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조선의 선비 가운데 큰 축을 이루는 인물은 다산 정약용(1762-1836)과 연암 박지원(1737~1805)이다. 이들은 사상적 스승이 있었다. 다산에게는 혜환 이용휴(1708~1782)와 성호 이익(1681~1763)이다. 이 두 사람은 평생 관직에 나가지 않고 재야 문형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은 과거급제 해 관직을 받아 내직이든, 외직이든 나가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바람이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상황으로 그런 길을 택하지 않고 책 읽기와 글 쓰는 선비 삶을 산 사람을 산림처사(山林處士), 포의(布衣)라고 부른다. 어떤 글에는 이런 자를 오늘 백수라 부르기도 한다.

 

성호 이익은 실학사상의 근간을 이룬 사람이다. 성호사설의 저자이다. 문집으로는 성호전집이 있다. 다산 정약용은 성호 이익을 직접 만나 배우지는 않았지만 성호 이익의 글을 통해 스승으로 삼아 실학자가 되었다. 성호 이익의 글을 보다가 나를 한번 돌아보게 하는 글을 접했다. 그 글은 언제 기록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인생을 어느 정도 살아본 후에 기록을 했지 싶다. 왜, 후회에 대한 글이기에 그렇다. 후회는 보통 인생을 다 살아간 다음이거나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다음에 뒤 돌아보니 이런 점들이 아쉽다고 느껴질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먼저 그의 글을 보자.

 

“구 내공(寇萊公)의 (육회명(六悔銘))에 이르기를, 관리로서 부정(不正)하면 실세(失勢)했을 때 후회하고, 부자가 검소하지 않으면 가난해졌을 때 후회하고, 젊어서 배움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시기를 넘겼을 때 후회하고, 일을 보고 배우지 아니하면 쓸 일이 있을 때 후회하고, 취해서 함부로 말을 하면 깼을 때 후회하고, 편안할 때 건강을 돌보지 않으면 병들었을 때 후회한다.(官行私曲失時悔 富不儉用貧時悔 學不少勤過時悔 見事不學用時悔 醉後狂言醒時悔 安不將息病時悔) 하였는데, 내가 우연히 이 글을 보고, 마침내 느낀 바가 있어 이어서 완성하였다. 행동을 제때에 하지 않으면 뒤처졌을 때 후회하고(行不及時後時悔) 이익을 보고 의를 잊으면 깨달았을 때 후회하고(見利忘義覺時悔) 남의 뒤에서 단점을 논하면 대면했을 때 후회하고(背人論短面時悔) 일을 처음에 살피지 않으면 그르쳤을 때 후회하고(事不始審僨時悔) 격한 감정에 나를 잊으면 환난을 당했을 때 후회하고(因憤忘身難時悔) 농사에 힘쓰지 않으면 수확할 때 후회한다(農不務勤穡時悔)“ 이 글은 성호전집 48권 『여섯 가지 후회에 대한 명(六悔銘)』에 있다.

 

사람이 후회 없이 생을 마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누구나 후회는 있다. 그러나 그것을 좀 더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 암환자를 돌보는 호스피스 간호인이 말기환자들을 돌보면서 후회하는 것을 정리한 책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이 있다.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5가지를 보면 ①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았더라면 ②내가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았더라면 ③내 감정을 표현할 용기가 있었더라면 ④친구들과 계속 연락하고 지냈더라면 ⑤나 자신에게 더 많은 행복을 허락했더라면 이다.
 

어느 새 나이가 육십을 바라보는 때가 되다보니 인생을 한번 뒤 돌아보게 된다. 때로는 왜 그렇게 살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선비들의 글을 접하면서 요즘 느끼는 것은 꾸준하게 글을 썼었더라면 하는 후회가 남는다. 그동안 읽은 책에 비해 글쓰기는 빈약했었던 자신을 본다. 서재에 있는 옛 노트를 보았다. 내가 직접 쓴 글이 남아 있는 것은 1978년 기록이다. 그 이전의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그 후의 기록도 쓰다가 말고 하는 것이었다. 돌아보니 그것이 가장 아쉽다. 옛 선비들은 책 읽기와 글쓰기를 처절하리만큼 하였다. 그래서 수백 년이 지났어도 그들의 삶과 생각이 고스란히 남을 수 있었다. 문집을 보면서 놀라는 것은 기록의 힘이다. 남은 인생 후회는 될 수 있으면 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목사입니다. 몇년간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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