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종합장이 뭔가요?"

 

초등학생이 되어 학교 생활의 문법을 익히느라 엄마와 함께 좌충우돌 중인 아들.

초등학생이 되어 학교 생활의 문법을 익히느라 엄마와 함께 좌충우돌 중인 아들.

“요 앞 학교 준비물인 ‘종합장’이 뭔가요?”

입학식 날, 준비물이 빼곡이 적힌 가정통신문을 받았지만, 내용은 난해하기만 했다. ‘두꺼운 줄이 없는 종합장’. ‘줄이 두껍다는 건가?’ ‘종합장은 연습장이랑 뭐가 다르지?’ 만능 해결사라는 학교 앞 문방구에 들러 문의하니, 가로폭 부분 위쪽에 스프링이 달려 있고, 줄이 없는데 두께는 두터운 것이었다. 캐릭터 무늬가 그려진 종합장을 내밀며 “2,000원이예요”라고 하는데, 어쩐지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구입하지 않고 나왔다. 준비해야 하는 마감일인 월요일까지 시간이 좀 있었기에, ‘시장조사’를 좀 더 하고 사겠다는 요량이었다.

다음날인 금요일, 대형 마트에 들러 비슷한 스타일의 종합장 뭉치를 살까 하였지만, 두께가 얇고, 마음에 들지 않는 캐릭터로 10권이나 미리 사 둘 필요는 없을 듯 해 그냥 나왔다. 집 근처에 학교 앞 문방구보다는 조금 큰 전문 문구점을 방문했지만, 이미 종합장은 매진이었다. 다음날 입고된다는 소식에, 문구점 전화번호까지 챙겨 들고 집에 돌아왔다.

종합장이 입고된다는 토요일은 남동생의 결혼식 전날이었다. 일요일에 결혼식을 치루면 짬이 안 날 것이고, 또 종합장을 구하지 못하나 내심 걱정이 되었다. 같은 아파트, 동갑내기 친구의 엄마도 그날 대형 마트에 들렀지만, 종합장이 매진이라고 전화까지 왔던 터라 불안은 더 커졌다. 토요일 오후, 문구점에 전화를 넣어 종합장이 입고된 사실을 확인한 뒤 종합장을 구입해왔다. 함께 결혼식 준비를 하려고 집에 와 있던 여동생에게 종합장을 구하기 위해 며칠간 얼마나 헤맸는지 하소연을 하자, 여동생의 웃음보가 터진다.

스프링이 위에 달려 있는 종합장.

스프링이 위에 달려 있는 종합장. 이리저리 헤매다 겨우 구입했다.

“어머, 어떻게 종합장이랑 연습장을 몰라? 종합장은 위에 스프링, 연습장은 옆에 스프링.” 이미 초등학교 3학년, 6학년 아이의 엄마인 여동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재미있어 했다. 6학년짜리 조카도 이모가 재미있기만 한 듯 했다. 전문 문구점에서도 1800원에 구입했다는 내 말에, “그냥 학교 앞 문방구에서 사면 되는데…”라고 한다.

종합장 이해하기는 시작에 불과했다. 방과후 수업을 신청하는 방법, 방과후 수업에 아이가 이동하는 방법, 신발주머니를 가져가는 요일 등 학교 생활을 위해 익혀야 하는 문법은 넘쳐났다. 준비물을 사물함에 넣어두고 오라는 말을 깜빡하는 통에 아이는 기껏 준비한 준비물을 며칠간 성실히 집으로 가져오기도 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엄마가 할 일이 많다는 말을 귓등으로 흘렸는데, 대단한 공부를 해서가 아니라, 새로운 문화에 적응하고,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물건을 챙기고 행동하기 위한 적응 기간 때문인가 보다. 겨울 방학 기간 동안 책을 읽으며, 나름대로 초등학생 엄마로서 마음의 준비는 했다고 생각을 했었다. 이 기간 동안 아이가 세상은 살 만 하고 행복한 곳이라는 생각을 심어주도록, 너무 스트레스를 많이 주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의 나는 “색역필과 크레파스는 집에 가져오는 게 아니야. 사물함에 넣어두고 와” “오늘 신발주머니 갖고 오는 것 잊지 마” “지금 안 나가면 지각이야” 등 아이의 입장에서는 온갖 규칙을 갖다 대며 자꾸 혼내고 스트레스를 주고 있었다.

엄마들이 그런 상태라는 걸 선생님들은 이미 아시기라도 하는 걸까? 1주일간 생활한 뒤 금요일 가정통신문에는 아이들이 학교 생활을 잘 적응하고 있으니 칭찬해주라고 적혀있었다. 그래. 문법을 익히는 건 시간이 걸리는 법. “잘 하고 있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해줘야 겠다. 불안한 티를 내지 않는 프로 엄마가 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재원 문화평론가
한양대 실용음악과, 정보사회학과 겸임교수
전 텐아시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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