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태어나고 나이가 들어감에 있어서 점점 늘어나는 것들이 여러 가지 있다. 그 중 하나는 소유물, 짐들이다. 때로는 버리지도 못하고, 가지고 가자니 그럴 수도 없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최소한의 것들만 소유하고 주변을 정리하고 심플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본다. 그런데, 이마져도 잘 안 된다.연륜도 좀 들어서 가정을 꾸미고 산지도 수십 년, 한 분야에 종사한지도 수십 년이 되었다. 그렇다보니, 가지고 있는 것들이 제법 많다. 입는 옷이며, 신는 신발이며, 가구들과 부엌살림들, 등 많다. 그런데, 그런 물건들이 때로는 일 년에 한두 번 쓰는 것들도 많다. 그런데도 누가 좋다더라, 편리하더라 하면 계속 사재기를 한다.

 

사람의 마음이란 참 묘하다.이만하면 되었다라고 만족을 모른다. 자신의 처지에 흡족하기가 쉽지 않고 항상 무엇인가를 더 채우려고 한다. 그것이 소유이든 명예이든 그렇다. 모든 것은 과하면 모자람보다 못하다. 먹는 것을 탐하다가 비만이 생기고, 부당한 것을 가지려다가 쇠고랑을 찬다. 그런데,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지도 않고 ,있는 것에 족하면서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면 돋보일 것이다. 그런 사람의 글을 읽었다.

 

사재(思齋) 김정국(金正國)(1485-1541)이다. 그는 청복(淸福)을 마음껏 누린 사람이다. 청복이란, 자연에서 얻는 행복, 청빈한 삶에서 얻어지는 만족 같은 것이다. 김정국은 벼슬에서 물러나 완전히 다른 생활을 하면서 호(號)를 팔여거사(八餘居士)-여덟 가지 넉넉한 것이 있다-라 했다. 친구가 팔여거사의 호(號) 뜻을 묻자 이렇게 설명한다.“토란국과 보리밥을 배불리 넉넉하게 먹고, 부들자리와 따뜻한 온돌에서 잠을 넉넉하게 자고, 땅에서 솟는 맑은 샘물을 넉넉하게 마시고, 서가에 가득한 책을 넉넉하게 보고, 봄날에는 꽃을 가을에는 달빛을 넉넉하게 감상하고, 새들의 지저귐과 솔바람소리를 넉넉하게 듣고, 눈 속에 핀 매화와 서리 맞은 국화에서는 넉넉하게 향기를 맡는다네, 한 가지 더, 이 일곱 가지를 넉넉하게 즐기기에 팔여 라고 했네.”

 

김정국에게는 늙은 부자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의 탐욕에 대해 “우리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재물을 탐하는가?”라는 편지가 전해진다. 그 내용은. “그대는 살림살이가 나보다 백배나 넉넉한데 어째서 그칠 줄 모르고 쓸데없는 물건을 모으는가? 없어서는 안 될 물건이 있기야 하지. 책 한 시렁, 거문고 한 벌,벗 한 사람, 신 한 켤레, 잠을 청할 베개하나, 바람 통하는 창문 하나. 햇볕 쪼일 툇마루 하나, 차 달일 화로 한 개, 늙은 몸 부축할 지팡이 한 개, 봄 경치 즐길 나귀 한 마리가 그것이라네, 이 열 가지 물건이 많기는 하지만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되네.늙은 날을 보내는데 이외에 필요한 게 뭐가 있겠나.”

 

그는 1538년 전라도 관찰사로 부임하기까지 망동리에서 20여 년 동안 팔여(八餘)를 실천하며 살았다. 이웃 선비가 무료하게 지낼 것 같은 그에게 위로 편지를 보내자 시 한수로 답을 한다.“내 밭이 넓지 않아도/배 하나 채우기에 넉넉하고/내 집이 춥고 누추해도/몸 하나는 언제나 편안 하네/밝은 창에 아침 햇살 오르면/베개에 기대어 옛 책을 읽고/술이 있어 스스로 따라 마시니/영고성쇠는 나와는 무관 하네/무료할 거라곤 생각지 말게/진정한 즐거움은 한가한 삶에 있나니(眞樂在閒居).위 사재 김정국의 글들은 『선비답게 산다는 것』에서 인용했다.
 

수 백 년이 지난 오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필요한 것들이 얼마나 될 까? 아마 사재 김정국이 말한 10가지는 넘지 않을까 싶다. 지금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을 한번 열거해 본다. “읽고 싶은 책, 오디오 기기,자동차, 스마트폰, 신발 두 켤레,안경, 양복 두 벌,아내,두 아들,노트북,칼럼쓰기,성경,예배,친한 친구 몇 사람,가끔 가족들과 외식,만나면 반가운 이웃,다리 쭉 펴고 잠 잘 집,가끔 밥 사줄 만한 주머니 사정”.점점 많아진다.

없어서는 안 될,10가지로 삶의 여유를 즐기는 팔여 김정국의 지혜를 배우고 싶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목사입니다. 몇년간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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