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상주 성주봉에 올라 '聖主'의 의미를 곱씹다.


경북 상주에 있는 성주봉에 올랐습니다. 성주(聖主)는 곧 성군(聖君)을 일컫지요. ‘덕이 많고 어진 임금’을 맞는 것도 백성들로선 큰 복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은척면 너른 들판을 내려다보면서요~

 


성주봉 자연휴양림 매표소를 통과한 버스는 널따란 주차장에 멈춰 산꾼들을 부려 놓습니다. 주차장 한 켠에 세워진 안내판 앞에 서서 코스를 가늠해 보고 있는데 등뒤에서 누군가가 “어라! 슬랩 구간이 폐쇄되었네~”라며 아쉬워 했습니다.

 


상주 성주봉은 해발 606m로 나지막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꾼들 입에 자주 오르내리는 것은 다름아닌 짜릿한 대슬랩 구간이 있기 때문이지요. 대슬랩 릿지를 기대하고 찾은 몇몇은 못내 서운한 표정입니다.

 


휴양림 내 아스팔트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왼쪽으로 등산로 표시 팻말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서 일행들은 잠시 우왕좌왕 했지요. 아스팔트길을 따라 조금만 더 올라가면 곧장 대슬랩으로 올라 붙는 길이 나오기에 갈등을 한 겁니다.

“이유가 있어 폐쇄했을 것이오, 아니면 안전상 문제가 있어 보수 중이거나… 그러니 안내에 따릅시다” 산대장의 말에 다수가 따랐습니다. 그러나 일행 중 둘은 기어이 슬랩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겠다며 이탈(?)했지요.

 


등로는 새롭게 정비한 듯 말끔했습니다. 성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에 올라서자, 잘 조성된 전망데크가 ‘쉬어가라’며 산꾼들을 멈춰 세웁니다. 데크에 서니, 저멀리 첩첩 산능선이 파장을 그리듯 너울대며 반깁니다. 발걸음 했던 어느 산일 수도, 아니면 언젠가는 걸음 할 산능선들이기에 가슴에 새기고서 다시 발길을 옮깁니다.

 


성주봉 조금 못 미친 등로 길목에서 ‘바위 속 샘물’을 만났습니다. 말 그대로 바위 속에서 샘물이 나와 오가는 산꾼들이 목젖을 축이기엔 더할 나위 없는 곳이지요. 나무 사다리를 타고 올라 바위 속으로 고개를 숙여야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곳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 ‘조자룡’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조자룡이 인근 칠봉산에서 무예를 닦다가 목마르면 이곳을 찾았다고 전합니다. 뭐 전하여 오는 ‘썰’이란게 대개 터무니 없긴 하지만 시공을 뛰어넘는 통 큰 썰이라 할 말을 잊었습니다. 사다리를 딛고 올라 바위 틈을 들여다 보았지만 샘물은 얼어붙어 맛 볼 수  없었습니다. 하여간 꺼리만 있으면 이야기를 부풀려 갖다 붙이는 선현들의 창의적 발상은 가히 매머드급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대슬랩 구간과 만나는 곳에 이르니 ‘출입금지’ 안내판이 내걸려 있습니다. 일부 산꾼들은 ‘출입금지’나 ‘등로폐쇄’란 안내판이 있으면 청개구리마냥 일부러 그런 곳으로 기어 들기도 합니다. 샛길인데다가 지름길이기도 하며 번잡하지 않다는게 그 이유인데, 자칫 정말로 혼자 조용하게 생을 앞질러 가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산 아래서 이탈해 대슬랩 구간을 택한 일행 둘이 먼저 산 정상에 올라 큰 목소리로 신호를 보내 왔습니다. 성주봉 정상을 100여 미터 남겨둔 지점에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서 역시 큰 목소리로 맞받았지요. 성주봉 전체를 오롯이 전세(?) 낸 듯 우리 일행 뿐이었기에 가능한 놀이였습니다.

 


‘聖主峰’이라 음각된 정상표시석이 둥그스름한 바위 위에 달랑 올라 앉았습니다. 마치 상투를 튼 거인의 머리통을 연상케 합니다. 가야 할 능선길도 눈에 담습니다. 정상 아래 안부에 빙 둘러앉아 산중오찬을 즐기고서 주능선길에서 약간 벗어나 있는 남산(821m)을 향해 걸음을 뗐습니다. 남산의 높이는 821m로 성주봉의 606m 보다 높으나 조망이 별로라서 성주봉에 주봉 자리를 내준 것이라 합니다.

 


성주봉은 그리 높진 않아도 노송과 기암이 조화를 이룬 매력적인 산입니다. 산색은 아직 겨울이지만 응달진 산골짝의 잔설이 맥없이 녹아내리는 걸로 보아 봄은 산골짝 아래 어딘가에서 대기 중인 듯 합니다. 재킷을 벗어 배낭에 구겨 넣었습니다. 방한복장이 부담스러우리만치 푹한 날씨입니다.

 


날씨가 좋아 넋을 놓고 걸었던 모양입니다. 남산 갈림길을 한참 지나쳤습니다. 어설픈 이정표도 갈림길을 무심하게 지나치는데 한 몫을 했지만 그보다도 맨 앞에서 걷다보니 좀 오버한 게 문제였지요. 하여 왼쪽 건너 남산은 바라다 보는 걸로 만족하고서 4코스 하산길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내려오는 능선길에서 고인돌바위도 눈사람바위도 만났습니다. 성주봉 아래 치마폭처럼 펼쳐진 대슬랩을 건너다 보며 성주봉자연휴양림으로 내려섰습니다. 200ha 규모의 자연휴양림은 산림내 힐링에 필요한 최소 시설만을 갖춰 주변 자연경관과 절묘하게 잘 어우러져 보입니다. 그렇게 원점회귀한 코스를 운동 앱 GPS 궤적은 위성지도 상에 커다란 나뭇잎으로 얹어 놓았습니다. 성주봉 산자락에도 이제 곧 떡잎이 나고 나뭇잎으로 자라 푸르게 푸르게 옷을 갈아 입겠지요. 봄이 오는 소리를 들으며 ‘덕이 많고 어진 임금’ 즉 ‘聖主’의 의미를 곰곰이 떠올렸습니다.

 

 

 

휴양림관리사무소->데크전망대->바위속샘물->대슬랩 갈림길->성주봉 정상->1하산코스갈림길->전망바위->2하산코스->남산갈림길->3하산코스->4하산코스->눈사람바위->휴양린내 정자->휴양림관리사무소(총 7.6km)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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