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어릴 적 무서운 경험

지금은 다양한 놀이문화가 있지만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대부분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여러 가지 위험한 놀이도 많이 했다. 그 당시에는 놀 수 있는 기구가 많지 않아서 학교 운동장에 선을 그어서 댕깡놀이, 오징어놀이 등 땅에 선을 그어서 하는 놀이를 하였다. 여름이 되면 한참을 걸어서 냇가에 가서 수영을 하기도 했다. 수영을 하면서도 누가 더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리는지 누가 더 멋있게 뛰어내리는지 내기도 하였다. 이런 것들이 그 당시엔 어린 마음에 남보다 내가 더 잘났다고 과시하는 방법이었다.

그 일이 있은 지 50년이 다되었지만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섬뜩한 일이 있다. 필자가 초등학교 4학년이던 어느 날 사촌 형과 동네 친구들과 함께 학교운동장에서 한참을 놀던 때였다. 놀던 중에 누군가가 운동장 중앙을 가로지르는 배수관을 발견하고 그 배수관을 통과해 보자고 제안하였다. 기어서 겨우 통과할 만한 작은 크기의 관이었고 배수관의 길이는 약 100미터쯤 되었다. 그 당시 5~6명이 함께 있었던 것 같다. 남이 하는 것을 안 하면 겁쟁이취급을 당하던 때라 같이 있던 친구들이 모두 하겠다고 하는데 혼자만 못하겠다고 할 수가 없어서 속으로는 겁이 났지만 나도 하겠다고 하였다.

나보다 한 살 많은 사촌 형이 앞장서겠다고 하였다. 그 다음에 다른 친구가 바로 이어서 출발하였고 나는 세 번째 출발을 하였다. 하수관이 작아서 막상 들어가니 몸이 관에 거의 꽉 끼었다. 바로 뒤에 다른 애들 둘이 내 뒤를 따라왔다. 처음에는 앞에서 가는 속도에 맞춰서 조금 빠르게 출발하였다. 그러나 몸이 관에 꽉 끼어서 움직이다 보니, 얼마 지나서 지쳐서 빨리 갈 수가 없었다.

제일 앞에 가는 형은 멀리 앞에 출구가 보여서 그나마 덜 무서웠겠지만 세 번째로 출발한 나는 앞이 깜깜하여 하나도 안보여서 더 답답하였다. 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출발한지 얼마 안 되어 좁은 공간에서 움직이다 보니 쉽게 지쳐서, 앞에서는 빨리 가지 못하고 뒤에서는 빨리 가라고 밀어대면서 그 안에서 울면서 큰소리를 치니 그 배수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관이 작아서 뒤로 갈 수도 없었고, 뒤로 가기엔 너무 많은 시간이 들 것 같았다. 이러다가 밖으로 빠져 나가지도 못하고 그 속에서 죽을 수가 있다고 생각하니 엄청난 공포가 밀려왔다. 계속 맨 앞에 있는 형보고 얼마나 남았느냐고 소리쳤다. 그런 공포의 시간이 흐르고 흘러 온 몸은 땀과 눈물로 범벅이 되어 마침내 그 관을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몸에 소름이 돋는다. 왜 그런 무모한 짓을 큰 생각 없이 저질렀을까 생각해본다. 그 관을 다 통과해서 끝까지 갈 수 있었으니 다행이지 중간에 다른 오물로 막혀있었던지 마지막에 무엇으로 막혀있었더라면 우리는 꼼짝없이 거기서 죽었을 것이다. 오래 전에 뉴스에 나온 개구리를 잡으러 갔다가 행방불명된 개구리 소년들도 이와 비슷한 사유로 죽었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어린 아이들은 그러한 것을 경험해보고 나서야 그게 그렇게 위험한 것을 알게 된다. 요즘 아이들은 그런 무모한 놀이를 안 하겠지만, 혹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그런 곳에는 꼭 안전장치를 해놔야겠다. 요즘에도 다양한 사건사고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이런 곳은 없는지 잘 살펴서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최기웅 20170308 (kiung58@empal.com)

고려대 교육대학원에서 HRD를 공부했으며, 쌍용자동차 총무팀장, 인재개발팀장을 거쳐 현재 영업서비스 교육팀 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그동안 '감성 칼럼니스트'로 사내외에서 리더십, 변화관리, 고객만족 등의 다양한 강의활동해오고 있다.
지은책: 내 마음의 한그루 感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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