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봉사'라구요?

입력 2007-06-14 18:07 수정 2007-06-14 18:11

                        정치가  '봉사'라구요?

  정치의 계절입니다. 대선, 총선에 지자체 선거까지 치르느라 이땅에 정치의 계절 아닌 적이 있었던가 싶습니다만 정말 요란한 정치의 계절입니다. 이런 때가 되면 실로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있습니다. "마지막 봉사로 알고.." "있는 힘껏 봉사하겠다" 등. 봉사라구요?? 과문한 탓인 지는 몰라도 제가 알기론 봉사란 대가 없이 하는 일을 뜻합니다. 사전에도 '자신의 이해를 돌보지 않고 몸과 마음을 다해 일하는 것'이라고 돼 있구요. 

  그런데 대통령 국회의원 지자체장에 출마하는 사람들이 봉사하겠다니요. 국회의원만 해도 결코 적지 않은 세비를 받고,기사 딸린 자동차에 비서, 면책특권에 온갖 자리에서 상석을 차지하는 특권까지 누리면서 봉사라니요? 어디서든 특별대접을 받는 걸 당연시하고 각종 선물에 현금까지 받고도 '대가성이 없다'는 애매모호한 말로 피해가면서 봉사라니요. 

  도대체 어디에 무엇을 어떻게 봉사한다는 걸까요?  각종 모임에 국회의원이 있으면 다른 회원들은 노심초사하게 됩니다. 후원금을 얼마나 내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까닭이지요. '무슨 소리냐. 국회의원이 얼마나 하는 일이 많고 바쁜데' 할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바쁘시겠지요. 여기 저기 오라는 곳도 많고 이리저리 모여서 장차 누구 힘이 더 세질지 정보도 교환해야 할 테니까요.

  하는 일이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닙니다. 법안도 만들고, 지역구 발전을 위한 궁리도 하고, 각종 정책도 강구하고 장관을 비롯한 행정부처 사람들의 잘잘못을 따지기도 하고... 하지만 그걸 봉사라고 할 수 있을른지요. 공짜로 하는 일도 아니고, 자신의 이해관계를 돌보지 않고 하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도, 지자체장을 하겠다는 사람도, 심지어 지자체 의원을 하겠다는 사람들도 똑같은 말을 합니다. 지자체장 노릇도 쉽지 않을 테고 지자체 의원도 간단하진 않을 겁니다. 시골 면장도 뭘 알아야 한다는데 온갖 민원 빗발치는 지자체장이나 시의원 구의원이 쉬울 턱은 없겠지요. 그러나 그 또한 월급도 받고 업무추진비도 받으면서 하는 '직업'이 아니던가요. 시의원 구의원도 어지간한 기업의 간부만큼 아니 그보다 많은 연봉을 받으면서 말입니다.

  대통령은 좀 다르긴 하겠지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과는 비교할 수 없게 힘들고 고단할 테니까요. 그렇다고 해도 대통령 아닙니까. 누가 뭐래도 개인은 물론 가문의 영광이요,인생 최고의 자리이지 않습니까. 그러니 어떻게 해서든 하겠다고 싸우고, 삼수 사수까지 하는 거겠지요. 그런데 봉사라니요. 

  봉사만 한다고 하면 그래도 다행입니다. 걸핏하면 '십자가를 지겠다'고 하는 건 또 뭔지요. 무슨 십자가를 진다는 건가요. 누구를 위해 십자가를 진다는 것인지요. 정치인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기업체나 단체의 대표들까지 죄다 걸핏하면 봉사한다, 십자가를 진다고 합니다. 기업체 대표는 보수를 받고 하니 당연히 이상한 말이고, 무보수로 일하는 단체장이라고 하더라도 업무추진비를 받거나 그도 아니면 명예라는 걸 누립니다.그런데 봉사라니요.

  누가 억지로 시키는 것 아니고 하고 싶어 안달하는 일을 하겠다면서 제발 마지막 봉사 운운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 이러저러한 계획이 있는데 기회를 주면 열심히 하겠다고 하면 좋겠습니다. 대통령 선거에 나오겠다는 분들도, 국회의원을 해보겠다는 분들도,지자체장을 마음에 둔 분들도, 회장님 소리를 듣고 싶은 단체장 후보님들도 모두 제발 봉사하겠다고도, 십자가를 지겠다고도 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그저 공과 사를 잘 구분하면서, 시대의 흐름도 읽고, 권위주의에 빠지지도 말고, 자기가 해야 할 진짜 일이 뭔지 생각해서 제대로 하겠다 작정하고, 그렇게 실천했으면 좋겠습니다. 봉사란 말은 정말이지 자기 몸과 마음 안 아끼고 다른 사람을 위해 애쓰는 이들에게 넘겨주고 말입니다.**
      

  
        

 
늦깎이 훈장이 된 글쟁이. 내 인생의 꼭지점이 아직 남아 있겠거니 믿으며 매사 열심히 대드는 철 안든 아줌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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