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한 산악인, 탐험가이자 작가인 릭 리지웨이(Rick Ridgeway)의 <Below Another Sky>란 책을 봤다. 눈사태로 저자의 무릎 위에서 죽어간 친구가 있었다. 20년 후 작가는 친구의 딸과 함께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서 여행을 떠난다. 거기에 등반철학, 불교, 정치적 사건들이 함께 엮여져 인생을 생각하게 해준다. 저자는 파타고니아의 창업자이자 역시 저명한 산악인인 이본 취나드와 아주 가까운 친구였다. 이 책의 모티브가 된 눈사태가 날 때 이본 취나드도 함께 있었다. 파타고니아에 관한 책은 꽤 읽었다. 그런데 파타고니아를 주소재로 다루지 않은 이런 책에서 파타고니아 및 이본 취나드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이본 취나드에 대한 몇몇 에피소드들이 나와서 재미있게 읽었다. 그런 몇몇 부분들을 모아 실었다.

 

 
Both Yvon and Doug had dropped out of high school to pursue climbing. In the mid-sixties they loaded a Ford van with surfboards, skis, and climbing gear and painted on the back the words "Puercos Deportivos," Spanish for "Fun Hogs." They drove from California to Argentina, surfed, skied, and climbed the entire distance, and, at the end of the trip, made the third ascent of a monumental tusk of granite in Patagonia called Fitsroy. By then Doug had started a small company in San Francisco manufacturing tents and sleeping bags be named The North Face, after the great north-wall climbs of Europe.

• 여기서의 Yvon은 파타고니아의 창립자인 이본 취나드를 말한다. Doug Tomkin은 노쓰페이스의 창립자이다. 덕은 나중에 부인과 함께 에스프리(Esprit)도 만든다. 세계 아웃도어 시장을 주름잡는 이들간에 20대 시절 어릴 때부터 관계가 형성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의 아이들은 우리들은 과연 저렇게 살 수 있는가? 노쓰페이스와 같은 기업을 만들라고 하는데, 저렇게 자연을 제대로 즐기며 자연스럽게 산업과 연결시킬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해주고 있는가? 아이들이 저런 모험에 나서도 격려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는가?

 
"It's just like catching a taxi in New York. Nice guys finish last."

• 이본 취나드가 로프를 매지 않고 빙벽을 오르면 훨씬 빨리 오른다면서 함께 산에 오르게 된 유명한 방송인인 탐 브로코(Tom Brokaw)에게 한 말이다. 'Nice guys finish last'는 교활하고 승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일도 서슴치 않았던 레오 듀로처(Leo Durocher)의 말로 유명하다. 그런데 그의 자서전을 보면 원래는 자이언츠 시절 그의 선수들을 보면서 그게 어느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단다. "All nice guys. They’ll finish last. Nice guys. Finish last.” 이걸 기자가 축약시켜서 "Nice guys finish last."로 만든 것이라 한다. 어쨌든 뉴욕에서 택시를 잡으려 할 때, 앞에서 얌체같이 먼저 잡아버리는 경우가 있다. 서울에서도 숱하게 당했던 일이기도 취다. 다른 사람 생각하지 않으면, 곧 그래서 로프를 매지 않고 혼자 맘대로 가면 빨리 간다는 뜻으로 이본 취나드가 뉴요커인 탐 브로커에게 적절한 비유를 써서 설명했다. 이어서 뒤로 처지는 탐 브로코가 미안해하면서 자기 커리어를 가지고 농담 비슷하게 건네자, 통렬한 농담을 쏘아 붙인다.

 
"Sorry, guys. My television careers is catching up with me."

"New York money and Park Avenue legs don't get you far up here," Yvon said.

• 탐 브로코의 말도 자기 경력 자랑하는 것으로 썩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방송 일을 하면서 자기 체력이 속된 말로 저질이 되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백미는 이본 취나드의 말이다. '많은 수입과 높은 지위로 산을 오를 수는 없다'는 것을 뉴욕과 뉴욕의 가장 부자 동네인 파크애브뉴를 들어서 멋진 비유를 날려 주었다. 요즘에야 에베레스트 같은 곳에 아마츄어 등반가들도 정상까지 그야말로 올려다주는 상업적 등반대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대부분의 산들에서 사람들은 평등해진다. 정직한 노력만이 빛을 발한다. 아직은 산에 가면 살만하다. 그들이 밤 늦게 산에서 내려와 식당에 들렀더니, 모텔도 함께 운영하는 주인이 피로도 풀 겸 자꾸지(Jacuzzi)를 이용하라고 했단다. 이본 취나드가 바로 사양해서 탐 브로코가 의아하게 보니까 이렇게 얘기했단다.

 
"We wouldn't want you getting too soft."

• 자꾸지에서 풀어지는 것과 언론에서 매섭게 고발하지 못하고 너무 부드럽게 하는 것을 잘 연결시킨 상황에 어울리는 농담이다.
 
"He's never been a peak bagger. The route on a mountain has been the only thing that mattered to him. The quality of the route, not the summit."

• 저자가 이본 취나드에 대해서 얘기한 것이다. 무조건 정상에만 오르려는 사람이 아니라 과정을 중시하는 이라는 것. 이본 취나드는 파타고니아의 임직원들에게 선(禪)을 배운 이가 활을 쏘듯이 경영을 해야 한다고 말하곤 한단다. 과녁을 보고 그것을 맞추려고 쏘는 게 아니라, 화살을 재우고 시위를 당기고 쏘는 그 과정에서 자신을 담금질하고 정신을 가다듬는 것이다. 취나드에 대한 몇몇 독특한 모습들이 나온다.

 
He drives an old Toyota station wagon. He wears his clothes until they are holed and ragged. He's been going to the same barber for forty years. and he's always had the same short haircut. When he climbs, he secures himself to the rope as climbers did fifty years ago, wrapping the cord around his waist a few times and tying a bowline. He's never once watched the Super Bowl. He's an excellent cook, washes his own dishes happily without a dishwasher. He's never used a computer, and he drives within the speed limit.

• 이런 특성들 끝에 내가 좋아하는 말을 붙인다. "He knows how to move quickly, but he's never in a hurry." 바쁘게 움직이는 척을 해야만 일을 하는 것으로 봐주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Losers are always in a hurry.'라고 이태리 출신의 제법 큰 기업 CEO에게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한국의 속물사회에서는 'Always being in a hurry makes no loser.' 정도 얘기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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