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큰 요즘이다. 그만큼 복장 선택이 애매한 때다. 며칠전, 퇴근 후 중요한 모임도 있어 칙칙한 무채색의 콤비재킷 보다는 환하고 말쑥한 차림을 하고 싶었다. 옷장을 열어 이리저리 뒤적여 보았지만 딱히 입을 만한 옷이 없다. 옷장에 옷은 가득한데도 말이다. 행거에 걸린 옷들을 꼼꼼하게 살펴 보았다. 놀랍게도 내가 입었던 옷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몇년째 단 한번도 입지 않은 채 보관되어 온 옷들이 태반이다. 그동안 자주 입던 옷만 습관적으로 꺼내 입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주말 산행 때도 마찬가지다. 나름 트레킹 매니아라 자부하며 등산복도 이것 저것 구색을 갖추고 있었으나 겨우내내 입고 다녔던 겉옷은 기능성 재킷 단 한벌로 ‘교복’이 무색할 정도였다. 이렇듯 옷장 안에서 잠자고 있는 많은 옷가지들을 보며 “언젠가는 입겠지”라 생각하지만 “언제까지나 공간만 차지하는 짐”일 확률이 더 높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또하나, 많은 이들이 경험했을 법한 예를 들어보자. 아내와 함께 외출하기 전, 아내는 옷장 앞에 서서 “입을 옷이 없다”고 버릇처럼 말한다. 정말 입을 옷이 없어서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여러 벌을 꺼내 입었다 벗었다를 반복하다가 결국엔 맨처음 입었던 옷을 택한다. 실제로 쇼핑을 나가면 항상 가는 매장이 대체로 정해져 있다. 염두에 둔 브랜드 외엔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렇게 구입한 옷도 결국 이미 옷장 안에 잠자고 있는 것들과 비슷하다. 스스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옷의 폭이 대체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다수 사람들은 라이프 스타일 안에서 옷과의 만남이 의외로 경직되어 있는 편이다. 그래서 스타일리스트나 코디네이터 등 전문가가 지적하는 형태로 패션과의 새로운 만남을 가질 필요성이 대두 된 것이다.
이러한 발상에서 출발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의류 렌탈 서비스’이다. ‘렌트카’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하듯 그러한 시스템이 의류시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의류 렌탈’이 생소한 비즈니스는 아니다. 웨딩드레스를 비롯해 상복, 졸업식 가운, 면접 정장 등 부분적으로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일상화로 소비자와 옷과의 관계는 급속도로 스마트화 되고 있다. 예복만이 아닌 출퇴근 정장류에서부터 캐주얼의류에 이르기까지 렌탈 의류가 한층 다양해지고, 서비스의 형태도 날로 기발해지고 있다. 일본의 경우다. 미니멀리즘이 생활화된 일본인들에게 의류 렌탈 서비스 확산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나 우리나라에도 조금씩 전파되는 추세다.
의류 렌탈 비지니스에 대한 기초자료를 챙기느라 분주한 지인을 만났다. 그는 “고객의 신체 정보가 핵심이다. 렌탈 후의 반응 등도 꼼꼼히 수집해야 한다. 고객 정보의 데이터화가 생명이기 때문이다. ‘입어 봤는데 색상이 마음에 안든다’며 매장에서 고객이 불만을 토로했을 때, 이러한 고객 취향을 판매원이 데이터화 하지 않아 곧바로 사라져 버린다. 바로 이러한 데이터를 디지털로 수집하고 그것을 인공 지능으로 해석해 내는게 중요하다. 고객 개개인의 정확한 취향과 패션 트렌드에 대한 전체를 동시에 파악해야 하고 그 데이터는 또 의류 생산 공정에도 활용될 수 있게끔 섬세한 준비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본의 현재 의류렌탈 시장규모는 약 1천억 원대에 불과하나, 최근 렌탈의류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있어 시장은 확대일로에 있다. 인터넷을 통해 매일 입는 평상복을 정액제로 무제한 빌릴 수 있는 서비스까지 등장했을 정도로 ‘의류렌탈 서비스’ 열풍은 거세다.
‘옷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입어 본 후 마음에 들어야 산다’는 기존 상식은 무너진지 이미 오래다. 그만큼 온라인 시장이 대세다. 여기에 또하나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인 ‘의류 렌탈 서비스’가 의류시장의 지형을 또 어떻게 바꿔 갈지 아직은 미지수다. 어쩌면 이제 머지않아 옷장을 제대로 비워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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