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그랬을까 / 윌리엄 헬름라이히 지음 / 남인복 옮김 / 말글빛냄
 

인턴과의 스캔들로 탄핵 위기에 처했던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등산 간다고 해놓곤 외국에서 정부와 놀아난 마크 샌포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애인을 앗아간 동료에게 공기총을 들이댄 우주비행사 리사 노워크,백만장자이면서 고작 4만5673달러 벌자고 부당거래를 하다 감옥에 간 살림의 여왕 마사 스튜어트.

책은 '도대체 왜?'로 출발한다. 똑똑하고 뛰어난 이들이 어쩌다 그런 황당무계한 짓에 빠져드는가. 무엇 때문에 누가 봐도 그럴 만한 가치가 전혀 없는 일에 매달리다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거나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가. 미국 뉴욕시립대 대학원 교수(사회학)로 위험한 성(性)행동 전문가인 저자의 물음은 이어진다.

수리비 75달러를 내라는 배관공을 상대로 소송하는 심사는 뭔가. 고속도로에서 갑자기 끼어든 차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며 바싹 붙어 운전하다 다른 차를 들이받고 병원 신세를 지는 건 또 무슨 이유인가.

저자는 어리석은 행동엔 사회적 요인과 개인적 요인이 있으며 두 가지가 합쳐질 경우 파멸로 치닫는다고 본다. 사회적 요인은 어릴 때 형성된 그릇된 가치관과 '남들도 다 한다'는 생각,잘못을 인정하는 대가는 큰 반면 스캔들의 죗값은 싼 점,공동체 붕괴와 1회용 사회 도래 등이다.

부모들이 지하철요금을 아끼려고 여섯 살짜리에게 다섯 살이라고 말하도록 시키는 데서 모든 문제는 시작된다는 것이다. 커서도 '그 정도 거짓말쯤이야'라고 여기게 된다는 얘기다. 가장 심각한 요인은 공동체의 유대 붕괴다. 사람과 얼굴을 맞대야 "너 미쳤어? 정신 차려" 같은 말도 듣는 건데 다들 혼자 지내다 보니 욕망과 충동을 절제하지 못한다. 기술이 만든 1회용 사회 또한 화근이다. 10초 내로 다운로드되지 않으면 답답해하고 즉각적 만족을 찾는 결과 금세 후회할 짓을 한다.
파멸적 행동을 일으키는 개인적 요인은 오만과 탐욕 · 불안 · 강박행동 등이다. 오만에 빠지는 건 아무도 자신은 건드릴 수 없다고 믿는 지나친 자신감 탓이다. 클린턴이 방송에서 한 말은 유명인의 어이없는 행동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대변한다. "내가 그런 짓을 한 데엔 가장 나쁜 이유가 있었다. 그냥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탐욕은 인정받으려는 욕구와 권력에 대한 집착에서 생겨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저자가 내놓은 대안은 공동체 복귀에 따른 만남과 도덕적 가치 일신이다. 윤리관 일신을 위해선 유치원 때부터 훈련시켜야 하는데 그러자면 가정과 학교 모두 가르치는 데서 끝날 게 아니라 모범을 보이고,그럼으로써 부정과 비리는 경멸받아 마땅한 것이란 사회적 압력을 창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해답은 결국 '절제'일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한 마디는 지도층은 물론 일반인 모두 기억할 만하다. "비이성적이고 자기 파멸적 행동의 뿌리인 오만과 탐욕,지나친 자신감을 절제하기 어려우면 한번쯤 자신의 몫이 남보다 크지 않은 곳(모임)의 구성원이 돼 보라.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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