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예쁜 여자'를 말한다 ① "K-POP의 성공비결"

‘예쁜 여자’를 말한다 ① “K-POP의 성공비결”

30년 후 읽게 될지도 모를 신문기사 한 조각

일순간 회장의 조명이 꺼진다. 웅성대며 주인공을 기다리던 관객들은 압도적인 기대감에 환호마저 삼켜버린다. 팟 하고 스포트라이트가 비칠 때, 무대 끝의 작은 문을 열고 등장하는 사람의 아담한 실루엣만 봐도 모두가 기다리던 그의 등장을 확신할 수 있다. 그제야 군중들은 참아왔던 함성을 터뜨린다.

가학적 성행위 용어를 연상시킨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미국 측에서 법인 활동을 견제했던 탓에 사명을 변경한지도 20년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회사가 설립되던 당시의 이름을 연호하며 진정한 매니아임을 자처하는 이들 중 태반은 미국인이다. 무질서하게 퍼지던 소리의 울림은 점차 약속된 리듬으로 수렴된다.

1995년, 다섯 소년들을 골방에 가두다시피 하며 혹독하게 연습을 시키던 때에만 해도 이렇게까지 일이 커질 줄은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지구 위의 모든 대륙을 무대로 활동을 펼쳐갈 새로운 걸그룹의 데뷔를 발표하기 위해 등장한 사람. 이미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그 성공신화가 거론되고 분석된 바로 그 이름.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의 구루(guru) SM의 이수만 회장이었다.


나는 예측도 신문기사도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멋대로 30년 후의 신문기사를 휘갈겨 봤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의 SM 주식 가격은 5만원 전후. 삼성전자는 110만원을 전후로 하고 있다. 22배의 격차를 보이고 있는 2012년 7월이지만 30년 후라면 어떨까? 그때도 지금처럼 삼성전자는 한국 주식시장, 나아가 한국 기업계의 ‘대장’ 역할을 수행하고 있을까?

그들이 지금처럼 세계에서 맹위를 떨치리라고 마음 편하게 예측하기엔 현대 사회의 30년은 너무나도, 너무나도 긴 세월이다. 뭐가 어찌됐든 세상은 바뀌어 있을 것이다. 누군가 삼성을 밀어낸다고 가정한다면 지금의 1인자를 대체할 뉴페이스의 이름은 무엇일까? 위의 짤막한 미래 신문기사는 그 이름이 SM일 거라는 가정을 바탕에 깔고 있다.

그저 허황된 예측으로 치부하기엔 이미 그 정황의 씨앗들이 많이 뿌려져 있다. 2011년 6월 파리에서 열렸던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의 공연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열광적인 반응은 많은 것을 함축한다. 미국 중심의 경제 질서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는 지금, 중국이 세계경제의 새 강자로 떠오른다면 한국은 ‘아시아의 프랑스’, ‘아시아의 이탈리아’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한국의 강점인 아이돌 비즈니스는 좀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프랑스 음악과 한국 음악의 어법이 비슷해 우연히 히트한 것일 뿐이라고 치부해서는 프랑스내 일본음악의 상대적 열세를 설명할 수 없다. 프랑스 내 일부 아시아인들에게만 반응을 얻는 것일 뿐이라고 눈을 가리기엔, 지금까지 왜 조용했는지를 설명할 수 없다.

변화는 분명히 일어나고 있다. 한국의 아이돌 비즈니스는 일본을 모방하면서 초기 성장의 발판을 다졌지만 이제 한국 아이돌의 수준은 일본보다 우월하다. 일본 시장 내의 한국 가수들이 누리고 있는 인기가 이미 그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한국의 아이돌, 나아가 고유한 아이돌 비즈니스 어법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은 앞으로도 국제무대에서 살아남을 것이다.

한국은 어떻게 하다가 이렇게 강력한 무기를 지니게 되었을까? 한국인들은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성공신화에 점차 익숙해져 그 안에 숨어있는 비결들을 낱낱이 알게 될 것이다. 지난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눈부신 성공을 재평가할 때 그랬듯이 말이다.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는 결국 예습인지도 모른다. 너무 많은 논의로 본질이 왜곡되기 전에 미리 한번쯤 원인을 짚어보자.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때 그랬듯이 정부가 대폭적인 지원을 해 주었던가? 아니다. 과도하게 가요의 가사를 심의하고 가수들의 의상을 규제했던 정부의 현재 움직임은 길게 봐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 우리의 신무기는 위가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즉 소비자로부터 탄탄하게 기본기를 다지면서 성장해 왔음을 보다 명징하게 증명해 줄 근거가 될 따름이다.

한국 소비자만큼 신제품의 반응을 정확하게 표상하는 사람들이 없다고 하는 유럽의 명품 브랜드 개발자들의 이야기가 들려올 때, 우리는 그것이 좀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할 수 있음을 깨달았어야 했다. 내가 너무 돌려 말하고 있나?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케인즈주의자다.”라고 말했던 미국 닉슨 대통령의 어법을 빌려, 2012년의 이원우가 한 문장이면 이해할 수 있는 지금의 진실을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얘기해 보겠다.

우리는 모두 외모지상주의자다.

(계속)

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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