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컬러와 흑백의 차이

아날로그 시대에는 코다크롬으로 컬러 작업을 할 때면 파란색과 빨간색이 지나치게 선명하고 고운 나머지 사진이 담고 있는 감정보다 앞선다는 느낌이 들곤 했다. 하지만 흑백 사진의 미묘하게 명암을 달리 하는 그 회색들로는 색채 없이도 인물들의 치밀함, 그들의 태도와 눈빛에 집중할 수 있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흑백사진을 바라볼 때 그 이미지는 우리 가슴에 파고든다. 우리는 그 이미지를 소화하고 무의식적으로 채색한다. 흑백의 이미지라는 이 추상화는 이런 식으로 사진을 바라보는 이에게 동화되고 그의 것이 된다.

 

브라질 출신의 다큐사진작가인 세바스치앙 살가두의 자서전이랄 수 있는 <나의 땅에서 온 지구로>(솔빛길 펴냄)에서 인용했다. 예전에 컬러필름광고에서는 ‘실제보다 더 선명하다’식의 얘기를 하기도 했다. 화면이나 캔버스 상의 색감이 너무나 강렬해서 우리의 감정이 작품 속에 배여들 여지를 주지 않는다. 그것을 살가두는 사진으로 치면 ‘사진이 담고 있는 감정보다 앞선다’고 표현했다. 동양의 수묵화가 만들어내는 흑백과 여백의 미와 서양의 계속 덧대어 칠하는 유화와의 대비도 이런 선상에서 되씹어볼 수 있겠다. 여기 한경칼럼에서 비슷한 얘기를 한 적이 있다.

리커란과 션아오이 

 

‘예술품으로 본 동서양의 문명 교류’라는 부제처럼 <루브르에서 중국을 만나다>(김원동 편저, 아트북스 펴냄, 2014)는 책 전체가 동양과 서양의 예술적 차이와 공통점을 다루고 있다. 거기에 서양화와 동양화의 차이를 극명하게 비교할 수 있는 전시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2009년 2월에 루브르 박물관에서 열린, 프랑스 국적의 중국 화가인 예페이밍(嚴培明)의 회화전인 <모나리자의 장례식>이었다. 이 전시회가 열린 곳과 실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전시된 곳과의 거리는 30미터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 두 모나리자가 어떻게 같고 다른지 먼저 보자.

 

 

 

 

 

 

 

 

 

 

옌페이밍은 자신의 모나리자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 그림에서 내가 쓴 방식은 일종의 투영기법이다. 레오나르도의 모나리자에 빛을 쏘아 그림자가 비치게 했다. 내가 그린 건 <모나리자>의 그림자다.” 책에서는 ‘사실적이고 설명적이며 구체적인 전달을 중시하는 서양회화’와 ‘간결하고 함축적인 표현과 심오한 정신을 강조하는 동양회화’로 구분, 정의한다. 큰 틀에서 적절한 대비라고 생각한다.

 

컬러와 흑백 사진의 차이, 서양회화와 동양회화의 차이 같은 게 광고물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인쇄광고를 제치고 TV로 대표되는 동영상광고가 나오며 축약과 상징의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후 컬러시대가 열리고 HD, 영화관까지 포함한 대화면으로 나아가며 의미보다는 묘사와 선명함에 더 비중이 주어졌다. 이럴 때일수록 차라리 옌페이밍이나 살가두와 같은 식의 투영적, 추상화적 단순함이 더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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