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속초 다녀왔다" 선생님 편지에 아이 하는 말이…

뮤지컬 'Why 발명도둑을 잡아랏!'.
뮤지컬 ‘Why 발명도둑을 잡아랏!’.

 

“엄마! 나랑 레고 만들자.”
“엄마! 나랑 터닝메카드 배틀하자.”
아침부터 지오의 친구가 되어주어야 하는 요즘. 무려 40일에 달하는 유치원의 여름방학이 실감난다. 게다가 35도를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무더위에 에어컨이라도 켜면 지오는 “으슬으슬하다”며 인공적인 바람을 싫어하는 터라, 에어컨을 끄고 땀을 뻘뻘 흘리며 ‘불쾌지수’에 서로 짜증을 내기 일쑤다.

방학하자마자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이번 여름에는 그마저도 생략했다. 지오 방학 보름 뒤로 잡힌 국제학술대회 발표를 앞두고 긴장을 늦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열린 학술대회의 발표를 무사히 마친 다음날, 답답해하는 지오를 나들이시켜줄 겸, 친구들과 뮤지컬 ‘Why?발명도둑을 잡아랏!’을 관람했다.

사실 지오는 공연장의 큰 소리를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서너살쯤, 너무 일찍 어린이 뮤지컬을 보러 갔을 때, 큰 소리에 깜짝 놀라고 암전 때에 무서워하며 운 경험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캄캄한 가운데 공연이 주는 에너지를 오롯이 즐기지는 못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지오는 친구와 박수를 치며 보고, “또 보고 싶다”고 할 정도로 공연에 집중을 했다.

평소 ‘Why’ 책 시리즈를 즐겨 보기도 하지만, 뮤지컬은 책과는 다른 분야라 궁금했다. 역시 초반에는 소리가 너무 크다며 힘들어했지만, 금세 극에 빠져들었다. 유명한 발명품을 훔치는 발명도둑을 잡기 위해 타임머신을 타고 가는 설정을 구현하기 위해 마치 마술쇼처럼 주인공들이 사라지는 모습에 신기해하며 흥미로워했다. 특수효과가 등장하거나, 객석에 호외를 발행하는 식으로 참여할 수 있는 부분도 즐거워했다. 친구가 재미있어 하니 함께 박수를 치는 모습에서, 7세는 이제 친구와 더불어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하기 시작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뮤지컬에서 로보트와 사람이 친구가 되는 장면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며, 과연 아이가 성장할 시대에는 로보트와 더불어 살아야 할 시대이겠구나 싶었다. 이미 아이는 인공지능, 머신러닝이 익숙한 세대다. 휴대전화에 대고 “내일 날씨!”라고 외치는 게 어색하지 않고, 구글 어스로 북한에서 아르헨티나까지 수시로 여행을 한다. 네이버 지도를 보며 어떤 버스를 탈지 찾고, 구글 포토에서 자신의 얼굴을 클릭해 자신의 사진만 모아본다.

한창 알파고와 이세돌의 경쟁이 화제일 때, 인간이 인공지능을 이길 수 있느냐는 논쟁이 뜨거웠다. 인간은 당연히 컴퓨터를 이길 수 없지만 여전히 고차원적인 사고는 인간이 해야 한다는 입장부터, 딥러닝을 통해 기계도 인간의 고차원적인 사고를 뛰어넘을 수 있으며 이제 인간이 힘이 아닌 지능으로 세상을 호령하던 시절은 끝났다는 입장까지 논쟁의 스펙트럼은 넓었다. 분명한 것은 이제 우리 아이들은 같은 반 친구와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이용하든 지배를 받든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야 할 세대라는 것이다.

뮤지컬에서처럼, 발명광인 어린이와, 로보트가 손잡고 협조할 수 있을 것인가. 전구나 X레이와 같은 혁신적 발명품 대신 이제는 인공지능의 발달 외에는 발명할 것이 없을 것인가. ‘알파고’를 보내야 한다는 농담처럼, 코딩유치원으로 당장 옮겨야 하는 것일까.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전공한 때문인지, 나는 여전히 아이에게 인문학과 사회과학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공지능과의 협력 혹은 싸움 또한 아이의 머리로 스스로 해 내야 하는 부분이기에, 자신의 의욕과 능동적인 추진력으로 생각하기를 먼저 배워야 한다고 믿기에.

유치원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편지에 방학 중 속초에 다녀왔다고 하셨다. 지오는 “속초? 포켓몬고 하셨겠다! 나도 해 보고 싶다”고 외친다. 휴대전화로 포켓몬고를 잡는 게 어색하지 않을 아이 세대가 클 때에는 어떤 발명품들이 개발될지 정말 궁금해진다.

이재원 문화평론가
한양대 실용음악과, 정보사회학과 겸임교수
전 텐아시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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