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제8회 뱁새 살아있는 전설을 만나다 3

퍼팅 연습 그린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자 숏 게임 그린이 나온다.

얼씨구나 하고 뱁새는 웨지와 엑스페론 골프볼 3개만 들고 나머지 클럽은 내팽개치듯 내려놓는다.

(내팽개친 클럽이 몇 개인지 셈할 수 없다면 전편을 꼼꼼히 읽었다고 볼 수 없다. 꼭 전편을 읽기를 당부한다)

그리고 열 발짝부터 시작해 칩샷을 연습한다.

이어서 스무 발짝 피칭 샷을 하더니 숏 게임 그린 옆 카트 도로를 살짝 넘어간 곳에 있는 러프에서 서른 발짝 넘는 로브 샷까지 시도한다.

(얼씨구)

샷 중간 중간 혹시나 하고 주위를 살피는 모양새가 아무래도 카트 도로 넘어서 샷 하는 것이 꼭 당당한 상황만은 아닌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

그래도 웬 떡이냐싶은지 뱁새는 뒷통수의 간지러움을 참아내며 거기서 30분 넘게 칩 샷과 피칭 샷 따위를 연습한다.

그리고 벙커 샷 감도 찾는다.

이어서 10분 남짓 8번 아이언과 드라이버 빈 스윙을 한다.

몸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가 되자 뱁새는 운동장 만한 퍼팅 그린으로 옮겨 간다.

거기서 1미터 직진 오르막 퍼팅부터 시작해 훅 라이 슬라이스 라이 퍼팅을 연습한다.

스트로크 감을 찾고 나자 뱁새는 눈대중으로 대충 때리는 것이 아니라 실제 경기에서 퍼팅을 하듯이 볼 하나 하나를 줄을 맞춰 놓고 홀을 노린다.

온통 녹색으로 가득 찬 멋진 퍼팅 그린에는 홀을 여기 저기 여러 개 뚫어 놓았다.

웬 횡재냐~.

뱁새가 쾌재를 부른다.

어디 연습 그린에 홀을 뚫어 놓는 곳이 흔한가?

(이 정도 서비스면 재킷을 입어야 한다는 드레스 코드 정도야. 흐흐흐)

한참을 퍼팅 연습을 했는데도 만나기로 한 7시까지 시간이 조금 남는다.

급기야 뱁새는 20미터 이상 롱 퍼팅도 몇 차례 해본다.

완벽하게 준비가 끝났다고 생각한 뱁새가 심호흡으로 연습을 마무리 하려는데 빗방울이 후두둑 떨어진다.

이런 망~했~다!

뱁새의 머리에 조바심이 스쳐간다.

클럽과 볼 따위를 골프 백에 넣어둔 뒤 클럽하우스 2층 식당으로 가는 계단을 올라서는 뱁새 발걸음이 가볍지가 않다.

환갑도 넘은 전설과 그 못지 않게 나이가 많은 다른 동반자가 비가 조금 온다고 라운드를 취소하자고 할까 봐서다.

식당에 들어서서 황새 아버지 최병복 프로를 두리번거리며 찾는 뱁새.

그러나 아직 아무도 오지 않았다.

입구 쪽에서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를 잡는다.

웬일인가?

뱁새가 ‘먼저 오면 먼저 밥을 먹고 얼른 소화를 시켜야 동반자보다 한 타라도 더 잘 칠 수 있다’는 소신을 지키지 않는다.

뱁새의 어줍잖은 승부근성이 어디 간 것은 절대 아니다.

어디까지나 대 선배에 대한 예우 차원이라고 봐야 할 대목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황새 부친이 나타나고 곧 전설이 합석한다.

벌떡 일어서는 뱁새.

(들리는 바로는 제 숙부가 와도 그렇게까지 반사적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한다)

 

황새 아버지가 뱁새를 전설에게 소개한다.

형님. 이 쪽은 김용준 프로입니다. 늦깎이로 입회했습니다

 

뱁새가 상견례에 나간 신붓감처럼 공손하게 인사한다.

최 프로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뱁새는 전설이 친절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크지 않지만 몸가짐이 바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뱁새가 전에 KPGA 챔피언스 투어를 구경하러 갔다가 몇 번 지나친 적은 있지만 사적으로 인사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윽고 마지막 동반자가 도착하고 식사를 마친 일행.

비가 한 방울씩 떨어지는 것 같다는 동반자의 말에

나인 홀을 쳐보고 결정하시죠라고 전설이 못을 박는다.

행여나 라운드를 취소할까 적잖게 걱정하던 뱁새의 얼굴이 환해진다.

 

일행은 첫 홀 근처에 서서 몸을 푼다.

실컷 몸을 풀고도 다시 드라이버를 유난히 시원스럽게 휘두르며 마지막 점검을 하는 뱁새.

이와 달리 전설은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클럽을 한 두 차례 휘둘러 볼 뿐이다.

 

그리고 파5인 첫 홀.

전설은 시원스럽게 티샷을 날린다.

가보고 안 일이지만 그의 볼은 귀신같이 페어 웨이 벙커 직전에 멈춰 있다.

이미 코스는 꿰고 있다고 봐야 할 터다.

 

처음 와 보는 코스라 야디지 북을 꺼내 든 뱁새는 첫 파5홀은 잘 하면 투온이 될만한 거리인데도 안전한 쓰리온 전략을 편다.

(어느 틈에 경기과에 물어서 코스맵을 구한 것을 보면 뱁새의 열정만큼은 높이 사줄만 하다고? 그러면 뭐하나, 볼을 잘 쳐야지. 흑흑)

 

뱁새의 하이브리드 티샷도 시원하게 날아간다.

세컨샷도 하이브리드를 잡은 뱁새는 100미터 이내만 남겨서 웨지로 핀을 노려보기로 한다.

그에 비해 가장 멀리 가 있던 전설은 3우드를 잡아들고 그린 우측으로 시원하게 샷을 보낸다.

가보니 거기가 그린 주변에서 홀을 노리기 가장 좋은 자리다.

반면 뱁새의 서드 샷은 벙커를 넘어서 앞 뒤가 그리 넓지 않은 그린에 세워야 하는 상황.

 

그래도 100미터 이내 웨지 샷이라면 자신도 일가견이 있다는 뱁새.

(어디까지나 뱁새의 개인적인 주장일 뿐이니 독자는 너무 유념치 말기 바란다)

시원하게 54도 웨지를 뿌리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왼발 내리막 라이에서 한 클럽 덜 잡는 것을 깜빡한 나머지 볼은 핀을 지나 그린 밖에 떨어진다.

급한 내리막 경사에 걸리는 뱁새의 볼.

과연 그(아니 저 새)는 파 세이브를 할 수 있을까?

 

전설은 40미터가 채 안 되는 곳에서 피칭 샷을 했고 볼은 홀을 바로 지나 스핀을 먹고 멈춰 선다.

버디 찬스.

약간 내리막 라이이지만 반반 확률인 자리다.

첫 홀부터 어째 조짐이 이상하다.

 

(이만하면 한 회 분은 이미 채웠으니  언릉 마무리 하고 후일을 도모하라는 사탄과

그래도 독자우롱이 지나치면 화를 입을 수 있으니 원고지 몇 장어치라도 더 쓰자는 천사가

필자의 마음 속에서 다툼을 벌인다.

누구의 승리인지는 물어보나 마나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

cafe.naver.com/satang1

 

퍼팅 라인을 살피는 살아 있는 전설 최상호 프로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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