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는 언제나 불안하다

입력 2012-10-16 00:00 수정 2012-10-16 00:00


'예쁜 여자'를 말한다⑮ '예쁜 여자는 언제나 불안하다'

예쁜 여자 앞에 선 남자들이 은연중에 가장 많이 하는 얘기가 있다.

“너 같은 여자는 처음이야.”

이런 말을 들은 예쁜 여자는 뭐라고 생각할까?

‘너 같은 남자는 백 한 번째야.’

1과 101의 차이. 이것이야말로 예쁜 여자를 둘러싼 불행의 근본 원인이다. 예쁜 여자를 발견한 직후부터 허공을 딛는 듯 붕 떠 있는 남자들의 심리 상태는 인생의 사건이지만, 그 마음의 상대편에 있는 예쁜 여자에게 그것은 생활이고 일상일 뿐이다.

하지만 예쁜 여자들은 자신을 둘러싼 기기묘묘한 에피소드들을 어느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는다. 들어줄 사람도 없거니와 공감해 줄 사람은 더더욱 없는 까닭이다.

믿기 힘든 얘기를 들었을 때 인간이 보이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의심하거나 질투하거나. 예쁜 여자의 입장에서는 결국 둘 다 본전도 못 건지는 옵션일 뿐이다.

그러나 예쁜 여자에게도 예쁜 여자 나름의 고충은 있는 법. 모든 남자들은 자신을 그저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볼 뿐이기에 (최소한 그렇게 의심되기에)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모든 여자들은 자신을 의심하거나 질투할 준비를 하고 있는 존재이기에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가슴에 남아있는 응어리는 결국 바깥으로 배출되지 못한 채 변비처럼 영혼 속을 배회하다가, 결국 ‘불안’이란 이름의 감정으로 적층된다.



“우리의 에고나 자아상은 바람이 새는 풍선과 같아서, 늘 ‘외부의 사랑’이라는 헬륨을 집어넣어 주어야 하고, 무시라는 아주 작은 바늘에 취약하기 짝이 없다.
 남의 관심 때문에 기운이 나고 무시 때문에 상처를 받는 자신을 보면,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어디 있나 싶어 정신이 번쩍 들기도 한다.
 동료 한 사람이 인사를 건성으로 하기만 해도, 연락을 했는데 아무런 답이 없기만 해도 우리 기분은 시커멓게 멍들어버린다. 누가 우리 이름을 기억해주고 과일 바구니라도 보내주면 갑자기 인생이란 살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환희에 젖는다.”

- 알랭 드 보통, <불안(2004)>



예쁜 여자의 내면은 위에서 묘사된 것보다 훨씬 더 나약하다고 보면 된다. 갖가지 비싼 화장품과 세련된 화장술로 얼굴을 치장하지만 그 껍데기 안에 들어있는 것은 네 살짜리 아이 수준의 나약한 영혼일 뿐이다.

다른 사람들은 아주 간단하게 해내는 타인과의 의사소통, 공감, 경청, 내면의 대화, 감정이입 중 어느 것도 예쁜 여자들은 제대로 해 내지 못한다. 그리고 누군가 자신의 마음 안쪽을 기적처럼 건드려 주기를 가만히 앉은 채로 기다린다.

'불안'의 마수에 사로잡혀버린 채로. (계속)
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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