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스틸.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는 역사적인 판결이 내려졌다. 대통령의 역할과 임무에 관해 전국민이 지난해부터 각자 또 함께 번민하고 책임감을 느꼈을 터.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새삼 관심을 얻고 있다. 영화 속 대통령들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대통령

대통령의 인간적인 모습을 그린 영화에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챙기는 서민이 중심 축을 이룬다. 지난 2009년 개봉된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에는 김정호(이순재), 차지욱(장동건), 한경자(고두심) 세 명의 대통령이 생활하는 청와대가 배경으로 등장한다. 뜻밖에 로또에 당첨되어 속앓이를 하는 김정호 대통령부터 젊고 카리스마 넘치는 엘리트이면서 싱글인 차지욱 대통령, 평범한 남편 때문에 답답하기만 한 여자 대통령 한경자까지 각기 다른 성별과 색깔을 가진 가상의 대통령들이 연달아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국정을 챙기는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이라기 보다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과 다를 바 없는 인간적인 면모가 주로 조명되었다. 비자금을 챙기지 않고 평범한 국민처럼 매번 로또를 사는 김정호의 모습에서는 하루 하루 직장생활이 고되어 복권에 기대보는 서민의 마음이, 첫사랑에게 표현하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차지욱에게는 싱글의 고민이, 주책맞은 남편 때문에 한숨이 나오는 한경자에게는 워킹맘의 고뇌가 고스란히 묻어 있다.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에서 김정호 대통령이 로또에 당첨되는 장면.



국가를 책임져야 할 이들을 지나치게 평범한 인물로 그린 듯 하지만, 이들이 갖고 있는 인간적인 마음이 따뜻한 정책으로 정치에 반영되는 스토리로 구성되며 이상적인 대통령상을 그리는 영화다. 세 대통령은 모두 자신의 건강을 책임지는 청와대의 조리장 장기수(이문수)에게 슬쩍 찾아가 무거운 고민을 털어놓으며 민심을 읽어낸다. 차지욱은 국민을 사랑하기에 앞서 옆집의 배고픈 아이부터 챙기겠다는 마음을 드러내는 따뜻함과, “한국 정부를 우습게 보지 마시오. 굴욕의 역사는 가지고 있지만, 굴욕의 정치는 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줄 아는 강직함을 보여줬다.

영화 '굿모닝 프레지던트' 스틸. 답답한 남편으로 속앓이를 하는 여성대통령 한경자.



‘굿모닝 프레지던트’에는 청와대의 조리장이 대통령의 핵심 카운슬러로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지만,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2013년)는 아예 대통령의 집사인 세실 게인즈(포레스트 휘태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우연히 백악관 관료의 눈에 띄어 백악관에서 일하게 된 뒤, 1952년부터 1986년까지 무려 34년간 8명의 대통령을 수행한 집사는 흑인으로서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때로는 몸을 맡기고, 때로는 힘차게 나아간다. 흑인인권에 무관심했던 케네디 대통령이 인권 정책을 바꾸게 된다. 세실 게인즈는 백인 틈에서 묵묵히 일함으로써 흑인으로서 조용한 싸움을 시작하지만, 아들은 적극적인 행동으로 평등한 세상을 꿈꾼다.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 스틸.



#재난에 처하는 대통령

백악관이 외계인 혹은 테러리스트에 의해 붕괴되는 상상을 영상으로 구현한 영화들은 국가적 재난의 컨트롤 타워가 되어야 할 대통령이 재난 속에 들어가는 상황을 설정한다. 영화 ‘백악관 최후의 날’(2013년)은 북한 출신의 테러리스트가 백악관을 초토화시키고 대통령을 인질로 잡는 사건을 그렸다. 북한이 DMZ에서 도발을 하고 핵실험을 하며 미사일로 위협을 하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한국과 미국의 최고위급회담이 이루어지는데, 이 회담이 테러에 이용된다는 설정이다. 제라드 버틀러, 모건 프리만 등 쟁쟁한 배우들이 출연하지만, 북한 테러리스트가 ‘동해’를 ‘일본해’라고 말하는 등의 오류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미국 중심의 팍스 아메리카나를 굳건히 하기 위해 남북한의 냉전을 소재로 한 영화로 여겨진다.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 스틸. 위기에 처한 대통령.



영화 ‘인디펜던스 데이’(1996년)는 달의 1/4에 달하는 비행물체가 태양을 가리며 어둠에 싸인 지구의 위기를 다루는데, 비행물체에서 내뿜는 불기둥 때문에 워싱턴의 백악관, 이집트의 피라미드 등이 잿더미가 된다. 외계인으로부터 지구가 독립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그린 영화로, 백악관이 폭파되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백악관의 1/100 크기로 모형을 만들고 실제로 파괴를 시켰다. 지구의 위기까지도 구해야 하는 대통령의 막중한 책임을 가상의 사건을 중심으로 그려낸 SF 영화다.

영화 '엘비스와 대통령'에서 닉슨과 엘비스가 만나는 장면.



#희화화 대상으로서 대통령
대통령은 때로 영화 속에서 웃음의 소재로 활용되기도 한다. 현실성과 비현설성을 넘나들며 코믹 코드로 영상물에 등장하는데, 지난해 개봉작 ‘엘비스와 대통령’은 닉슨 대통령과 엘비스 프레슬 리가 함께 찍은 사진 한 장으로부터 둘 사이의 인연에 상상을 더해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다.

리처드 닉슨(케빈 스페이시) 대통령은 미국 FBI 정보국 요원이 되고 싶어하는 엘비스 프레슬리(마이클 섀넌)의 청을 접하고, 젊은이와 여성에 인기가 많은 엘비스를 활용하여 자신의 지지 세력을 구축하려는 야심을 채우려고 한다. 영화 배우로서 뛰어난 분장술을 가지고, 무술에 능한 엘비스 프레슬리와, 야심만만한 리처드 닉슨의 캐릭터를 살려 풍자와 해학을 이야기하고자 한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대통령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년)은 국민의 지지를 얻는 대통령 민욱(안성기)기 딸 영희(임수정)가 학교에서 문제를 일으키자 선생님 은수(최지우)에게 황조가 100번 쓰기 숙제를 받는 등 곤혹을 치루다 사랑에 빠지는 내용을 담았다.
이재원 문화평론가
한양대 실용음악과, 정보사회학과 겸임교수
전 텐아시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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