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글씨의 동안과 노안의 법칙

사람은 자신이 보고 있는 특정한 형태나 무늬를 인체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성향이 있다

이를 인체 모방 형태(Anthropomorphic Form)라고 하는데,

어떠한 대상이 인체와 유사할 때 더욱 집중력을 높여주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성향을 말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한 디자인은 19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여성의 허리를 연상하게 하는 메이 웨스트(Mae West)라는 불린 코카콜라 병으로부터

수많은 디자인에 사용되었는데 캘리그래피에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전통서예와 달리 캘리그래피는 콘셉트를 살리는 주목성과 함께

강력한 메시지 전달력을 가지고 소비자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많은 캘리그래퍼들 또한 인체 모방형태를 글꼴 디자인에 적용한다.

화선지의 우연한 번짐으로 인해 만들어진 선의 형태나 글씨를

사람들은 인체나 표정과 유사하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캘리그래퍼들은 의도적으로 인체를 닮게 글씨를 쓰기도 한다.

글꼴을 인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면 당연히 글씨에도 동안과 노안의 법칙이 존재한다.

콘셉트에 따라 글씨가 어려 보이거나 성숙해 보이게

부드럽거나 때로는 강해 보이고 위엄있게 변신할 수도 있다.

웃는 표정과 입 모양을 모방한 글씨의 예 ⓒ더캘리_ http://www.thecalli.com

 

사람들은 어려 보이거나 혹은 성숙해 보이기 위해

무의식적이거나 의식적으로 외모를 꾸미고 행동한다.

여성의 경우 화장법 외에도 천진난만한 말투나

발랄한 행동 그리고 밝게 자주 웃을 때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

흥미롭게도 여성들은 성숙해 보이는 남성을 선호한다는

스코틀랜드의 Abertay Dundee 대학의 2010년 연구발표도 있었는데

동안인 남성들은 성숙한 인상을 주기 위해 짧게 턱수염을 기르거나

중후한 느낌의 옷을 골라 입기도 하고 적당한 근육과 운동으로

남성미를 강조하기도 하기도 하는데 이런 것과 비슷하게

글씨도 상황에 따라서 다른 느낌으로 바뀔 수 있다.

헐리우드 배우 연상연하 커플 Joe Manganiello &Sofia Vergara ⓒgoogle

 

강의를 하다 보면 유난히 귀여운 필체를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는데

대체로 옷의 스타일이 귀엽거나 행동이나 말투가 애교스럽다.

게슈탈트 심리 치료학자 펄스(pulse)는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지금 그리고 여기로부터 정의된 이미지에 대한

자신의 의미를 발전시키는 과정’이라고 했다.

캘리그라피도 입문자들은 글씨를 그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사람들은 캘리그래피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하거나

다양한 감정을 감성적으로 이미지화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다.

여성들은 강한 모성본능으로 비교적 귀여운 글씨를 선호하는데

필체가 귀여운 사람이 아니더라도 초성을 크게 쓰고

종성을 작게 쓰는 가분수의 글꼴 형태는 신장의 길이에 비해

머리와 상반신이 큰 유아의 인체의 비율을 떠올리고,

성인이 유아를 내려다보는 앵글 구도와도 유사한

이런 특징적인 면은 모성 본능이 강한 여성 소비자나 아동의 정서와

상호 작용하여 감성적으로 호소하는 결과를 낳게 되고

콘셉트와 잘 맞을 때 그 글씨를 오래 기억하게 한다.

초성이 큰 글씨 & 종성이 큰 글씨  ⓒ더캘리_ http://www.thecalli.com

 

하지만 캘리그래피는 귀여운 콘셉트와 거리가 먼 경우가 더욱더 많다.

글의 내용에 따라 성숙한 느낌의 글씨가 어울릴 때는

초성을 작게 쓰고 모음이나 종성을 크게 쓸 때 글꼴이 힘이 있어 보인다.

이런 글씨는 마치 로앵글(Low camera angle)로 카메라가 피사체보다 낮은 위치에서

촬영을 해서 아래에서 위를 쳐다보는 느낌을 주는 효과와 흡사하다.

원근법에 의해 마치 글꼴의 상부가 작게 보이는듯한 효과는

글꼴 크기의 느낌을 극대화해 심리적으로 강한 힘과 지배력을 느끼도록 유도한다.

초, 중, 종성 간의 크기에 대한 비율로 글씨에 다양한 느낌을 주는 것은 쉬우면서도 효과적이다.

하지만 지나친 사실적인 묘사는 장난스러워 보여 효과적이지 못할 때도 있다.

절제된 표현의 모호한 형태가 더욱 집중력을 높이고 매력적으로 보인다.

여성의 곡선적인 신체를 연상시키는 유연한 글씨,

때로는 남성의 각진 신체나 공격적 성향을 연상시키는 글씨,

유아를 연상시키는 둥글고 가분수적인 형태의 글씨 등

보는 사람의 주의를 집중시키고 정서적 교감을 높일 수 있는

인체 모방 형태의 사용은 글씨를 보는 이와

시각적 메시지의 관계를 형성하는 수단으로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종성의 비율을 크게 한 글씨의 예 ⓒ더캘리_ http://www.thecalli.com

 

초, 중, 종성 간의 비례에 따라 귀여워 보일 수도 있고,

성숙해 보일 수도 있으며 위엄있게 보일 수도 있다.

자신의 필체를 벗어나서 콘셉트에 맞는 글꼴을 쓰고 싶다면

재미있게 시도해볼 수 있는 글씨의 법칙이다.

같은 느낌의 글씨에 정체되어있다고 느껴진다면

기존의 쓰던 방식과 질서를 파괴하고 원하는 비율을 계획해서

형식과 틀을 허물어 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리고 새로운 글꼴을 발견한다면 그 기분은 아마도

낯선 여행지에 맞는 새벽 공기처럼 신선할 것 같다.

 

 Dreamghapher 정경숙

블로그: http://thecalli.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kyungsuk.jung.9

정경숙은 독학캘리그라피 등의 책을 썼고, 청강문화산업대 등 외래교수로 활동,
아모레, 우리은행, 삼성병원, GS글로벌 등 다수 기업에서 강의했고, 대표작품은 영화_그랜라간, 책_조선의 사계, TV Title_온에어대한민국, 광고_GS 홈쇼핑 쇼미더트랜드 등이 있다.

마음속 푸른꿈을 먹물로 새기는 Dreamghapher 정경숙은
독학캘리그라피 등의 책을 썼고, 청강문화산업대 등 외래교수로 활동,
아모레, 우리은행, 삼성병원, 롯데백화점 등에서 캘리스토리텔링 강의를 하고, 대표작품은 영화_그랜라간, 책_조선의 사계, TV Title_철밥통은가라, 광고_GS 홈쇼핑 쇼미더트랜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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