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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여자를 버린 남자들

신간 <예쁜 여자> 독점공개⑧로미오의 첫사랑은 줄리엣이 아니었다 – 2탄

로미오는 예쁜 여자 앞에 선 우리의 대표입니다. 우리 모두가 예쁜 여자를 발견하면 그동안의 인생을 부인하고 그녀라는 이름의 새로운 군주에게 충성할 것을 서약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에 로잘린은 대체 어떤 심정이었을까요? 작품 속에서 로미오의 친구들이 로잘린의 이름을 계속 거론하는 걸 보면 로미오가 로잘린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로 추정됩니다. 자기를 보러 파티장에 나타난다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겠죠. 로잘린은 줄리엣과 같은 캐풀렛 집안사람이고, 말하자면 줄리엣의 사촌 언니쯤 되는 입장이었으니까요. 
로미오의 마음을 받아주든 말든 그건 나중에 고민하더라도 일단은 옷차림에도 신경을 썼을 텐데, 바로 그 현장에서 로미오는 자기보다 어린 여자인 줄리엣에게 키스를 한 겁니다. 이것은 그때까지 베로나 최고의 예쁜 여자였던 로잘린의 자존심이 박살나는 순간입니다. 나아가 이 세상 모든 예쁜 여자들이 꿈에도 맞닥뜨리고 싶지 않은 바로 그 순간이기도 하죠.
차라리 처음부터 예쁜 여자가 아니었다면 좀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한 번 올라섰던 무대에서 밀려나는 경험은 정말로 수치스러웠을 겁니다. 셰익스피어가 로잘린을 단 한 번도 무대에 등장시키지 않는 이유는 파괴당한 예쁜 여자 로잘린의 등장만으로도 작품이 비극으로 변질되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비극이 아니지만 <로미오와 로잘린>은 명백한 비극입니다. 철없는 로미오는 자기가 무슨 짓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5일 동안 격렬하게 치닫는 사랑을 해야 하니 상념의 시간 따위는 부족했겠죠. 과거의 데이터를 모두 포맷해버린 컴퓨터처럼 새로운 줄리엣을 발견한 뒤부터 로미오의 인생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패턴으로 펼쳐집니다. 
만약 로미오가 티볼트를 죽이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요? 그랬다면 로미오는 베로나 밖으로 추방당할 일도 없었을 것이고, 궁극적으로 두 사람이 죽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집안의 반대가 심했으니 로렌스 신부의 주례로 둘만의 결혼을 했을 수는 있겠군요. 
하지만 로미오의 행태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결혼생활 중에 줄리엣보다 예쁜 여자를 다시 한 번 발견할 가능성이 높지 않았을까요? 새로운 여자를 발견한 즉시 ‘진정한아름다움 이제야 봤다’며 줄리엣에게 사랑을 맹세했던 자신의 ‘시각을 부인’하고도 남음이 있는 녀석이 아닐까 합니다. 그나마 5일짜리 치기 어린 사랑으로 끝났기 때문에 줄리엣으로서는 한 번의 강렬한 파괴를 아낀 셈이죠. (계속)

<예쁜 여자 – 그녀들의 4대 비극>이 드디어 출간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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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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