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예쁜 여자'를 말한다 ③ "우리는 침팬지가 아니다"

“우리는 침팬지가 아니다.”


연애는 사라지고 ‘거래’만 남았다는 말, 요즘 세상에 진짜 연애는 없다는 말이 부쩍 자주 들린다.

간단한 논리다. 남자의 머릿속에는 오직 섹스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는 것이다. 눈앞에 있는 그녀의 내면 따위에는 전혀 관심도 없다. 그저 어떻게 하면 한 번 잘 수 있을까 그것만을 생각한다. 모든 남자의 이상형은 ‘새로 만난 여자’다.

한편 여자의 머릿속에는 오직 돈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 옆에 있는 그 남자의 꿈과 포부 따위에는 전혀 관심 없다. 진정으로 남자를 사랑한다기보다는 그저 어떻게 하면 시집 잘 가서 한 방에 인생역전 할 수 있을까 그것만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듣고 보니 정말 다들 그런 것도 같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진짜 연애는 없다’는 이 명제는 틀렸다. 내용 자체가 틀린 게 아니라 ‘요즘 세상’이라는 말이 잘못 들어갔다. 남자가 섹스를, 여자가 안정을 추구하는 식의 관계는 인류가 출현한 시점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아니 오히려 이것이야말로 연애와 사랑의 본질이다. 이제 와서 달라진 게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요즘 들어서 진짜 연애가 없어진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만큼 우리 시대가 기품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배고픈 대로 먹는다면 돼지지 인간이 아니다. 졸린 대로 잔다면 코알라지 인간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섹스와 돈이 아무리 좋은들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좋아서 좋다고 하는데 뭐가 문제야?”라고 말한다면, 그 목소리의 크기에 반비례해서 인간으로서의 기품은 증발하는 것이다.

인간의 DNA는 들쥐와 대부분 비슷하며 침팬지와는 98.77% 일치한다. 하지만 들쥐와 침팬지에게 없는 많은 것을 우리 인간은 가지고 있다. 합리적 이성, 건전한 상식, 타인들과 함께 있는 상황과 그렇지 않은 상황을 구별할 수 있는 분별력 등이다. 동물적인 본능을 가지고 있을지언정 그걸 적절하게 숨기고 멋스럽게 포장할 줄 알아야 비로소 인간이 아닐까? 

우리가 만든 세상을 보라. 남자들은 어떻게든 있어 보이려고 안달을 한다. 속으로는 한 명이라도 더 ‘먹고 싶을’ 따름이다.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는 이 본능은, 당연하다는 이유만으로 너무 많은 관용을 허락받고 있다.

여자들은 그런 남자들을 솎아내기 바쁘다. 하지만 하는 짓 봐서 괜찮으면 ‘줄 수도’ 있으니 어차피 수준은 같다. 눈높이를 맞추어, 같은 속도로, 사이좋게 우린 점점 속물이 되어가고 있다. 함께 변해가고 있으니 현실의 심각성이 쉽게 다가오지 않을 따름이다.

지금 우리의 수준은 돈의 개념을 알려주자마자 바로 창부(娼婦) 시스템을 개발해 냈던 침팬지 사회의 그것과 비슷해지고 있다. 주고받기(GIVE & TAKE)에 익숙해진 우리에겐 사랑도 연애도 사고팔 수 있는 상품의 하나가 되어간다.

아이돌 비즈니스가 향후 30년을 이끌어 갈 국가산업으로 자리 잡고 있으니까 우리의 연애쯤은 희생시켜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는가? 이 정도 문제는 대승적 차원에서 쿨하게 넘어가도 되는 필연적 손실이라 생각하고 있는가? 천만에. 문제가 여기에서 그쳤다면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

한국은 점점 유흥의 천국이 되어가고 있다.

(계속)

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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