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양육권은 누구에게 있을까?

입력 2017-09-15 18:19 수정 2017-09-18 12:31
선영과 나는 결혼한 이후 아이도 없이 서로 직장생활을 하며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에 당첨된 이후 우리의 삶은 이자를 갚아나가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었다. 선영과 내게 유일하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함께 키우고 있는 반려견 토토이다. 골든레트리버인 토토는 사실 아들과 같이 듬직하기에 우리 둘 다 매일 토토와의 교감으로 아침을 시작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아파트 분양권에 관한 이야기에서 시작되었다. 이자 때문에 고기도 못 먹는다는 나의 푸념에 선영은 나는 좋은 백하나 사본일이 없다고 맞받아쳤고 그동안의 갈등이 폭발하였다. 항상 모든 상황을 참고 견뎌왔던 선영은 마침내 이혼이라는 말을 꺼냈다. 그러면서 자기는 이혼해도 돈 없어도 살 수 있는데 토토 없이는 못 산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라고 하면서 정 그렇다면 토토를 반으로 가르자고 했다. 이 말에 선영은 정말로 더 이상 같이 못 살겠다고 하였다.

출처 : imagetoday


반려동물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반려동물로는 약 440만 마리의 개와 약 116만 마리의 고양이가 있고, 다른 애완동물을 합치면 더 많은 반려동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2015년을 기준으로 1조8000억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2020년에는 5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각종 산업이 특수를 누리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 사료와 의류 산업은 물론 병원과 호텔까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반려동물을 위한 각종 정책들이 개발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1) 동물의료협동조합 등 민간동물 주치의 사업 활성화 지원, 2) 반려견 놀이터 확대, 3) 반려동물 행동교육 전문 인력 육성 및 지원센터 건립, 4) 유기동물 재입양 활성화 추진, 5) 길고양이 급식소 및 중성화사업 확대 등을 “반려동물 5대 핵심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반려동물은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법률상으로는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인 물건에 해당한다. 그렇지만 반려동물은 인간과 교감하고 애정을 주고받는 존재로서, 생명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물건과 다르게 취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반려동물은 반려인과 소통과 공감을 나누는 존재로서 애정이나 애착의 대상인 동시에 그에 상응하는 감정을 반려인 등에게 제공하기 때문에 단순한 동산으로 보기 어려운 점이 있는데 다행히 법원의 입장도 점차 반려동물이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사람과 정서를 교환하는 특별한 존재로 보고 법적분쟁을 해결하고 있는 추세이다.

다시 선영과 나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위 이야기에서처럼 선영과 내가 이혼하는 경우 반려동물인 토토는 법률상 물건이기 때문에 재산분할의 대상이 된다. 그런데 다른 물건과 달리 반려동물은 반려인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어 왔던 특별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이혼당사자들은 누구도 반려동물을 물리적으로 분할하여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반려동물을 시장가치로 매도하여 그 대금을 분할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일방 당사자가 타방 당사자에게 반려동물 가액의 절반을 제공하고 소유권을 취득하도록 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이와 같이 반려동물에 대한 재산분할을 가액으로 한다하더라도, 타방당사자는 반려동물과 나누어 온 소통과 공감이 단절되고 그동안 유지해 온 정신적인 유대감도 상실하게 되어 큰 실망감에 빠질 것이 분명하다.

반려동물에 대한 재산분할은 오히려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자녀의 양육권을 결정하는 문제와 유사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즉, 이혼 상황에서 법원이 부부 일방 가운데 누구를 반려동물의 소유자로 지정할 것인가의 문제는 법률상 원칙적으로는 반려동물이 물건이기 때문에 재산분할에 관한 문제라고 할 수 있지만, 당사자들에게 있어서는 사실상 반려동물에 대한 양육권 결정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 문제에 대한 판례는 없는 실정이다.

한편 미국 법원은 반려동물에 대한 재산분할에 있어 전통적인 재산분할의 방식을 엄격하게 고수하거나, ‘반려동물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여 양육권과 유사하게 다루고 있다.

전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남편이 부인을 위하여 반려견을 선물해 주었고 반려견이 부인과 친밀하였기 때문에 반려견이 부인에게 양육되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반려견과 부부 사이의 친밀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재산분할에 따른 소유권 귀속의 문제로 처리하였다(Arkers v. Sellers).

그렇지만 최근에는 반려동물의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여 양육자를 지정하는 판례가 증가하고 있다. 반려동물은 동산이지만, 당사자 일방 또는 쌍방이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친밀감, 애정 등의 주관적 가치를 고려하는 것이다. 예컨대 예전 여자 친구가 헤어진 남자친구에 대하여 반려동물의 반환을 청구한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남자 친구가 여자 친구에게 반려동물을 반환하는 것이 비정상적이거나 가혹하지 않으면 반려견을 예전 여자 친구에게 반환하여야 한다고 하였다(Houseman v. Dare). 나아가 남편이 부인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반려견을 선물하였기 때문에 그 소유권은 남편에게 있다는 원심 법원의 판단에 대하여, 항소심법원은 반려동물이 물건인 것은 사실이지만 반려동물을 학대나 유기의 위험에 방치하여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반려동물의 이익을 고려하여 부인이 반려동물을 소유하도록 하였다(In re Marriage of Stwart).

이와 같은 미국 법원의 태도를 고려하고, 반려동물이 가정생활에서 차지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부부가 이혼하거나 동거인들이 해산하는 경우, 자녀의 양육권에 대한 분쟁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반려동물을 위한 최선의 이익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미국 법원은 이혼 소송에서 반려동물의 양육권을 지정받지 못한 배우자에 대하여 반려동물에 대한 면접교섭권을 인정하고 있다. 면접교섭권에 따라 반려견을 만나러간 남편에 대하여 부인이 만나지 못하게 하자, 남편이 면접교섭권의 이행을 청구한 사건에서, 미국 법원은 남편 소유의 다른 반려견과 부인이 양육하는 반려견이 심각하게 싸운 적이 있음을 이유로 면접교섭권을 인정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Juelfs v. Gough).

이와 같은 미국 법원들의 판결을 선영과 나의 이야기에 대입해 볼 때, 선영과 나 가운데 토토를 더욱 잘 대해주고, 토토와 더 많은 시간을 가지고 놀아주며 토토를 더욱 잘 이해하고 키울 수 있는 사람이 토토를 계속 키울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한 달에 한 번 정도의 면접교섭을 통해 토토를 만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동물과의 관계에서도 가급적 시간을 함께 많이 보내고 공감하며 잘 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기 위해 오늘은 통닭이라도 한 마리 사서 일찍 들어가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보내야겠다.

오일석

고려대학교 법학박사

(현) 고려대학교 연구교수

(현) 사이버안전훈련센터 겸임교수

(현)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총무이사

(현) 한국사이버안보법정책학회 상임이사

(현) 한국에너지법정책연구소 연구실장
변호사, 아나운서 등 6인의 각분야 전문가들이 생활속에서 유용한 팁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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