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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게만은 질 수 없는 ‘한 지붕 두 가족’,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이기면 좋지만 한 쪽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하면 못내 아쉬운 이름, 라이벌. 다른 나라에 좀처럼 보기 힘든 형태의 라이벌이 대한민국 프로야구에 있다. 그것도 한 구장을 번갈아 가며 사용하는 ‘기묘한’ 두 팀, 한지붕 두가족이라고 불리는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이야기다.

그런데 왜 어린이 날일까

어린이날은 스포츠와 떼기 힘든 상관관계가 있다. 일단 공휴일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 때문에 아이들을 평생 팬으로 만드는데 가장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 아무리 공부 못 하는 아이를 둔 부모지만 이 날 만큼은 자신의 자식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왕자님 공주님. 당연히 이러한 부분을 프로 스포츠가 놓칠 수 없고 프로야구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러한 최적의 조건에 또 하나의 최적의 조건을 만난 것. 바로 잠실야구장을 사용하는 두 팀 LG 대 두산, 두산 대 LG. 동양사회의 특성상 둥글게 둥글게 지내야 한다는 교육(?) 때문에 라이벌 또는 적이라는 개념이 희박하지만 ‘최초’로 자리 잡을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겠는가?

이 두 팀의 시리즈는 1997년, 2002년 제외하고 매년 성사했다. 성사하지 못 했던 이유는 어린이 날 두 팀만 ‘꼭’ 스케줄을 잡은 것에 대해 못 마땅해 했던 것. 그래서 라이벌 개념이 희박했던 1997년을 제외한 2002년에 열리지 않았던 것이다. 전 세게 어디에 내 놓아도 특수한 상황에 처한 이 두 팀의 더비전이 쉽고 빠르게 자리 잡은 것은 불 보듯 뻔한 상황.

그 덕분에 5월 5일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날 더비 시리즈는 매년 열려왔던 것. 뒤늦게 마케팅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프로야구 창단 후 한 번도 구단명이 바뀌지 않아 혜택(?)을 본 두 팀 롯데 자이언츠 대 삼성 라이온스의 CLASSIC MATCH가 나타났다면 이제 LG 대 두산/ 두산 대 LG의 어린이날 시리즈는 어디 내 놓아도 뒤지지 않는 시리즈로 자리 잡았다.

지난 1996년부터 진행됐던 두 팀의 ‘어린이날 더비’는 지난 2008년부터 8년간 꾸준히 만원 관중을 이뤘다. 2만 6000석 전 좌석이 꽉 차면서 9년 연속 매진 기록을 달성했다. / 사진=엑스포츠뉴스

“평생 팬” 확보를 위한 어린이날 3연전

“아무래도 신경 쓰일 수 밖에 없다.”

이 두 팀의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3연전이 있다. 바로 어린이날 3연전으로 두 팀에게는 올 시즌 기선 제압을 위해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이면서, 팬들을 위한 최고이 라이벌전을 보여줘야 하는 경기이다.
1996년 두산의 전신 OB 베어스 시절에 열린 더블헤더 게임을 시작으로, 1997년과 2002년을 제외하고는 어린이날 3연전을 배정하여 시합을 했다. 이 때부터 두 팀의 3연전은 전통으로 자리잡아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144경기 중 어린이날 3연전에 왜 선수들이 이토록 신경을 쓸까? 그 이유는 시즌의 기선제압이 가장 큰 요인이며, 특히 5월 5일의 경기 결과에 따라 어린이들을 평생 팬으로 만드느냐 마느냐가 갈리기 때문이다. 엘린이(LG 트윈스 어린이 팬)로 만드느냐 두린이(두산 베어스 어린이 팬)로 가느냐가 달려 있기에 선수들의 각오는 남다르다. 구단도 이 날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다양한 행사를 펼친다.

이 시리즈는 야구를 좋아하는 LG와 두산, 두산과 LG 어린이 팬이라면 무조건 가고 싶은 최고의 경기다. 2008년부터 연속으로 매진되어 올 해 어린이날 경기도 매진이 되었으니 그 인기를 따로 증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럼 이 두 팀 중 어느 팀이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줬을까? 결론부터 말한다면 LG 보다 두산이 좀 더 많은 ‘꿈과 희망’을 나눠줬다고 할 수 있다. 아래 표를 보면 두린이들이 엘린이들보다 좀 더 즐거운 어린이날을 마무리하였다. 반면 엘린이들은 어린이날 세상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깨달음을 얻으며 보냈을지도. 올 해 2016년 어린이날 경기는 LG가 승리를 가져가 일단 엘린이들을 달래는데 성공하였다.

영광을 즐기고 싶은 베어스팬, 영광을 되찾고 싶은 트윈스팬

두산 베어스는 명실공히 2000년대 강팀으로 군림하였다. 2001년, 2015년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 2005, 2007, 2008, 2013년 4번의 준우승, 그리고 2002, 2003, 2006, 2011, 2014년 이 5번을 제외하고 매년 가을야구를 경험하였다.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강팀이라는 이미지를 심는데 성공하였고 승패를 떠나 매년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데 성공하였다.

반면 LG 트윈스는 2000년대에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 못 했다. 90년대 강팀의 이미지는 온데간데 사라졌고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한국 시리즈 진출은 고사하고 강팀의 상징인 가을야구 진출 실패도 다반사였다. 한동안 2000년 플레이오프, 2002년 한국시리즈 진출이 가을야구 경험이 전부였다. 그나마 2013년 페넌트레이스 2위를, 2014년 기적 같은 4위를 기록하여 2년 연속 가을야구를 경험하면서 조금씩 팀이 자리를 잡아가는 듯 하였지만, 2015년 9위로 마감해 팬들에게 다시금 실망을 안겨주었다.

