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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글링 육아]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아이가 3년간 다닌 유치원. 사진=이재원.

아이가 3년간 다닌 유치원. 사진=이재원.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했다. 100년의 역사에 대한 믿음 보다는, 엄마의 일터와 가깝다는 이유로 택했던 유치원이었다. 어떤 엄마들은 재수, 삼수를 해서 입학할 정도로 선망한 유치원이었지만, 나는 지오가 다섯 살에 합격-이라고 해 봐야 전적으로 운에 의지하는 뽑기-하고도 다닐까 말까 고민했고, 다니는 3년 내내 힘들다고 투덜댔던 것 같다.

나의 불평은 다양했다. 셔틀 버스가 없다, 일찍 끝난다, 방학이 길다, 바자회가 힘들다 등. 하지만, 막상 졸업이 다가오자 마치 내가 졸업하는 마냥 서운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3년이면 중학교, 고등학교와 맞먹는 기간 아닌가. 시원섭섭할 만한 기간이다. 시원함이 클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헤어지는 아쉬움이 더 컸다. 돌아보면, 그 모든 불평을 감수하고도 왕복 2시간씩 날마다 통학을 했던 이유는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가 평생 알아야 할 것들을 가르쳐주는 믿을 수 있는 교육이었다. 날마다 마당놀이를 하고, 방 안 놀이를 하며 즐겁게 노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안에 체력이나 지적인 면은 물론이고, 사회성까지 두루 학습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이다.

아이가 3년간 다닌 유치원. 사진=이재원.

아이가 3년간 다닌 유치원. 사진=이재원.

졸업식날, 3년간의 배움이 ‘신체운동’ ‘의사소통’ ‘사회관계’ ‘예술경험’ ‘자연탐구’ 등으로 나뉘어 빽빽이 기록된 두터운 폴더를 받았다. 아기에서 사회로 나아가는 어린이로 성장하는 귀한 나날의 역사이자, 성장의 증거들이었다. 다섯 살에는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기도 쑥스러워하던 아이가 일곱 살 크리스마스 연극에는 요셉 역할을 맡아 극의 중심을 이끌었고, 가위를 거꾸로 쥐던 아이가 어느새 화가가 되고 싶다는 말도 하게 되었다. 친구들은 관심조차 없는 지하철 이야기만 늘어놓다 혼자 놀던 아이는 어느덧 친구들에게 놀이를 제안하고 의견을 조율하기에 이르렀다.

유치원을 중퇴(?)한 나로서는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기 전에는, 유치원이 어린이를 힘들게 하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그저 흙에서 뛰어놀면 좋은 때인데, 엄마가 바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시킨다는 막연한 죄책감까지 은연 중에 갖기도 했던 듯 하다. 그러나, 유치원은 아이를 단지 위탁하는 곳이 아니었다. 어린이집은 보육기관이기에 보건복지부 관할로, 아이를 맡아준다는 개념이 더 강한 데 반해, 유치원은 교육기관이어서 교육부 관할이다. 놀이처럼 보이는 활동들이 교육적 목표 안에서 잘 성취될 때, 어떤 그림이든 그려질 수 있는 백지 도화지 같은 아이들이 훌륭하게 빚어질 수도 있다는 이해를 하게 되었다.

로버트 풀검의 베스트 셀러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책 표지.

로버트 풀검의 베스트 셀러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책 표지.

로버트 풀검이 쓴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이 떠올랐다. 아이를 낳기 전, 그 책을 읽었을 때는 그저 낭만적인 생각이라고 여기고 말았던 것 같다. 아이를 낳고 유치원을 졸업시킨 지금, 어린 나이에 사회를 살아가는 기본을 알고 익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고개가 끄덕여진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계속 다시 배우게 된다. 강의, 백과사전, 성경, 회사규칙, 법, 설교, 참고서 등 훨씬 복잡한 모습으로 말이다. 이렇게 생은 우리가 유치원에서 배운 것들을 제대로 아는지, 실천하는지 끊임없이 확인한다. 우리는 살면서 옳고 그름, 선과 악, 진실과 거짓의 문제에 부딪힌다. 그럴 때마다 아주 어린 시절,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것을 세심하게 가르쳐주던 그 방으로 들어간다. 물론 그때 배운 것이 말 그대로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때 배운 기본적인 것을 체득하지 못했다면, 자신과 사회는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 한다. 반대로 기본적인 것을 잘 알고 있고 아는 대로 실천하고 있다면, 인생에서 더 알아야 할 나머지 것들을 위해 튼튼한 토대를 쌓아놓은 셈이다. (25-26쪽)”

나는 이 책을 모든 사람이 유치원을 다녀야 한다는 의미로 오해했었다. 어쩌면 교육의 힘을 간과했는지도 모른다. 사리분별, 상식,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공감 능력 등은 어린시절에 배워야 하는 듯 하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며, 어려서 머리 속에 형성된 프레임을 깨기에는 엄청난 고통이 따르기 때문이다. 물론, 유치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했다면, 뼈를 깎는 고통이 있더라도, 끊임없이 기본과 토대를 닦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는 자신의 어린시절을 먼저 돌아봐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재원 문화평론가
한양대 실용음악과, 정보사회학과 겸임교수
전 텐아시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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