘영원한 명랑공주’ 시에문학회 김선미 시인의 감각이 돋보이는 사진을 통해 쓸쓸하지만 짙어가는 가을 속으로 살짝 들어가 봅니다.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을 거쳐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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