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전신화상에 30차례 수술 고통…그래도 삶은 `선물` 이었다

지선아 사랑해 / 이지선 지음 / 문학동네
 
 ‘눈꺼풀이 다 타버려 눈을 감을 수도 없고, 피부가 없는 얼굴에서 흘러나온 진물이 늘 눈에 고여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날벌레 한 마리가 진물이 고인 눈가에 내려 앉았습니다. 고개도 돌릴 수 없고,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고, 눈을 깜박거릴 수조차 없어 누군가 와서 벌레를 쫓아주기 전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먹먹하다. 《지선아 사랑해》는 2000년 7월 타고 있던 자동차가 음주운전 차에 받혀 불타면서 얼굴 등 온몸에 중화상을 입었던 이지선 씨의 부활록이다. 예쁜 모습 간 데 없이 숯덩이처럼 변한 뒤 수술만 30여번 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선물’이란 고백은 툭하면 내뱉는 ‘힘들다’가 얼마나 사치스런 투정인지 일깨운다.

사고 후 10년에 걸친 그의 삶은 한 인간의 의지와 가족의 사랑이 어떤 기적을 만들어내는지 보여준다. ‘68일 만에 걸음마 열 번을 뗐을 때 온가족은 뛸 듯이 기뻐했습니다. 그런 상황이라면 매일 울고만 있을 것 같겠지만 정작 그 고난의 한복판에 있던 우리 가족은 사소한 일에도 크게 웃고, 작은 변화에도 많이 감사하며 견뎠습니다.’

말이 그렇지 그의 하루하루는 고통의 연속이었다. ‘처음엔 말끔하고 편안했던 이식 피부들이 시간이 흐를수록 뒤틀렸습니다. 목 피부가 당겨와 턱이 없어진 지 오래고, 등을 바로 세울 수 없어 등받이 없는 의자엔 잠시도 앉아 있을 수 없었습니다. 서로 당기는 피부의 힘 때문에 고개를 들 수 없었고 척추도 점차 휘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벗어난 건 조직확장술을 받은 뒤. 그는 당시 수술을 담당한 일본 후쿠시마 현립의대 형성외과 우에다 가쓰키 교수에 대한 고마움을 이렇게 적었다. ‘선생님은 저를 수술 대상이 아닌 사람으로 대해 주셨습니다. 그동안 보아온 의사들과 달리 제 온몸에 남아 있는 수술 흔적에 대해 조심스럽고 예의를 갖춰 동의를 구하셨습니다. 하루 수십 명의 환자를 대하는 의사의 얼굴에서 그런 표정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받았습니다.’

세 번의 수술 끝에 똑바로 눕고 앉을 수 있게 되자 그는 혼자 미국으로 떠났다. 모두들 끝났다던 인생의 바닥에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국에서의 공부 과정은 그가 어떻게 보스턴대(재활상담)와 컬럼비아대(사회복지)에서 두 개의 석사 학위를 받고 UCLA 박사 과정에 합격할 수 있었는지 알려준다.

 ‘오만가지 핑계를 대도 결국은 더 자고, 더 놀고 싶은 나와의 싸움이었습니다. 날마다 계획을 세우지만 날마다 후회하고 다짐하고 무너지는 자신을 수없이 보았습니다. 그래도 한두 번 이기고 나니 그 승리감을 다시 맛보고 싶어 더 노력하고 참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덧붙인다.

‘그 누구도 그 어떤 삶에도 죽는 게 낫다는 판단은 옳지 않습니다. 힘겹지만 오늘의 소중함을 알고 살아내는 이들의 인생을 뿌리째 흔들어 밟는 그런 생각은, 그런 말은 옳지 않습니다. 틀렸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습니다.’ 살아봐야겠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35년반의 언론인 생활 끝에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나이에 상관없이 지금이 화양연화요,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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