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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왜 사드보복을 한한령으로 할까?

 

중국은 왜 사드보복을 한한령으로 할까?

 

최근 ‘한한령’ 때문에 알게 된 중국의 대외 정책이 ‘이경촉정 (경제적 접근을 통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한다)과 以民促官 (민간교류를 통해 정부 간 관계 촉진)’이다. 전쟁으로 치면 성동격서(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와 같은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은 ‘삼국지’이다. 아마도 동양에서 가장 많이 읽힌 소설일 듯 싶다. 그런데 최근 삼국지에 대한 새로운 평가를 하는 책이 나왔다. “류짜이푸‘가 지은 ’쌍전‘이라는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중국을 대표하는 책인 수호지와 삼국지에 대하여 혹평을 한다. ’수호지는 폭력성을 일반화시켰고, 삼국지는 권모술수를 일반화시켰다‘고 비판한다. 삼국지에서 나타나는 권모술수는 유비의 유교적 술수, 조조의 법가적 술수, 사마의의 음양술, 신출귀몰한 미인술로 구분한다. 그리고 이러한 영웅들 사이의 ‘의리’라는 것이 왜 문화적 위형이고, 의리의 배타성에 대한 간과가 불러오는 결과, 형제윤리가 책임윤리가 되지 못하는 이유, 관우를 숭배하는 대중심리 분석 등을 자세히 설명한다. 그리고 제갈량으로 대변되는 ‘위형적 지혜’가 어떻게 파괴적 지혜의 경쟁을 펼쳤으며 그로 인해 지혜의 내용이 중국인들의 의식 속에서 굴절되는 현상까지도 짚었다. 그리고 『삼국지』가 제시하는 정치투쟁의 세가지 원칙인 ‘성실성은 필요 없다’ ‘사당死黨을 결성한다’ ‘상대방에 먹칠한다’를 끄집어 내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역사의 변질’ 현상을 성찰했다. 그리고 이러한 삼국지에서 나타나는 수많은 배신과 권모술수가 중국인의 의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우리는 실제로 그런 중국인들의 행태를 베이징이 아닌 서울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한한령’도 마찬가지 선상에서 보면 마치 삼국지를 보는 듯하다. 아닌 척하면서 뒤통수를 치고 있다. 한-중 FTA의 신뢰감을 망가뜨리면서까지 사드에 대한 보복으로 한한령을 펼치고 있다. 춘절을 맞이하여 한국으로 오려는 관광객을 막기 위하여 항공편을 축소시키고, 한국 제품의 수입에 대한 관세 인상과 인.허가 불이익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중국이 28개 화장품에 대해 수입 불허 판정을 내렸는데, 그 중에서 19개 한국 화장품이다. 대표적인 한국 배우들의 중국 방문 비자를 거절하고, 한국 드라마의 방영을 금지시켰다. 이제는 3살짜리 어린 아이도 그게 사드보복으로 한한령을 취하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겉으로는 이를 부인한다. 아예 ‘한한령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어느 관리가 ‘누가 먼저 화나게 했나?’라고 서슴없이 되묻는다. 그렇다고 중국이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에 대하여 한국과 공조를 취한 적도 없다. 내가 취할 것은 취하되 상대방은 별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나름대로 ‘체면’은 지키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사드’에 대한 보복으로 군사적 조치가 아닌 엉뚱한 한국의 문화 상품이나 소소한 소비재 상품을 건드리고 있다. 이러한 의식은 아마도 중국인들에게는 당연할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드에 대한 보복을 엉뚱한 한한령으로 하면서도 아닌 듯이 하는 게 당연한 일처럼 여겨진다. 표면상 한국에 보복을 하지 않았다는 체면은 지키면서, 한류로 인한 문화 교류를 막아 문화 대국의 체면을 지키려고 하고, 중국인에게 인기있는 소비재의 수입을 제한함으로써 자국 산업을 보호하며 무역 수지를 개선시키고, 주변국에게 ‘자 봤지, 중국에 까불지마!’ 하는 경고도 주는 아주 효율적인 일을 하고 있다. 그 대신 한국인들은 중국에 대한 믿음이 매우 줄어들었다. 그 들이 한-중 FTA를 무시했고, 언제든지 자기네들 사정에 따라 어렵지 않게 말을 바꾸거나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중국인들의 본심을 아주 확실하게 보여주었다.

 

반면에 한국에는 삼국지나 손자병법, 이태리의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처럼 온갖 음모로 점철된 책이 없다. 또한, 성경처럼 ‘네 이웃을 사랑하라 해놓고, 주를 믿지 않는 자는 지옥의 불속에 빠지리니’ 하는 식의 책도 없다. 이에 비해서 한국인은 지나치게 솔직해서 문제가 된다. 그래서 한국인의 협상력은 세계 최저라는 말도 있는 데. 한국 사람은 일단 속내부터 털어놓고 시작한다. ‘자 내 생각은 이렇다, 넌 어떠냐?’ 이런 식이다. 대신 한국 사람은 상황에 대한 임기응변에 능하다. 대충 말하자면 네가 그렇다면, 난 이렇게 하겠다는 변수를 많이 만들어 낸다. 지난 5천년의 역사에서 우리가 먼저 일으킨 전쟁은 몇 되지 않고 항상 침략을 당하면서도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침략한 자들이 더 큰 피해를 입게 하며 살아온 저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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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화

89-95년 대한무역진흥공사 근무,
95년부터 드미트리상사 운영.
Feelmax 라는 브랜드로 발가락양말을 핀란드등에 수출하고, 맨발 운동용 신발을 수입.
무역실무 및 해외 영업 강의
지은책 : 무역 & 오퍼상 무작정 따라하기, 책은 삶이요 삶은 책이다, 국제무역사 2급 단기 완성, 결국 사장이 문제다 등 다수

drimtru@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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