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핸디캡을 아시나요?

과장과 엄살.아마추어 골퍼들의 골프 수다를 듣다보면 으레 떠오르는 단어다.보기 플레이어라고 말하는 골퍼의 실제 실력은 95~100타를 오갈 가능성이 농후하다.싱글 수준이라고 우쭐하는 경우라 해도 운좋게 얻어걸린,그야말로 ‘그분이 오신 날’7자를 그려본 ‘어쩌다 싱글’인 경우가 십중팔구다.골프하기가 귀하다보니 자동차나 집,학벌같은 스펙에 골프 실력이 슬며시 끼어든 ‘한국적’ 풍토에서 도토리 키재기 경쟁을 하다 빚어지는 허장성세다.일명 오케이가 없고,멀리건이나 ‘머니건(money-gun:돈을 내고 다시 치는 행위)’이 없으며, USGA(미국골프협회)룰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적어도 7~8타는 빼야 자신의 실력에 얼추 근접할 것이란 한 국내 프로 투어 경기위원의 지적은 곱씹어 볼만 하다.해외에선 우리와 달리 소숫점까지 있는 정교한 핸디캡을 내민다.

 

사실 주말 골퍼들은 핸디캡을 잘 모른다.대개 자신이 받아든 성적을 대여섯개 모아 산술평균한 값을 ‘핸디(핸디캡의 오기)’라고 해도 대충 통했기 때문이다. 쉬운 골프장만 주로 가면 핸디캡이 낮게 나오고,어려운 골프장을 주로 다니면 핸디캡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전장이 짧거나 쉬운 코스에서 한 두번 잘나온 것만 골라서 평균을 내면 자신의 골프실력이 실제보다 좋게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어려운 코스를 맞닥뜨리면 당황스럽게도 90개,100개를 넘기기 일쑤인 게 아마추어 골퍼다. 더욱이 타당 1000~2000원짜리 내기골프라도 할라치면 평소 왕싱글이라고 으스대던 이들은 꼬리내리기 바쁘다.내기골프는 핸디캡 절대 수치가 높을 수록 상대방으로부터 ‘밑돈(핸디)’을 더 많이 받고 게임을 시작할 수 있어서다.낮은 핸디캡이 결코 유리할 리 없다.이때만큼은 한 없이 겸손해지는 골퍼들이 수두룩하다. 모두 핸디캡을 정확히 모르고,서로 증명할 수 없어서 벌어지는 어림짐작 핸디캡 문화 때문이다.

 

부끄러울 일은 아니다. 골퍼 10명에게 핸디캡을 물어보면 8명은 제대로된 답변을 못내놓는다.프로들 역시 마찬가지다.프로 세계에서도 대략 단순 산술 통계가 오랫동안 보편적 핸디캡 산출법으로 여겨져 와서다.
USGA나 R&A(영국왕립골프협회)에서 따지는 핸디캡은 차원이 다르다.골프 코스의 난도와 골퍼 개인의 실력,컨디션 등을 고려해 정교하게 핸디캡을 산출한다.방식은 이렇다.

 

가장 먼저 그 사람의 실력으로 볼 때 지나치게 못친 홀의 타수를 일부 깎아준다.이를 조정스코어,또는 형평타수제한이라 부른다.싱글은 최대 더블보기까지만 합산하고,보기플레이어에서부터 100돌이까지는 이른바 ‘양파(쿼드러플 보기)’까지만 합산하고 그 이상은 포함하지 않는다.체조경기에서 심판들의 최고점수와 최저점수를 빼 점수를 정하는 이치와 같다.그 다음이 코스의 난도 반영단계다.

 

코스의 난도는 코스레이팅과 슬로프레이팅 두개를 반영한다. 우선 코스레이팅은 재야 고수급인 ‘스크라치 골퍼(핸디캡 0)’기준으로 어렵고 쉬움을 표시한 것이다. 예컨대 코스레이팅이 70이라면 파72에서 스크라치 골퍼가 2언더파를 칠 수 있을 정도의 코스라는 얘기다. 조금 쉬운 코스로 보면 된다.하지만 반대로 74면 스크라치 골퍼가 2오버파를 칠 정도라는 것이어서,조금 어려운 코스라고 보면 된다.

 

고수는 쉬운데 하수는 어렵게 느껴지는 코스가 있다.그 반대도 물론 있다.그래서 이걸 반영하기 위해 한 번 더 조정하는 데 쓰는 조정치가 슬로프레이트다. 슬로프레이트는 중급 골퍼인 보기 플레이어(90타 안팎) 골퍼가 기준이다. 55~155까지 나뉘어 있는데,평균이 113(USGA에서 정해놓은 고정치)이다.보기 플레이어가 90타를 치는 정도가 113이란 얘기다. 이보다 수치가 높으면 코스가 까다롭고,낮으면 쉽다고 간주한다.

 

세 번째 단계가 산술평균이다.이렇게 코스의 난도를 반영해 산출한 각각의 라운드별 타수(전문가들은 핸디캡 디퍼렌셜이라 부른다)을 최소 5개 이상 모아야 하고, 여기에서 최저타수를 1개~10개 정도 모아 산술평균하면 자신의 핸디캡이 된다.예컨대 최근 라운드 5번을 했다면 이가운데 가장 잘 친 타수가 자신의 핸디캡이 되는 것이고, 20번 라운드를 했다면 잘친 타수 10개를 산술평균하면 된다.

 

코스의 난도를 다 반영하고 산술평균을 한 후에도 한 번 더 조정단계를 거친다.바로 0.96을 곱해주는 일이다.골퍼가 자신의 핸디캡을 실제실력보다 부풀리는(엄살 또는 겸손)경향이 많다는 경험칙을 반영해 ‘에누리 공식’을 둔 것이다.‘100돌이야!’라고 말하면 96개 안팎 정도 친다고 보는 식이다.

 

복잡하긴 하다.하지만 중요한 철학이 여기에 숨어 있다.결국 골퍼의 잠재성,즉 잘 칠 수 있는 최대치를 핸디캡으로 본다는 의외의 ‘너그러움’이다. 핸디캡을 제대로 알기만 해도 산술적으로는 핸디캡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레저스포츠산업부 골프전문 기자

ⓒ '성공을 부르는 습관' 한경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