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의 유쾌한 편지함 ㅣ 앨리스 캘러프라이스 엮음 ㅣ 박은희 옮김 ㅣ 세종서적
 

'오늘 너와 에두아르트에게 장난감을 보냈다. 피아노를 게을리하지 말아라.연습은 좋아하는 곡으로 해라.시간이 어떻게 가는 줄 모를 만큼 즐겁게 하는 일에서 얻는 게 가장 많다. 하나 더.매일 양치질을 해라.이에 문제가 있거든 즉시 치과에 가라.나이 들면 알겠지만 이는 정말 중요하다. '<1915년 큰아들 한스에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1879~1955)은 천재의 대명사다. 스물여섯 살 때 '특수 상대성이론' 등 5편의 역사적 논문을 내놨고,스물아홉에 스위스 취리히대 이론물리학 교수가 됐다. 1916년 발표한 '일반 상대성이론'이 3년 만에 영국의 천문 · 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에 의해 증명됨으로써 1922년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74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받은 박사 학위만 20여개다. 이런 아인슈타인이지만 개인적으론 여느 남자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학 시절 선후배로 만나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한 아내 밀레바와 두 아들을 낳았음에도 이혼하고 사촌여동생인 엘자와 재혼하면서 아들들과 내내 헤어져 지냈고,정신분열증에 시달린 둘째 아들 때문에 늘 가슴 아파했다.

책은 이런 아인슈타인의 인간적 면모와 애환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어른과 아이가 쓴 전기(傳記),가족친지 및 전 세계 어린이와 주고받은 편지,어록,사진과 캐리커처로 이뤄진 책은 그의 솔직담백하고 유머러스한 모습을 전해줌으로써 언제 펼쳐 읽어도 미소 짓게 만든다.
'창백한 얼굴에 긴 머리,적당히 나온 올챙이배를 상상해 보렴.그리고 이상한 걸음걸이.입에는 시가를 물고 펜을 주머니에 꽂거나 손에 쥔 모습 말이야.삼촌은 다리가 휘지 않았고 사마귀 같은 건 없거든.꽤 잘생긴 편이지.못생긴 남자들이 흔히 그렇듯 손에 털이 수북하지도 않단다. '삼촌의 얼굴을 못 봐 서운하다는 조카 엘리자베스 레이에게 보낸 편지다.

모르는 아이들에게 보낸 답장에도 권위와 가식은 없다. '네가 제일 똑똑한 녀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호기심이 많아 다행이다. 수프가 빨리 식지 않는 건 표면의 지방층이 수분 증발을 어렵게 하고 그게 냉각 속도를 늦추기 때문이다. '1952년 이스라엘 대통령직을 왜 거절했느냐는 물음에 대한 답은 간단하다. "듣기 싫은 소리를 늘어놓고 싶지 않았거든."

탁월한 업적을 이룬 데 대해 '재능보다 호기심,끊임없는 의문과 민감한 코,신에게 받은 노새 같은 끈기 덕'이라고 강조한 그가 일하지 않고 연금이나 받으며 공부하고 싶다는 청년에게 보낸 편지는 편하고 쉬운 길을 찾는 세상 많은 이들에게 일침을 가한다. "우리는 모두 타인의 노력으로 의식주를 해결합니다. 좋아서 하는 일뿐 아니라 타인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그 은혜를 갚아야 합니다. "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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