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환 주헝가리 한국문화원 원장

 

동호회 통한 현지에 맞는 한국문화 재생산 전략 적중

헝가리는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나라다. 과거에는 사회주의권 국가였으나 1989년 이후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회원국으로 성공적으로 체제전환을 이룩한 국가 중 하나다. 우리는 흔히 유럽의 구 사회주의 국가들을 ‘동유럽 국가’라 통칭하지만, 이들은 러시아, 루마니아 등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며 ‘중유럽’(central europe)이라 부르길 좋아한다. 아마도 헝가리에 와서 동유럽 운운하다가는 싸늘한 시선을 받게 될 것이다.

이 나라는 과거 사회주의권 국가들 가운데 우리가 외교관계를 맺은 첫 번째 국가이기도 하다. 헝가리를 시작으로 하여 폴란드, 체코, 러시아 등의 국가들과 외교가 전면화하기 시작했다. 말하자면, 헝가리는 우리의 ‘북방외교’의 관문이었던 셈이다. 외교수립 이후 28년 여가 흐르면서 이 나라와 한국은 정치-경제적으로는 물론, 문화적으로도 매우 긴밀한 관계로 발전해오고 있다.

한국기업의 진출도 점차 늘고 있어 헝가리에 진출한 우리기업은 모두 50여 개 업체에 이르고 있다. 판매 법인이 진출해 있는 서유럽 국가와는 달리 삼성전자, 한국타이어, 삼성SDI 등의 제조업이 진출해 있어 현지에서 대규모 고용을 창출하고 있으며, 이 나라의 경제성장에도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 헝가리산 돼지고기가 주요 대(對) 한국수출품이기도 하니, 어쩌면 어제 저녁의 삼겹살이 헝가리 판노니아 평원의 돼지농장에서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그만큼 두 나라의 관계는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가히 상전벽해라 할 정도로 달라진 것이다.

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기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한류’다. 헝가리는 지난 2009년 유럽 공중파 TV에서는 처음으로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된 곳이다. 이 드라마의 최고 시청률은 34.2%에 달했고, 그 이후 <이산>, <동이>, <선덕여왕> 등의 사극이 연이어 방영되었다. 드라마가 30대 이상의 헝가리인들을 사로잡은 한국문화 컨텐츠라면, 10~20대에게는 단연 Kpop이다. 이같은 대중문화 한류가 현지인들을 사로잡은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이제 한국문화는 헝가리에서 가장 트렌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이 곳 역시 전세계적인 한류 붐의 한 진원지였던 것이다.

한국의 대중문화로 인해 형성된 것이 한류 1.0이라면, 지금은 한류2.0의 시대다. 헝가리에서 한류는 초기의 소개와 확산단계를 넘어서 정착과 보다 다양한 분야로 심화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한류 1.0의 시대를 주도한 것이 한국문화 컨텐츠가 가진 ‘소프트파워’라면, 한류 2.0 시대의 주역은 헝가리의 다양한 한국문화 커뮤니티들이다. 2015년 100개를 넘어선 현지 한국문화 인터넷 커뮤니티는 지난해 170여개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장강의 앞 물결이 뒷 물결에 떠밀리듯이, 문화컨텐츠는 시간의 압박을 넘어설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컨텐츠를 즐기고 나누고 제 몸처럼 사랑했던 ‘사람들’은 남아 자신의 경험을 전수하게 마련이다.
올해로 10회째를 맞는 헝가리 한국영화제를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사람들은 ‘헝가리 한국영화 동호회’다. 이들은 한국영화 60여편을 선정해 헝가리인 수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20-30여편의 최종 상영작을 선정한다. 격주로 열리는 한국문화원의 영화상영회도 이들이 영화를 선정하고, 관객을 모으고, 상영회를 진행한다. 1백수십여개에 이르는 Kpop 동호회/팬클럽은 해마다 Kpop 페스티벌을 조직하고, 한해에 서너 차례 그들이 주관하는 문화행사를 개최한다.

한국무용을 배우다 아예 한국무용단을 만들어 버린, 세계 최초(?)의 현지인으로 구성된 한국전통무용단 ‘무궁화 무용단’은 이미 2년 전부터 매년 한국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기도 하다. 이들은 다른 헝가리인들에게 한국무용을 전수하면서 또 다른 무용단을 만들기도 했다. 현지인 가야금 중창단 ‘민들레’도 이미 서너 차례 무대에 올랐다. 급기야는 올해 5월 이들 동호회가 모여 ‘한류문화재단’(HAN-YOU 문화재단)을 출범시켰다.

헝가리 한국문화원은 최근 수년 동안 이런 현지 한국문화 동호회를 지원하고 육성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 한류가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를 현지 사정에 맞게 재생산해내는 현지의 매개집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제는 현지 한류 동호회만으로도 영화부터 국악, Kpop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가 포함된 대규모의 한국문화 페스티벌을 열 정도가 되었다. 현지인의, 현지인에 의한, 현지인을 위한 한류2.0의 시대가 바야흐로 시작된 것이다.

 

해외문화홍보원

 
재외 한국문화원장들이 현지에서 펼치고 있는 생생한 한국 홍보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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