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입력 2016-11-18 18:00 수정 2016-11-18 18:17


 

젊었을 땐 하루 동안의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강렬한 흥분을 느꼈다. 조수들을 데리고 병동을 돌며 환자와 환자의 가족의 진심 어린 감사를 받을 때면, 엄청난 전투를 치른 개선장군처럼 느껴졌다. 지금도 그런 감정을 느끼기엔 그동안 너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아무리 열심히 했어도 많은 사고와 예기치 않은 비극, 실수가 분명 있었으므로. 그래도 이번 수술은 끝나고 기쁜 마음이 들었다. 비극적 상황도 없고 환자도 무사했다. 외과 의사가 아닌 사람은 어떤 기분인지 결코 알 수 없는 오묘한 느낌.

어떤 심리학 연구 결과에서 사람이 행복해지는 가장 믿을 만한 경로는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이라고 한다. 나는 성공적인 수술로 많은 환자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반면 끔찍한 실패도 많이 겪었다. 신경외과 의사의 인생에는 어쩔 수 없이 사이사이에 깊은 절망의 마침표들이 찍히게 된다.

그날 저녁, 그 여자 환자를 보러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크고 검은 눈을 깜박이며 침대에서 일어나 앉아 있었다. 수술을 끝낸 보통의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마가 부은 모습으로, 속이 메슥거리고 두통이 있다고 말했다. 큰일 아니기에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더니 그녀의 남편이 화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격하게 공감해주길 바랐겠지. 말 그대로 재앙이 될 뻔했던 수술을 하고 난 뒤여서 그런지 그런 자잘한 문제들은 별 게 아닌 것으로 다가왔다. 그녀에게 수술이 완벽하게 성공했고 몸 상태도 곧 좋아질 거라고 말했다. 그녀의 남편과는 수술 전에 이야기하려고 애를 썼지만 못 했던 탓에, 그는 아마 수술 위험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외과 의사로서 최고의 성과를 거두었을 때 이로 인해 회복을 되찾은 환자들은 우리를 완전히 잊어버린다. 그래서 모든 환자가 수술이 성공한 뒤 처음에만 엄청나게 고마워하고 만다. 그게 정상이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고마워하는 환자가 있다면, 그 환자가 완치가 안 돼서 나중에 우리를 다시 찾게 될까 봐 두렵다는 뜻이다. 그들은 우리가 운명을 좌지우지하는 신이라도 된 듯, 화를 돋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선물도 가져오고 감사 카드를 보낸다. 우리를 영웅이라고 추켜세우고 때로는 신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나 거듭 이야기하지만, 우리에게 가장 큰 성공은 환자들이 일상을 되찾아 우리와 영영 헤어지는 것이다. 병이 나은 환자들은 우리를 다시 볼 일이 없다. 아니, 볼 일이 생기면 안 된다. 그렇게 무시무시했던 우리와의 기억을 그들은 과거의 일로 덮는다. 단순해 보이는 뇌 수술이 실은 얼마나 위험했는지, 그들이 무사히 회복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결코 깨닫지 못할지도 모른다. 반면 신경외과 의사는 잠시 동안이지만 천국을 느낄 수 있다. 지옥에 아주 가까이 가보았으니까.

 

-<참 괜찮은 죽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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