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지혜 / 발타자르 그라시안 지음 / 둥지



 ‘지식은 용기가 뒷받침될 때 위대함, 곧 불멸을 낳는다. 성찰과 의지의 관계는 눈과 손의 관계와 같다. 용기가 없는 지식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쉬운 일은 어려운 일처럼, 어려운 일은 쉬운 일처럼 하라. 전자는 자부심이 우리를 나태하게 만드는 걸 막고, 후자는 소심함이 용기를 뺏는 걸 막는다.’

우리 모두 묻는다. 어떻게 해야 인생의 꼭짓점을 높이고,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며 살 수 있을까. 행복하고 성공적인 삶을 위해 명심해야 하는 건 무엇일까. 발타자르 그라시안(1601~1658)의 《세상을 보는 지혜》는 이 같은 궁금증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답을 제시한 인생 지침서다.

스페인의 작가 겸 철학자 그라시안의 초판이 나온 게 1647년. 후대의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가 감탄 속에 추리고 엮은 걸 보면 세상살이에 필요한 덕목과 도리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모양이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변덕스러운, 불완전한 존재란 전제 아래 쓰인 내용은 21세기 독자의 가슴도 찌른다.

‘윗사람을 능가하려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모든 뛰어난 것은 미움받게 마련이다. 신중하다면 속물들이 내세우는 장점을 감출 것이다. 때론 태만한 것도 괜찮다. 타인의 질투는 비열한 패각 추방을 부를 수 있다. 질투는 완벽한 자의 무과실 자체를 과실로 간주한다. 악의를 달래 그 독소가 터지지 않게 하라.’

그라시안은 용기와 겸손의 중요성을 얘기하는 한편 침묵의 효용에 대해 강조한다. ‘소수처럼 생각하고 다수처럼 말하라. 물을 거슬러 헤엄치려 하면 위험에 빠지기 쉽다. 사람은 누가 자기 의견에서 벗어나면 모욕으로 간주하고 저주를 내린다. 지혜로운 자는 침묵의 성역으로 몸을 숨긴다.’
사물은 내적 가치만으로 족하지 않은 만큼 자신을 돋보이게 만들고, 가끔은 거절하되 정중해야 한다고 조언한 그는 또 화를 내되 적절히 멈출 줄 알고, 무엇보다 우둔한 자를 참을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지식이 늘수록 인내심이 부족해지기 쉬운데 지혜의 절반은 참는 데 있다는 것이다.

 거짓말은 금물이지만 그렇다고 진실을 다 말해서도 안된다는 대목은 섬뜩하다. ‘진실을 다 말하는 건 심장의 피를 다 뽑아내는 것과 같다’는 대목에 이르면 더 그렇다. 그는 또 무엇을 얻으려면 그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것도 방법인 만큼 적당히 무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망각에 버금가는 복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너무 많은 생각에 짓눌리면 바보가 된다는 말과 함께 언제든 끝을 떠올리란 얘기는 한시도 잊기 어렵다. ‘끝을 생각하라. 환호의 문으로 들어섰다 통탄의 문으로 나오기 십상이다. 그러니 들어설 때의 갈채보다 나올 때의 행복을 생각하라. 매사에 적당히 나눌 줄 알면 즐길 수 있다. 많은 경우 인생보다 행운이 먼저 끝난다.’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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