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실패 x 실패 = 통찰력

여행의 의미를 체험케 해 준 것은 북유럽이었다. 언제나 눈치를 봐야 하고, 남들보다 잘 되는 것에서 만족을 찾아야 하는 한국에서의 삶이 반드시 정답은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여행자의 감상은 언제나 착각을 동반하게 마련이겠지만 그 곳의 국민들은 눈치 보는 법을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분위기도 마찬가지였다.

자유와 안식의 분위기가 음악처럼 감돌던 스웨덴에서, 그러나 나를 진정으로 깜짝 놀라게 했던 곳은 따로 있었다. 전함 바사호 박물관이다. 별 기대 없이 들어갔던 이 박물관에서 완벽한 역습을 당한 셈이다.

 

1625년에 건조되어 1628년 8월 10일, 처녀항해와 동시에 침몰한 스웨덴 왕실의 전함 바사호(The Vasa)는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전함이다. 국력 과시를 목적으로 배 위에 지나치게 많은 대포를 올려놓은 것이 결국 침몰의 단초가 되었다. 한 마디로 부실공사. 하지만 400년이 지난 지금의 시점에서 돌아보기엔 그 부실공사가 볼거리의 가장 큰 요소가 되고 있으니 인생은 새옹지마다. 바사호 작업으로 침몰선 인양기술에 비교우위를 갖게 된 스웨덴은 한국의 천안함 인양 작업에도 참여했다.

총 7층으로 이뤄진 바사박물관에 들어가면 실제 침몰했던 바사호가 그대로 들어가 있다. 즉, 박물관 안에 배를 들인 것이 아니라 배를 기준으로 박물관을 건립한 형국이다. 인양 당시 발견된 유골은 물론이고 지금의 안온함과는 거리가 먼 17세기 스웨덴의 화려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거대한 스케일에서 한 번, 작은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에서 또 한 번 놀라게 되는 ‘스웨덴 여행 시 방문목록 1순위’의 명소다.

실패를 성공으로 삼은 건 스웨덴만의 전매특허는 아니다. 2012년은 타이타닉호 침몰 100주년이다. 이를 기념(?)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는 지난 3월 31일 타이타닉 박물관이 개관했다. 개관 전부터 10만 장의 입장티켓이 판매됐을 정도로 기대치는 높았다. 바사박물관의 경우처럼 배의 실제 크기를 기준으로 삼기엔 타이타닉호는 너무 크고 규격화된 호화유람선. 재미의 중점은 첨단기술로 복원해 낸 사건 당시의 생동감에 맞춰져 있는 모양이다.

실패한 프로젝트만이 아니라 실패한 사람에 대한 박물관도 있다.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미국 역사상 유일무이하게 사임한 대통령 닉슨의 박물관이다. 소련 방문, 닉슨 독트린, 핑퐁 외교, 달 착륙 등 알고 보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국면에 서 있었던 것이 닉슨이다. 역사가 워터게이트의 어두운 결말만을 기억하게 될 것을 두려워한 지지자와 후원자들이 닉슨에 대한 균형 잡힌 평가를 위해 건립한 박물관이다. 알고 보면 완벽하게 성공한 정치인도 완벽하게 실패한 정치인도 없을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실패에도 종류가 있다. 작은 실패는 마음의 상처로 남을 뿐이지만 실패의 제곱에 해당하는 커다란 실패는 또 다른 시작의 단초가 될 때도 많다. 핀치에 몰린 인간의 위기감이 부활의 의지와 결합할 때, 그 결합은 통찰력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실패의 진정한 의미는 ‘실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패’가 되는 게 아닐까.

1983년에 출생한 자칭 “서른 살의 자유주의자”.
'유니크', '연애의 뒷면' 등 두 권의 책을 저술한 작가.
'미래한국', 'StoryK'를 포함한 각종 매체에 글을 기고하는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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