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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가 실시간 키워드에 오른 이유는?


그룹 소녀시대 / 사진=SM엔터테인먼트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만, 눈 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알 수 없는 미래와 벽 바꾸지 않아 포기할 수 없어

변치 않을 사랑으로 지켜줘 상처 입은 내 마음까지

시선 속에서 말은 필요없어 멈춰져 버린 이 시간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

수많은 알 수 없는 길 속에 희미한 빛을 난 쫓아가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다시 만난 우리의”

 

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최근 음악사이트에서 실시간 급상승 키워드 상위권에 올랐다. 2007년 소녀시대의 데뷔곡이자 히트곡이지만, 별안간 음원사이트에서 검색된 이유는 이 곡이 광범위하게 불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말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촛불집회에서 대학생들이 이 곡을 부르고 있는 것.

마치 헤어졌던 연인이 다시 만난 듯했고, 날마다 변함없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에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와 같았던 가사는 촛불집회에서는 마치 운동권 가요의 가사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은 듯 재해석되고 재생산되고 있다.

 


그룹 소녀시대가 KBS 2TV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는 모습 / 사진=KBS2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시민들과 다시 만난 첫 장면은 지난 여름 이화여대였다. 별안간 추진된 미래라이프대학에 반대하던 학생들 앞에 7월30일 1,600명의 경찰이 들이닥치자 이 곡을 불렀다. SNS에 공개된 영상 속에서 학생들은 무서웠기 때문에 이 곡을 부르며 서로 의지했다고 밝혔다.

촛불집회 현장에서는 더 다양한 대중가요가 불리고 있다. 대부분 개사해 패러디로 바뀌었다. 남성듀오 십센치의 ‘아메리카노’는‘하야리카노’로 바뀌었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는 ‘하야가’로 불린다. 정유라가 승마로 부정입학한 것을 빗대 크라잉넛이 ‘말 달리자’를 시위 현장에서 부르거나, 빅뱅의 ‘뱅뱅뱅’의 후렴구를 개사해 응원구호처럼 만들기도 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과거 히트곡 ‘하여가’는 개사되어 시위 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 사진=tvN

과거 ‘아침이슬’ ‘친구’ 등 대중가요였지만 민중가요로 여겨져 금지곡이 되었던 시대를 떠올리면 격세지감이다. 현재의 트렌드는 1980~1990년대 ‘임을 위한 행진곡’과 같은 민중가요가 시위현장에서 울리고,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사계’가 거꾸로 대중적인 인기를 확보해 나간 현상과도 정반대 그림인 셈이다.

아이돌 음악이 시위현장에서 울려 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운동이 쇠퇴한 뒤, 이렇다 할 대중적인 민중가요가 대학생들 사이에 공유되지 못한 까닭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정치적 냉소주의에 뿌리를 둔 이유도 있다. 정치적인 색채를 띠는 순간, 좌우 혹은 배후 세력에 대한 논란으로 문제의 본질이 흐트러진다고 판단하는 시위 참여자들이 정치적 분위기를 배제하기 위한 장치로 대중가요를 택하는 것이다.

더구나, 디지털 네이티브인 이들은 참여하고 기존의 콘텐츠를 향유하며 패러디하고 재생산하는 데 익숙한 세대다. 참여가 일상화된 세대의 민중가요는 주장하는 바와 비슷한 아이돌 음악일 수도 있고, 심지어 가사가 달라도 개사를 통해 시위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콘텐츠가 작가의 것이 아닌 이용자의 것이 되어버린 시대의 새로운 민중가요 생산법인 셈이다.

이재원 문화평론가
한양대 실용음악과, 정보사회학과 겸임교수
전 텐아시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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