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정인호 칼럼] 아무것도 하지마!

정기 인사시즌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최근 파격 인사를 단행한 직후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사업 강화를 위해 2016년 12월 22일 2조3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한화그룹도 총 119명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쯤 되면 우리는 생각한다. 좋은 리더는 어떤 리더일까? 리더는 조직원들에게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할까? 직장생활을 하면서 적든 많은 조직원들을 통솔해야 하는 위치에 처한 이라면 당연하게 스쳐갔을 법한 질문이다. 예전엔 당근과 채찍을 잘 활용하면 노련한 리더라고 인정받았다. 그러나 요즘 직원들은 다르다. 당근과 채찍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승진도 싫다 한다. 일만 하고 싶어 한다. 일이 좋아서가 아니라 먹고는 사는 것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간섭받기 싫어하고 머리를 조아리는 건 더 싫어한다. 그렇다고 해결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간단할지도 모른다. 다음 한마디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두 낫싱(Do Nothing)”

그렇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죽자 사자 일해서 간신히 임원 자리 하나 꿰찼는데 이제부터는 아무 일도 하지 말라니, 어처구니없는 발상처럼 들릴 수도 있다. 더욱이 가족, 친구도 잊고 일에만 몰두해야 자리 보존하는 극한 경쟁의 한국사회에서 가당키나 한 얘긴가.

그런데 재밌는 것은 후진국 지도자일수록 엄청 바쁜 것으로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매일같이 국민을 위해 노심초사하며 헌신하는 것 같지만 그 내막을 알고 보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감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바쁨에 중독된 리더들은 고달픈 삶을 살지만, 이를 훈장처럼 여긴다. ‘내가 없으면 조직에서 어떤 일도 제대로 굴러가지 않아’라고 되뇌며 스스로 혹사시키는 것이다. 자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굳이 간섭해 일일이 지시를 내린다. 게다가 직원들에게도 자신처럼 바쁘게 일할 것을 강요하다보니 조직 전체가 스트레스 덩어리다.

이렇듯 리더가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작은 일에까지 간섭할 경우 능력 있는 직원들이 일할 수 있는 여지를 잘라버려 비효율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 리더십의 대가인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경영대학원 키스 머니건(Keith Murnighan) 교수는 “리더는 리더의 일을 해야지 직원들의 일을 대신해선 안된다. 그러나 대부분 리더들은 리더의 일보단 직원의 일을 대신하며 바쁘게 산다”고 말한다.

중국의 옛 정치철학자 노자 역시 같은 맥락의 주장을 한다. 노자의 도덕경(道德經) 17장에서 최고로 꼽은 리더는 ‘하지유지(下知有之)’이다. 아랫사람은 리더가 그저 있다는 것만 안다는 뜻이다. 그럴려면 아랫사람이 더 잘 일할 수 있도록 간섭과 통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리더의 본분은 많은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훌륭한 전략을 궁리하며 타인이 그것을 실행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들은 직접 일하지 않는다. 그럼으로써 생긴 공백은 부하직원들이 자연스레 담당하도록 기다려준다. 리더인 당신은 그저 도움을 주고 조율만 하면 된다. 남은 시간은 훌륭한 전략을 떠올리며 숙고하고 그 전략의 전개 과정을 내다보는 통찰력을 얻는데 투자한다. 결국 당신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이는 결코 쉽지가 않다. 리더가 되면 역량과 능력의 결과임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는 통제 강도를 높이면서 곧바로 자신의 리더십 능력을 보여주려고 애쓴다.그에 비례해 직원들의 자율은 점점 줄어들었고, 당신에 대한 불만은 커진다. 당신 역시 불만 지수가 상승곡선을 그린다. 직원들이 당신 말을 못 알아듣는다는 생각에서다. 이런 리더 아래에서는 단기적인 성과는 날지언정 빠른 속도로 팀은 와해될 수밖에 없다.

직원들을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는 것도 리더가 무슨 일이든 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리더가 직원들을 믿지 못하면 중요한 업무를 위임하는데 주저하게 되고, 이는 리더 자신이 더 많이 일하게끔 만든다. 어쩌면 조심하는 것이 당연하다. 신뢰에는 위험이 따르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당신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긍정적으로 대답한 사람의 비율이 22.3%에 불과했다. 타인에게 믿음으로서의 신뢰를 보내는 사람이 10명 중 2명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결국 진정 효율적인 리더가 되려면 조율자가 되어야 한다. 당신은 부하 직원을 전적으로 신뢰함으로써 그들이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미래를 위한 준비에 시간을 투자하는 리더가 될 것인가? 당신이 이 모든 일을 직접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보내고 지나치게 업무 간섭을 하면서 직원들의 고달프게 하는 리더가 될 것인가?

비틀즈의 명곡 ‘Let it be’를 되새겨보라. 순리대로 맡겨라!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정인호는 경영학박사 겸 경영평론가다. 주요 저서로는 『협상의 심리학』, 『다음은 없다』, 『HRD 컨설팅 인사이트』, 『소크라테스와 협상하라』, 『당신도 몰랐던 행동심리학』등이 있으며 협상전문가, HR 컨설턴트, 강연자, 칼럼니스트, 경영자, 전문 멘토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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