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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칼럼] 부모와 협상이 어려운 이유

일상에서 가장 협상하기 어려운 상대는 누구일까? 직장 상사, 갑의 위치에 있는 관계, 자기 주장이 강한 사람 또는 북측 협상가 등을 떠 올렸는가? 모두 아니다. 정말 협상하기 어려운 대상은 바로 당신의 부모님이다. 부모님이 협상하기 어려운 이유는 부모님 스스로 정답을 가지고 있고 자식들이 그 정답 안으로 들어오길 바란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들은 부모의 정답에 맞춰줘야 하기 때문에 논리와 주관이 배제되고 협상의 과정도 일방통행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러한 협상법이 가정에서만 머물지 않고 사회에서도 너무 흔하게 남용되고 있다는 거다. 며칠 전 이화여대 평생교육단과대 설립 계획이 학생들의 반발로 취소되었다. 학생들과 대학본부 간의 갈등 속에 경찰까지 투입되면서 결국 이화여대가 평생교육단과대학지원사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이번 사태는 교육부가 지난 5월과 7월에 이화여대, 동국대, 명지대 등 전국 10개 대학에 평생교육 단과대 신설을 허가한 것이 발단이다. 고교 졸업 후 원하는 시기에 언제든지 학업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선취업, 후진학’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였다. 30세 이상의 무직 성인과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졸업자, 직업교육과정 위탁생 가운데 산업체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자에 입학자격을 주기로 했다.

이번 사태에서 교육부 등 정책 입안자의 졸속행정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아무리 좋은 취지지만 대학본부에서 의사결정과정에 이해관계자들을 포함시켜야 했다. 부모님이 정답을 갖고 자식들과 협상하듯 이번 이화여대 대학본부와 학생들과 갈등을 낳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러한 ‘일방통행식 협상법’은 불만과 저항을 낳는다.

이뿐이겠는가.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경북 성주군의 반발이 예상보다 훨씬 격렬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6년 7월 12~14일, 한국갤럽이 전국 성인 1004명에게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는데 대해 물은 결과 50%가 ‘찬성’했고 32%가 ‘반대’했다. 특히 국내 모든 여론조사에서 대구와 경북이 사드배치 찬성률이 가장 높게 나왔다. 즉, 사드 배치는 국가 안보와 북한 대응에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렇게 격렬하게 반대할까? 사드 배치 지역이 선정되기 전에 해당 지역민의 의견을 청취하고 사드 배치의 정당성, 지역민의 건강과 안전, 군사적 효용성, 지역발전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토론이 배제되었기 때문이다. 즉, ‘절차적 공정성(process fairness)’이 지켜지지 않았다. 절차적 공정성이란 정부나 조직 내에서 결과를 성취하기 위해 사용하는 수단의 공정성을 말하는 것으로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사용되는 정책들과 절차들에 대하여 지각하고 있는 공정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 첫째, 절차적 공정성의 시작은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그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정부와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의 배려가 필요하다. 정부는 국민이 주인이고, 대학은 학생이 주인이라고 한다. 한낱 구호에 거치는 것이 아니라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정부는 국민을, 대학은 학생을 ‘갑과 을’이 아닌 동등한 ‘파트너’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즉, 이해관계자들의 신뢰가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둘째, 쌍방향 소통을 해야 한다. 아무리 위중한 국가안위와 국민안전이 달린 문제라도 정부가 국회나 국민의 의견없이 독단적으로 처리한다면 그 어떤 국민이 국가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1조2항을 되새기며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 국민에게 자신의 의사결정을 내리게 된 배경과 근거를 명확하게 설명하고 반드시 국민의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선(先) 조치 후(先) 소통이 아닌, 선(先) 소통 후(先) 조치가 필요하다.

대학과 정부는 부모가 아니다. 부모가 활용하는 일방통행식 협상법은 부당해도 내 부모다. 그러나 대학과 정부가 일방통행식 협상법을 남용하면 더 이상 내 대학, 내 국가가 되지 않을 수 도 있다. 올 대한민국의 여름은 억척스럽게 덥다.

글.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ijeong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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