올 시즌도 두 팀 팬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두산 베어스는 시즌 초부터 순항에 순항을 거듭해 굳건하게 1위를 지키고 있다. 반면 LG 트윈스는 시즌 초반의 선전으로 한 때 3위까지 올랐지만 급격한 하락세에 하락세를 거듭하여 현재 하위권에 쳐져 있다.

 

아이들에게 기억에 남는 경기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지는 후유증

> 지금부터 서울의 주인공은 베어스! 1999년 어린이날 더비

트윈스는 1990년대 야구계의 강자였다. 90, 94년 한국시리즈 우승. 97, 98 한국시리즈 준우승. 그리고 93, 95 가을야구 진출로 인하여 한껏 서울의 강자로 군림하였던 상황. 베어스는 95년 한국시리즈 우승 93, 98년 가을야구 진출을 기록하였지만 90, 91, 94, 96년 리그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어딘가 들쑥날쑥한 팀이었다. 그렇지만 베어스가 서울의 주인공이 바뀔 것이라는 암시를 준 경기가 있었다. 바로 1999년 5월 5일 경기. 당시 트윈스는 이상훈의 일본 진출 및 주전 선수들의 노쇠화가 겹쳐지면서 97년부터 팀이 조금씩 내리막을 걷기 시작 한 것.

반면 베어스는 98년 1차 지명에서 김동주를 뽑고 진필중 등의 투수진을 중심으로 조금씩 팀의 중심에 살을 붙이기 시작하였고 마침내 98년 가을야구 진출을 통해 기반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맞이한 99년 5월 5일 경기. 당시 9대 9로 팽팽하게 맞선 상황에서의 9회 말 두산 베어스의 공격. 트윈스의 차명석 투수가 안경현 선수에게 끝내기 홈런을 내 주면서 결국 이 시리즈의 주도권을 가지고 오는데 실패한다. 다음 날 5월 6일 경기에서 한창 주가를 올린 3-4-5번의 우동수 트리오 (우즈-김동주-심정수) 중 심정수가 날린 130m의 좌측 담장을 훨씬 넘긴 대형 홈런은 이제 더 이상 서울의 주인공은 트윈스가 아닌 베어스라는 암시를 준 경기였다.

> 들어는 봤나? 라뱅 쓰리런! 2011년 어린이날 더비

3일 트윈스, 4일 베어스의 승리로 시리즈 전적 1승 1패. 이 상황에서 5월 5일 어린이날 시리즈의 8회초 트윈스의 공격. 당시 4대 4 팽팽하게 맞섰던 상황에서 트윈스는 천금 같은 기회를 얻는다. 당시 우선 박경수, 이대형의 적시타로 일단 앞선 상황을 만들어 낸 트윈스는 4일 경기에서 2점 홈런을 이끌어 내 타격감을 조율한 이병규(9)까지 타순이 돌아온다. 루상에 주자 2명까지 달려 한 방만 더 쳐 내면 완전히 상대방을 제압 할 수 있는 상황.

딱, 소리와 함께 약간 밀린듯한 타구가 좌측 펜스 폴대 옆으로 흘러갔다. 당시 좌익수 김현수 (현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열심히 뛰어갔지만 거짓말처럼 펜스를 살짝 넘어간 홈런을 만들어낸 것. 3루측 트윈스 팬들은 일제히 일어나 확실한 승리를 예감한 듯 모두 환호를 내질렀고 그 타구를 본 이병규는 두 팔을 벌려 환호하였다. 반면 패배를 예감한 1루측 베어스 팬들은 쓸쓸히 자리에서 일어나 2호선 잠실운동장 역을 향해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당시 베어스는 임태훈 선수의 사생활 문제가 발생하였고 이로 인해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어린이날 3연전 시리즈가 아주 중요했다. 하지만 이 경기의 패배로 인해 베어스 입장에서는 분위기 수습에도 실패. 결국 이 시리즈 후 베어스는 6월 한달간 부진에 시달렸고 당시 수장 김경문 감독 (현 NC 다이노스 감독)은 결국 지휘봉을 스스로 내려놓은 채 뒤안길로 사라졌다.

5월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LG가 연장까지 가는 접전끝에 두산에 8:7 승리를 거뒀다. / 사진=엑스포츠뉴스

두 팬들과 라이벌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꿈

그런데 이 두 라이벌이 ‘유일하게’ 해보지 못한 경기가 있다. 바로 한국시리즈 동반진출이다. 어느 누군가는 페넌트레이스 1위를, 어느 누군가는 가을 야구를 거쳐서 시리즈 무대를 밟아야 만날 수 있는 조건이나 내심 이 두 팀의 팬들은 가을야구의 마지막을 같이 장식해보고 싶을지도 모르겠다. 쉽게 이룰 수 없지만 꼭 한 번은 보고 싶은 이 매력적인 대결을 혹시 당신은 그리고 있지 않은지?

토막 야구 상식 : 여기서 잠깐, 그러면 미국 프로야구, 일본 프로야구는 같은 지역 연고지의 팀이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 시리즈, 일본 시리즈 무대를 밟은 경우가 있을까? 많지는 않지만 크게 몇 가지 사례가 있으니 아래 표를 참고 하자.

 

스내커 칼럼니스트 장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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