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

입력 2014-06-09 04:38 수정 2014-10-06 13:31
<무엇이 재앙을 만드는가>(찰스 페로 지음, 김태훈 옮김, RHK 펴냄, 2014) 책을 집어든 것은 세월호 때문이었다. 뭔가 나름 정리를 해야만 했다. 특정한 비극을 떠나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 부조리하고 엄청난 퍽발의 위험을 안고 있는 요소들이 있는지 새삼 실감하며 책을 읽었다. 그런 대표적인 요소들 몇 가지만 책에 나온 그대로 살펴 보았다. 빨간색 글씨가 책에서 바로 인용한 것이다.
당신이 상사에게 모호한 명령을 받았다고 가정하자. 당신은 A를 해야 할지 B를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심각하고 특수한 상황이라면 A를 하는 것이 옳고,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B를 하는 것이 옳다. 당신은 B를 하기로 결정한다. 이전에 한 적이 있고,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B를 하기 위해서는 단계 1, 2, 3을 거쳐야 한다. 여전히 찜찜한 당신은 단계마다 결과를 확인한다. 단계 1 이후에는 특정한 일들이 생겨야 한다. 다행히 예정된 일들이 생긴다. 단계 2와 3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이 사실은 B가 옳은 선택이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당신의 결정을 '확증confirm'한다. 당신은 그렇게 믿음으로써 해석에 합치하는 세계를 창조한다. 설령 그 세계가 틀린 것이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늦었을 수도 있다.
위의 내용은 회사를 떠나 일상에서도 너무 와닿는 상황이 많다. '안전한 선택'을 하는 것이고, 그만큼 새로운 것과 낯선 것에 대해서 다가서지 못하는 모습이 드러나 있다. 그리고 문제는 그것을 계속 추인하는 것이다. 선거 때에 이렇게 결정들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저자는 시스템을 4가지 수준으로 나눌 것을 제안한다. 원전을 기준시스템으로 분류한 결과를 보자.1) 밸브같은 부품(part)-> 2) 부품들이 모여서 구성하는 기본적 단위인 장치(unit) -> 3) 복수 탈염 장치, 모터, 펌프, 배관 등 일련의 장치들이 모여서 구성하는 하위시스템(subsystem) -> 4) 하위 시스템들이 모여서 구성하는 총체적인 시스템. 원전 시스템은 24개의 하위 시스템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이 분류에 따라 저자는 원전 사고에 따른 희생자도 나눈다. 1군 희생자는 운용자(지속적으로 가동에 참여하는 인력) -> 2군은 기타 인력 내지 승객을 비롯한 시스템 이용자(납품 업체, 원전에서 일하는 사람들) -> 3군은 무고한 외부자(원전 근처에 사는 사람들) -> 4군은 미래세대(방사능으로 기형아, 사생아).
사건(장애 범위가 부품이나 장치에 국한)과 사고(하위 시스템이나 시스템 전체에 손상을 입혀서 가동 중단)의 정의도 의미가 있다. 사고도 '요소 장애 사고'와 '시스템 사고'로 구분할 수 있다. 요소 장애는 예상 가능한 순서로 연계된 복수의 요소에 일어나 장애 발생하는 것이고, 시스템 사고는 다발적 장애 사이의 예상치 못한 상호작용으로 일어난 사고를 말한다.

 

그렇다면 세월호 사고는 무엇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이 역시 어떻게 사고와 영향의 범위를 잡는가에 달려 있다. 생각하는 사람들의 현재의 위치와 생각하는 범위에 달려 있다. 누군가는 2군 희생자까지만 발생한 것이랄 수 있고, 미래 세대의 교육을 걱정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광범위한 사고가 된다. 선장과 선원에 멈추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사건이라고 잔인하게 할 수도 있겠다.
느슨한 연계는 시스템의 특정한 부분들이 고유한 논리나 이해관계를 따를 수 있도록 허용한다. 빈면 긴밀한 연계는 그러한 행동을 제한한다. 느슨한 통제는 중앙집중식 통제가 결여되어 있기는 하지만 무질서한 것은 아니다. … 조직화의 수준은 연계성의 수준에 좌우되지 않는다.

 

지속적인 가공 공정이 진행되는 공장에는 긴밀한 연계가 필요하다. …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단선적 상호작용만 일어나는 시스템 … 생산공정을 느슨하게 연계시키면 효율성이 낮아지고 문제가 생기게 된다. 시스템이 단선적이라면 긴밀한 연계가 최선의 조직 방식이다.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그들의 다양한 욕구를 정도껏 충족시키는 것을 생각하면 느슨한 연계가 비효율적인 것만은 아닐 때가 많다. 이해당사자나 통제자가 자신의 기준에만 초점을 맞추어 판단할 대 비효율적이란 낙인을 찍는 경우가 많다.
긴 언덕에서 제동장치가  고장 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개선된 제동장치가 대형 트럭에 장착되었지만 사고가 줄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흔히 회자된다. 개선된 제동장치는 분명히 제 성능을 발휘했다. 그러나 트럭 운전사들은 안전 마진이 늘어난 만큼 언덕길을 더 빨리 내려갔다. … 트럭 운전사들이 언덕길을 빨리 내려가고 싶어서 안달이 나서가 아닌, 어디서든 최대한 속도를 내야 그만큼 돈을 더 벌거나 상사에게 시달리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조선에 대한 안전장비가 강화되었는데도 위험성이 달라지지 않은 것도 많은 부분 선주들의 욕심과 그에 맞추기 위한 압박에 기인한단다. 그런데 선주들은 '선장에게 위험을 무릅쓰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우리의 규칙은 분명하게 안전제일을 내세운다'라고 말한단다. 이번 사건에서 우리가 너무나 확실하게 보았던 것 아닌가?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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