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겨울 소백의 칼바람에 온몸을 맡기다


해가 바뀌어도 뉴스 속 넌더리 나는 이야기는 여전하다. 신물이 날 지경이다. 4차산업혁명이란 거대한 물결이 지구촌을 뒤덮고 있는 지금, 한시가 급한데 한치도 나아가질 못하고 반목과 갈등의 골만 깊어 간다. 안타깝기 그지없다. 애꿎은 백성들은 이제 지쳐 꼬부라질 지경인데 말이다.

지쳐 무감해져 버린 일상에 강한 임팩트가 필요했다. “그래, 이럴땐 겨울 소백의 칼바람에 온 몸을 맡기자”

자가 충전 힐링산행을 염두에 둔 터라 복작거리는 주말보다 오가는 도로가 한가한 평일을 택했다. 등로 역시 산객들의 발길이 뜸할 것이기에. 코끝이 얼얼할만큼 추위가 매서웠던 13일의 금요일 이른 아침, 집을 나섰다.

죽령터널을 빠져나와 풍기IC에 이르자, 하늘은 눈구름에 뒤덮여 잿빛으로 변해 있었다.
올려다 본 소백산 연화봉은 마치 하이얀 박사고깔을 뒤집어 쓴 듯 눈부시게 고왔다. 골골마다 쌓인 눈으로 산세는 한층 다부져 보였다.

소백산의 주봉인 비로봉으로 곧장 오르기 위해 풍기읍 삼가리로 이동, 들머리를 삼가탐방지원센터로 택했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방한을 위해 단단히 중무장을 하고선 전장으로 향하는 용병처럼 걸음을 뗐다. 잔설이 얼어붙은 비탈진 포도를 한참 올라서니 천년고찰 비로사 입구다. 여기서 부터 본격 산길로 접어든다. 눈발이 흩날리기 시작했다. 설산행이 그리워 학수고대 했던 눈이다. 가늘던 눈발은 고도를 높일수록 함박눈으로 바뀌었다.

 


나뭇가지에 올라앉은 눈송이가 이따금씩 죽비가 되어 정수리를 친다. 세속의 五慾을 털어내고 흐트러진 자세를 일깨우기라도 하듯.

 


눈꽃이 만개해 은빛찬란한 적막강산의 비경은 그대로가 도원경이고 유토피아다. 무아경에서 빠져나와 앞을 보니 비로봉이 바짝 다가섰다. 순간,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만큼, 두 발로 서 있기가 어려울만큼 칼바람이 매섭게 휘몰아쳤다. 정신이 아찔했다.


칼바람이 그리워 찾아온 비로봉이다. 그러나 채 1분을 머물지 못하고 쫓기듯 내려설 수밖에. ‘바람의 산’ 소백능선을 넘는 차갑고 강한 북서풍이 어서 내려가라며 등을 떠미니 도리없다.

춘삼월까지도 여전히 잔설을 털어내지 못하고 매서운 칼바람만 쉼없이 휘몰아 치는 곳, 小白山 毘盧峰(1,439m).

 


복잡다단한 일상 속에서 이따금 스스로를 다잡기 위해 겨울 소백의 칼바람을 만난다. 바로 난마같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예방접종이기 때문이다.

 

주말 산에 푹 빠져 사는 트레킹 매니아로서 산행 관련 기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는 山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 월간지(3종:월간 봉제기술/배관기술/플랜트기술)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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