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구 | 앨 고어 지음 | 삶과 꿈
 

올봄 국내엔 일조시간이 평년의 73%밖에 안 되는 이상 저온 현상이 계속됐다. 여름엔 폭염과 폭우가 이어졌다. 브라질에선 이상 한파로 동사자가 속출하고 미국 캘리포니아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기상이변의 정확한 원인은 알 수 없지만 화석연료 사용 등에 따른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주요인이라는 게 통설이다.

《위기의 지구》는 이 같은 자연환경 파괴의 위험을 다룬 책이다. 저자 앨 고어(62)는 28세에 하원의원이 된 뒤 상원의원을 거쳐 1992년부터 8년간 미국 부통령을 지냈다. 2000년 대선 패배 요인으로 환경 문제를 들고 나온 게 꼽혔음에도 불구,2007년 《불편한 진실》을 펴내고 동명의 다큐멘터리 영화에 출연,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위기의 지구》는 이보다 훨씬 앞선 1992년에 펴낸 것이다. 책은 정계 입문 전 저널리스트로 활동한 이력을 보여주듯 방대한 내용을 쉽고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단순히 '큰일 났다'가 아니라 공기와 물 토양이 얼마나 나빠졌는지,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직접적인 탐사와 통계를 이용,꼼꼼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

그는 1980년대부터 세계 곳곳을 탐사했다. 1988년 늦가을엔 남극,1991년 봄엔 북극의 얼음 위 텐트에서 잤다. '지구 끝에서 관측하고 있으면 대기가 얼마나 급격히 변하는지,어느 곳에서 공해 배출량이 늘어나는지 한눈에 보인다. '

그는 양극이 적도보다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면 양쪽의 온도차는 줄어들고 대류 열량이 줄어들면서 기상이변을 가져온다고 지적했다. 화석연료 사용은 일산화탄소를 증가시켜 대기의 자체 정화 시스템을 없앤다며 온난화는 기온을 몇 도 올리는 정도가 아니라 인류 문명을 이룩한 기후 평형을 파괴하는 위협이라고 말했다.
또한 종자(씨)가 급감한다고 우려했다. '생물공학은 높은 수확과 잎병충해에 대한 저항력도 갖는 변종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변종은 재빨리 진화하는 자연의 적을 이길 수 없다. 따라서 인공작물의 유전적 저항력은 몇 년마다 다른 품종의 새로운 유전자로 강화돼야 하는데 이 같은 유전자는 야생에 존재할 뿐'이라는 분석이다.

기상 변화는 과학적 근거 없이 과장된 정치적 문제라는 주장(리처드 린젠 MIT대 교수)에 대해선 이렇게 반박한다. '98%의 과학자가 동의하고 2%가 반대해도 매스컴에선 둘의 신빙성이 같은 것으로 보도된다. 그러나 2%와 일반적 컨센서스가 대등하게 다뤄지는 건 곤란하다. 무지보다 잘못 아는 건 더 위험하기 때문이다. '

그는 지구를 지키는 일은 더 이상 어물어물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며 원칙은 찬성하되 행동은 뒷걸음질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인용한 W H 머레이(스코틀랜드 등산가)의 말은 실로 따끔하다. "사람은 결심할 때까지 주저하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기회는 뒷걸음질친다. 모든 앞서가는 행동엔 하나의 진리가 있고 이것을 무시하면 무수한 아이디어와 훌륭한 계획이 허사가 된다. 그 진리란 사람이 단호하게 결심하는 순간 신의 뜻도 따른다는 것이다. "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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