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김정훈의 사운드 오브 뮤직] (2) 한국의 몽트뢰 '서재페'…또 내한하겠다는 하바스의 약속

“지금 세 번째 스튜디오 앨범을 작업하고 있어요. 음반이 나오면 또 한국에 와서 공연할께요.”

리앤 라 하바스(Lianne La Havas). 기타 하나만 갖고 공연장을 장악해버린 재능 많은 뮤지션. 지난 27일 오후 4시 서울재즈페스티벌(이하 서재페) 무대에 오른 그는 관객들이 공연을 즐기자 한국을 다시 찾겠다고 팬들에게 약속했습니다.

하바스는 2011년 첫 음반(EP)을 내고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정규 음반 2장(‘Is Your Love Big Enough?’, ‘Blood’)을 발표한 경력이 짧은 여가수죠. 한국에선 낯선 이름의 뮤지션이지만 공연을 본 사람들은 순식간에 그와 친해졌습니다. 공연 중 마이크를 관객 쪽으로 돌렸는데 처음 와본 서울의 젊은이들이 자기 노래를 따라부르자 놀랍다는 표정도 지었지요.

공연 내내 관객과 소통하며 라이브를 선보인 하바스의 모습에 공연장을 찾은 이들도 박수와 환호로 화답했습니다. 어쿠스틱 기타 선율에 별다른 악기없이 하바스의 보컬만 얹혀진 노래들은 올림픽공원 88잔디마당에 강한 울림을 전했습니다.

패션쇼에 나오는 모델을 연상시키는 듯한 파격적인 의상도 화제였지요. 20대 여성 관객들조차 “너무 섹시하다” “와 정말 잘한다” “매력적이야” 등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더군요. 하바스는 “내 음악을 듣고 즐겨줘 감사드린다”며 약 80분간 ‘Green & Gold’ ‘Midnight’ 등 직접 쓴 노래를 선사하고 무대를 내려갔습니다.

하바스는 영국 런던에서 온 27세 흑인여성 싱어송라이터로 허스키한 보이스에 브리티시 소울을 담아냅니다. 1988년 여름 넬슨 만델라의 7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콘서트에 첫 등장해 세계인의 기억에 자리한 트레이시 채프먼 이후로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흑인 여가수들은 더러 있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도 인디아 아리, 코린 배일리 래 등이 한국 팬들에게 널리 이름을 알려지요. 하바스도 선배 음악가들의 뒤를 이을 재능 많은 여가수였습니다. 서재페 무대를 본 사람들은 하바스의 가치를 잘 알테니까요.

올해 11회째를 맞은 서재페는 이제 한국을 대표하는 재즈 페스티벌로 자리를 잡은 모습이었습니다. 첫 날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자그마치 2만명이라고 하네요. 자미로콰이가 공연을 앞두고 건강 문제로 불참한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여전히 서재페는 5월의 마지막 봄을 즐기려는 인파들로 북적거렸습니다. 과거 록이나 헤비메틀 공연장은 남성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 음악 페스티벌의 흥행을 이끄는 건 단연 여성들입니다. 공연장을 찾는 여성들이 없다면 아마 최근 이틀간 10만명을 끌어모은 콜드플레이의 흥행 성공이 과연 가능했을까요.

세계적인 음악 축제인 스위스의 ‘몽트뢰(Montreux) 재즈 페스티벌’은 재즈 팬들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공연입니다. 이 페스티벌을 보기 위해 스위스행 비행기 티켓까지 끊어서 가는 음악 팬들도 있죠. 1967년부터 시작된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은 한달 중 절반이 공연기간으로 수많은 뮤지션들과 전세계에서 온 관객들이 함께 어우러져 페스티벌을 즐깁니다. 팝음악 거장 퀸시존스는 몽틔뢰 페스티벌의 기록을 두고 “재즈와 블루스, 록을 포함한 음악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기념비”라고 평가했지요.

서재페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처럼 규모가 크지 않고 방한하는 해외 아티스트 숫자도 작지만 넓은 잔디밭과 그늘진 숲속에서 재즈 음악을 라이브로 듣을 수 있다는 게 비슷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야외와 실내 공연장을 번갈아 가면서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을 찾아서 본다는 재미도 더해져 지산밸리록 페스티벌과 함께 국내 공연 문화를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서재페는 그동안 기라성 같은 재즈계 뮤지션들이 많이 다녀갔습니다. 허비 행콕, 칙 코리아, 존 스코필드, 팻메스니, 죠수아 레드맨, 크리스 보티, 제이미 칼럼 등이 한국을 찾았습니다. 올해 행사엔 영국의 신스팝 듀오 혼네, 타워 오브 파워, 스탠리클락, 다이앤 리브스 같은 베테랑 재즈 가수들까지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혼네는 자미로콰이가 불참해 이틀간 공연을 했습니다. 얼마 전 콜드플레이도 한국 팬들이 공연을 보겠다고 줄을 쓰자 이틀간 공연을 했지요.

라이브는 음반으로 듣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음악 팬들은 가수와 소통하기 위해 공연장을 찾고, 무대 위 음악가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팬들이 있기에 기여코 무대에 오릅니다.

 

김정훈 lennon@hankyung.com

필자는 한경닷컴 뉴스국에서 자동차 업종을 취재하고 있다. 자동차 드라이브를 무척 좋아하지만 음악과 공연을 더 즐긴다. 스내커 코너를 통해 음악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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