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훈의 사운드 오브 뮤직] (1) 미국 젊음의 목소리 '모타운'

입력 2017-05-16 14:22 수정 2017-05-16 15:27
'모타운'은 왜 젊은 미국의 사운드가 됐을까

 

모타운(Motown). 20세기 서구 대중음악 역사에서 반드시 챙겨야 할 이름입니다. 왜? 위대한 팝아티스트들을 여럿 배출한 데다 팝역사를 빛낸 수많은 명곡을 만들어낸 '히트곡 공장'이기 때문이죠. 모타운은 흑인음악을 상징하는 레이블입니다. 그러면서도 '모타운 스타일'을 지칭하는 하나의 장르로 정착했습니다. 팝송을 좋아하는 음악 애호가라면 반가운 이름인 다이애나 로스, 라이오넬 리치, 스티비 원더, 마빈 게이, 스모키 로빈슨, 마이클 잭슨 등이 바로 모타운과 한솥밥을 먹은 흑인 가수들이죠. 마이클 잭슨의 경우 성인이 되기 전 잭슨파이브 시절과 청소년기에 모타운에서 활약했습니다.


사진:마빈게이와 스티비원더

 

유명 가수들의 음반을 발매하고 그들을 스타덤으로 이끈 모타운은 국내 가요계로 비유하자면 SM, YG, JYP 같은 곳이랄 수 있습니다. 흑인음악 추종자였던 박진영은 모타운에서 영향받은 음악적 자양분을 자신의 음악은 물론 소속 가수들의 음반에 담아냈죠. 모타운은 미국의 자동차 빅3(GM·포드·크라이슬러) 본사가 있는 디트로이트에서 1959년 설립됐습니다. 자동차 도시를 뜻하는 '모터 시티'에서 회사 이름을 따왔지요. 레이블 설립자였던 당시 서른살 흑인청년 베리 고디는 그 전에 포드자동차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한 인물로, 그가 모타운이란 이름을 사용한 배경은 쉽게 납득이 갑니다.


출처:(주)태림스코어

 

최근 출간된 '모타운: 젊은 미국의 사운드(The Sound Of Young America)'라는 제목의 책은 흑인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반가운 번역서입니다. 모타운을 지구촌에 알린 그 시절, 히트곡 대부분이 배출됐던 1960년대와 1970년대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이 때는 소속 아티스트들이 10대 혹은 20대 나이였죠. 모타운이 탄생시킨 히트곡은 결국 '젊음의 사운드'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스티비 원더는 스무살 전후로 창작욕이 가장 왕성했지요. 'Music of My Mind'(1972) 'Talking Book'(1972) 'Innervisions'(1973) 'Fulfillingness' First Finale'(1974) 'Songs in the Key of Life'(1976) 등 그가 1970년대 남긴 5장의 음반은 그래미상 '올해의 앨범'을 3차례 석권했으며 대중음악사를 대표하는 명반으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음악광'으로 유명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스티비 원더가 연달아 발표한 5장의 앨범은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 강조했지요.

책은 모타운을 다룬 '최고의 시각적 역사책'이라 평가될 만합니다. 1960~7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모타운 가수들의 이야기만 다루고 있는 건 아닙니다. 현재 모타운의 저작권을 갖고 있는 유니버설뮤직에서 특별 허가를 받고 회사의 내부 자료실에서 가져온 엄청난 양의 사진과 각종 그래픽, 디자인 시각 자료를 수록하고 있습니다. 모타운이 들려준 메시지는 바야흐로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었습니다. 1967년 디트로이트 폭동과 베트남전쟁 당시 모타운 소속 아티스트들은 흑인 인권과 반전 등을 노래했습니다. 음악으로 흑백 인종 갈등을 치유하고자 했으며 실제로 많은 백인 청중들이 모타운 사운드에 열광했지요.

음악평론가 임진모는 추천사에서 비틀스도 그들의 음악에 매료됐다면서 "흑인 공민권운동의 음악버전으로 모타운이 거둔 높은 대중성은 백인 지배에 신음한 흑인들이 수동성을 벗고 스스로 음악자본을 형성하려는 자주와 자강과 맞물리면서 엄청난 파괴력을 발휘했다"고 평가했습니다. 1959년 레이블이 설립되고 난 2년 뒤인 1961년 모타운의 첫 번째 빌보드 1위곡 'Please Mr. Postman'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히트곡이 나왔습니다. 베리 고디는 1988년 자신이 40년 가까이 키워왔던 회사를 MCA와 보스턴 벤처스에 매각했으며 그때까지 모타운의 수익은 최소 10억 달러(약 1조1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모타운이 히트곡 판권만 1만5000곡에 달하지요. 모타운은 1994년 폴리그램을 거치고 지금은 대형 유통사 유니버설뮤직이 소유하고 있습니다.

뮤지션 나얼은 "책은 아직 그들과 그들의 음악이 세상에 알려지기 전, 얽히고설킨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놀랍고 흥미진진하다. 그것도 아주 디테일하다"고 밝혔습니다. 가장 권위있는 미국 록잡지 '롤링스톤'이 2000년대 들어 '위대한 100명의 아티스트'를 선정한 목록을 보면 스티비 원더가 15위, 마빈 게이가 18위, 스모키 로빈슨(앤더 미라클스)가 32위에 올라있습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500장의 명반 리스트에는 마빈 게이의 1971년작 'What's Going On'이 당당히 4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요. 작품은 베트남 전쟁의 끝이 보이지 않던 때 반전과 인권, 평화를 향한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를 노래했습니다. 모타운과 마빈 게이를 반드시 챙겨 들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책은 모타운의 영업을 책임진 회사내 2인자였던 바니 에일스와 음악평론가이자 빌보드 편집장을 역임한 애덤 화이트가 공동 저술했습니다. 바니 에일스의경우 베리 고디와 달리 음악 팬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고 보면 모타운을 대표하는 내부자로 사람들이 음반을 듣게 하고 회사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임무를 맡았던 인물입니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모타운은 내 인생 최고의 시절"이라면서 "50년 이상 지속된 베리 고디와의 우정은 지금까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김정훈 lennon@hankyung.com
필자는 한경닷컴 뉴스국에서 자동차 업종을 취재하고 있다. 자동차 드라이브를 무척 좋아하지만 음악과 공연을 더 즐긴다. 글방을 통해 음악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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