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가 당신을 '공사'한다

입력 2012-08-07 00:00 수정 2012-08-07 00:00
'예쁜 여자'를 말한다 ⑤ "예쁜 여자가 당신을 '공사'한다"



서울 강남의 번화가는 지금 한창 공사 중이다.

3호선, 9호선, 분당선 등 사유도 다양하다. 출퇴근시간이 아니더라도 강남에서 운전하기가 늘 까다로운 건 그래서다. 언젠가 이 모든 공사가 끝나는 날이 오면 그 무렵 우리의 강남풍경은 어떻게 달라질까?

그런데 사실은 지하철 공사 얘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다. 인부들이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고, 서울 시민들의 대중교통 환경개선을 위해 땀 흘리고 있는 현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포커스를 옮겨보자.

거기에는 대한민국 최고급 유흥가가 즐비해 있다. 중장비와 안전모가 동원되지 않았을 뿐 이 유흥가에서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이 손님과의 로맨스를 빙자하여 몸과 마음, 돈과 시간을 가져가는 행위를 전문용어로 ‘공사 친다’고 한다. 자존감과 승부욕이 강한 남성일수록, 유흥업소 경험이 많은 사람보다는 초보자일수록 이 함정에 잘 걸려드는 경향이 있다. 업소 여성들은 아주 조금의 노력만으로도 성과를 달성하곤 한다. 가장 일반적인 형태로 예를 들어 보겠다.

회식이든 접대든 우연히 유흥업소에 발을 들여놓은 당신은 그곳에서 운명 같은 그녀를 만나게 된다. (그녀에겐 업무일 뿐이지만 신기하게도 이 간단한 사실을 깨닫는 남자는 그다지 많지 않다.)

“이런 데 자주 오세요?”

모든 것이 낯선 당신을 능숙하게 리드하는 그녀는 당연히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게 빛난다. 얘기를 해 보니 업소 여성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상식과 깊이를 가지고 있다.

목덜미에서 빛나는 금빛 십자가.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아르바이트처럼 잠시 이 업계에 들어온 나그네와 같은 존재였다. 흔들리는 당신의 눈빛을 눈치 챈 걸까.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수줍게 당신의 전화번호를 물어온다.

“가게에는 비밀이에요….”

이 한 마디가 가슴팍에 화살처럼 박히는 순간이 바로 공사판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다.

사실 그녀의 목적은 따로 있었고, 당신과 같은 사람이야 몇 명이나 더 있었다는 불편한 진실. 나아가 그녀 역시 인근 호스트바의 ‘선수’에게 공사 당하고 있는 입장이었음을 알게 된다면 갈 때까지 갔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미 당신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걸 다 주고 난 이후일 것이다. 두 집 살림 안 살고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다.

예쁜 여자의 공사 - 그것은 곧 '오로지 각자의 욕망에만 충실하게 움직이는 살벌한 핑퐁게임'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을 진실로 생각하는 우리 시대의 연애와 사랑이 어디까지 그 기품을 잃어버릴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훌륭한 나쁜 예’이기도 하다.

강남으로의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착실하게 인생을 살아온 남자들이 공사판으로 진입하기도 용이해질 것이니 앞으로도 점입가경일 터. 심야까지 지속되는 강남 교통체증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한번쯤은 색다른 시선을 던져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 (계속)


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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