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제5회 뱁새가 황새 따라가려다간 가랑이 찢어진다 5

커피까지 들어가자 모두 눈빛에 만족감이 비친다.

(무슨 커피를 마셨을까? 모른다면 전편을 건넌 뛴 것이다)

하수들과 반나절을 보내 어쩌면 조금 지루했을지 모를 황새도 낯빛이 밝다.

 

약삭빠른 뱁새가 이 틈을 놓칠세라 묻는다.

‘장타를 치려면 백스윙을 천천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아니면 순식간에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황새가 ‘음~’ 하며 잠깐 생각하는 사이에

담배 연기가 남에게 갈까 봐 저만치 떨어져 있던 동반자들이 서둘러 담배를 비벼 끄고 어느새 옆에 와 선다.

(담배꽁초 바닥에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 내가 다 봤습니다. 선배님!)

 

불의의 다가섬(급하게 자갈 밟는 소리가 났으니)에 놀라 주위를 둘러본 황새가 미소를 띠고는 입을 뗀다.

‘저는 백스윙을 아주 천천히 하는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아마추어 골퍼는 백스윙을 느리게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들어본 얘기지만 뱁새가 좀 더 커피값을 뽑겠다고(자판기에 제 돈을 넣은 것도 아니면서)

한 번 더 묻는다.

‘백스윙 속도를 늦추는 게 장타에 보탬이 될까요?’

 

황새가 대수롭지 않게(부러워요. 최 프로!) 답한다.

‘천천히 해야 백스윙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장타를 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뱁새가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더 묻는다.

‘그럼 나 같은 프로는요?’

(내뱉고 보니 ‘꼴에 자존심은 있어 가지고’라는 말이 딱 맞는다. 흠흠)

 

황새가 뱁새를 딛는다.

본인은 살며시 지나간 건데 밟힌 쪽은 무게가 잔인하게 느껴진다.

‘프로라도 나이가 들어서 유연성이 떨어지면 백스윙 속도를 그에 맞춰서 더 늦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뱁새 눈에 스쳐 가는 독침을 보았을까?

아니면 뱁새가 왼손에 쥐고 있는 종이컵을 순간 우그러뜨리는 것이 눈에 들어온 탓일까?

좌우지간 황새가 황급히 수습한다.

‘물론 김 프로님은 아직 짱짱하시지만요’

(너무 늦었어. 최 프로! 볼 못 치니까. 얻어터지고 무시당하고. 흑흑)

 

분한 마음을 이겨 내려 뱁새는 눈을 감고 제 백스윙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왼손에는 구겨 버린 커피잔(종이컵을 어떤 새의 목이라고 생각하고 비튼 것이 절대 아님을 밝혀 둔다)을 든 채로 백 스윙 하는 시늉을 몇 차례 한다.

(이때 독자가 뱁새 머리에 들어가 볼 수 있다면 뱁새의 백스윙이 유연한 황새의 백스윙 보다 더 빠르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백스윙을 더 부드럽게 고쳐야겠다’고 속으로 다짐한다.

 

옆에 있던 동반자들도 다들 몇 번씩 스윙하는 시늉을 해 본다.

자신들의 백스윙이 너무 빠르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문득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뱁새가 또 묻는다.

어느새 눈빛은 아쉬운 자 그 이름은 ‘하수’의 그것으로 바뀌어 있다.

“마쓰야마 히데끼처럼 백스윙 톱에서 쉬었다가 내려오는 것은 어떤가요”

(꼭 부족한 것들은 자기보다 뛰어난 자를 난감하게 하려고 할 때는 아주 유명한 사람을 들먹인다니깐!)

 

황새는 마쓰야마 히데끼라는 이름에 잠시 주춤했으나(흐흐흐) 별로 당황하지 않고 답한다.

‘스윙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빠른 골퍼들에게는 마쓰야마 히데끼 처럼 백스윙 톱에서 잠깐 쉬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스윙 역시 연습이 많이 필요합니다. 백 스윙 톱에서 잠깐 쉬는 느낌을 주려다가 리듬이 끊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뱁새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옆에 있던 동반자들도 마쓰야마 히데끼 흉내를 내 본다.

백스윙 톱에서 한 참 쉬었다가 빈손을 휘두른다.

몸이 좌우로 많이 스웨이 되는 것(지나치게 흔들리는 것)이 뱁새 눈에도 들어 온다.

그리고는 다들 고개를 끄덕인다.

 

뱁새는 황새에게 다음에 꼭 한 번 다시 붙자고 결투 신청(결투가 아니라 도전이겠지? 아니면 지도 대국이거나?)을 한다.

그리고 또 1박 2일짜리 승부가 잡혔다.

그 얘기는 담 달에 붙고(하여간 큰소리는 잘 쳐) 나서 하겠다~

 

김용준 프로의 골프학교 아이러브 골프 café.naver.com/satang1

 

최천호 프로의 백스윙. 생각보다 높게 올라가지 않아도 백 스윙을 다 한 것이라고 한다.

 

 

필자인 김용준 프로는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한국경제신문 기자로 몇 년간 일했다.
2000년 대 초 벤처붐이 한창일 때 소프트웨어 회사를 창업했으나 보기 좋게 실패했다.
호구지책으로 시작한 컨설팅 일에 제법 소질이 있어 넉넉해졌다.
다시 건설회사를 인수해서 집을 떠나 이 나라 저 나라에 판을 벌였다.
그러나 재주가 부족함을 타의(他意)에 의해 깨달았다.
그래서 남보다 조금 잘하는 골프에 전념해 지금은 상당히 잘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그러다 독학으로 40대 중반에 KPGA 프로 테스트를 통과해 프로 골퍼가 됐다.
그래서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다.
그렇지만 아직 50살이 되지는 않아 KPGA 챔피언스투어(시니어투어)에는 끼지 못하고 영건들이 즐비한 2부 투어에서 고전하며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투어에서 우승하겠다는 꿈을 꾸며 열심히 골프를 수련하고 있다.
골프학교 아이러브골프를 열어 아마추어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입장으로 연민을 갖고 레슨도 하고 있다.
또 현존하는 가장 과학적인 골프볼인 ‘엑스페론 골프볼’의 수석 프로모터로서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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