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9988234'는 꿈인가


참 기막힌 인생도 다 있다. 미국 존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의 부인인 엘리자베스 에드워즈. 뉴욕타임스는 이달 초 61세로 타계한 그녀의 삶을 ‘잔인한 반전으로 가득한 인생’으로 규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1996년 교통사고로 인한 16세 아들의 사망, 2004년 받은 유방암 선고와 오랜 투병생활, 올해 초 밝혀진 남편의 불륜과 별거 등 시련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아들이 죽은 후 2년 간 두문불출했을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사람을 집 밖으로 끌어낸 건 남편의 출마였다. 지원에 나선 그녀는 카메라 뒤에서 꽃처럼 웃는 정치인의 부인이 아니라 공격적인 전사로 뛰었다. 병에 걸린 후에도 항암치료제를 입에 털어 넣고 하루 16시간씩 선거운동을 벌여 수많은 여성 지지자들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민주당 대선후보 등 선거는 연이어 패배했으나 남편과 달리 그녀의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희망과 절망을 오가는 드라마 같은 반전을 세 번이나 겪은 아내에게 마지막 결정타를 날린 사람은 다름 아닌 남편이었다. 혼외 정사로 딸까지 낳았다는 엄청난 고백을 직접 들은 그녀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절규했다. 목욕탕으로 달려가 토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30년이 넘도록 11달러 짜리 결혼반지를 끼고 내조해 온 아내는 그렇게 스러졌다.

죽음의 그림자에 시달렸기 때문일까. 그녀는 아이들이 자란 후 볼 수 있도록 평소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배우자를 만나야 하는지 등을 미리 적어놓았다고 한다. 특히 임종 하루 전에는 ‘우리의 날들은 유한하다. 우리는 모두 그것을 알고 있다’고 페이스 북에 남겼다. 본인의 죽음이 언제, 어떻게 닥쳐올지를 이미 예견했던 것처럼 보인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 보통사람에게 ’99세까지 팔팔하게 살고 이틀만 앓다가 사흘째 죽는다’는 의미의 ‘9988234’가 희망사항인 것만은 틀림없다. 일본의 40∼70대 남녀 80%도 ‘어느 날 갑자기 심장병 등으로 죽고 싶다’고 했단다. 죽음학회가 펴낸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할 듯 싶다.   

*** 이 글은 ‘밀교신문’ 12월 15일자 만다라 칼럼 기고문입니다.

마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국문과를 졸업했습니다. 주부생활ㆍ일요신문을 거쳐 한국경제신문에 입사, 22년 동안 편집부 기자와 종합편집부장ㆍ편집위원으로 일했고요. 2009년 계간 '시에' 시부문 신인상으로 문단에 데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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