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케아가 과연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인가를 두고 말들이 많다. 작년 겨울부터 몇몇 모임에서 토의 소재가 되기도 하고 질문도 꽤 받았다.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자신있게 얘기하지는 못했지만, 나는 이케아의 성공이 힘들 것이란 쪽이었다. 과잉 서비스에 익숙해진 한국의 소비자들이 아무리 DIY가 트렌드라고 하더라도 직접 조립을 할까 의문이었다. DIY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케아는 취미로 하기에는 너무 실용적이다. 직접 조립하고 씨름하기에 한국 집들에는 적당한 공간이 없다는 것도 성공에 심각한 장애물이 될 것이다. 그리고 ‘과잉 서비스‘ 중의 하나로 짜장면 한 그릇까지 배달이 되고 인터넷 쇼핑으로 온갖 것을 처리하는데, 직접 보고 만지고 씨름하는 이케아식의 소비가 한국 땅에서는 구현되기 힘들다고 보았다. 그런데 <이케아, 불편을 팔다>에 나온 아래 구절들을 보면서 이케아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은 심지어 연애생활과도 관련이 있었다. 많은 연애 잡지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마리암 라우는 이렇게 썼다. “모든 관계가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지고 또 허물어질 수 있었지요. 그러나 가구를 들여 놓으면 그것으로 앞날에 대한 희망을 느끼게 됩니다.” (193쪽)
‘희망’이 원문의 어떤 단어를 번역한 것인지 모르겠다. 약간 의미가 축소되지 않았나 싶다. 원나잇스탠드가 많고, 오랜동안 관계가 이어지지 않는 연애가 대부분인 시대라고 한다. 그런데 그렇게 쉽게 만나 헤어질 수 있는 사람이 함께 가구를 산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젊은 두 사람이 가볍게 살 수 있는 가구로 이케아만큼 어울릴 게 없다. 어차피 쇼핑을 즐기는 세대인데, 계속 누군가의 방에 있을 가구를 함께 산다는 것은 화장품과 같은 소모품을 사는 것과 다르다. 그렇다고 이케아는 다른 가구들처럼 반영구적으로 있을 거라고 속박하는 측면은 거의 없다. 찰나적인 쾌락에만 매달리는 관계를 이루며 산다는 데 대한 위안이자 언제든 떨칠 수 있는 구속에 딱 어울리는 것이다. 보너스로 함께 조립하면서 그저 물건을 사고 헤어지는 것보다 더욱 의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영국의 한 브랜드 전문가가 ‘현대 소비 사회가 가치에 관한 우리의 감성을 왜곡시키는’데 이케아가 ‘그 대표적인 상징’이라고 했단다. 서유럽인들은 ‘집안의 가구를 통째로 사들이고, 한번 사서 들여놓으면 영원히 지켜낼 듯 소중히 여기는 관습에 젖어 있었다’고 하는데, 이케아는 ‘가구를 유행에 따라 자주 바꾸는 물건으로 인식하도록 만들었다’는 비난도 나왔다. 젊은 커플들에게 바로 위에서 본 것처럼 어필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케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을 언급하며 공격적으로 대응했다. 이케아 독일의 홈페이지에 있는 문구라 한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디자인 제품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자기가 쓰던 가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려고 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 역시 어떻게 집을 꾸밀지 스스로 결정하는 재미를 누려야 마땅하다.” (194쪽)   
한국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제품 판매에서 ‘교육’이 사실상 거의 만능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입시산업 안에 실제 사교육비에 ‘입시안내 컨설팅, 수험생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심리상담, 수험생을 위한 한약, 학원 수강을 위하여 맞춤화된 오피스텔, 학원생을 위한 간식과 식사’ 등등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우리가 교육이라는 미명하에 많은 돈을 아낌없이 쓰고 있다. 수험을 떠나 어릴 때부터 ‘교육 효과’가 있다는 제품이라면 카테고리를 떠나 부모들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다. 레고의 지속적인 인기에도 이런 교육 효과가 상당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구매하는 과정에서부터 아이들이 참여하며 자연스럽게 디자인과 경제 학습이 되고, 조립하며 두뇌 발달을 이끌 수 있다고 포인트를 잡으면 다른 가구 업체가 할 수 없는 이케아만의 소구점이 될 수 있다. 
영국의 한 작가는 ‘changing-room-generation’을 이케아가 이끌었다고 주장했단다. 이케아는 영국에서 가구란 바꾸는 것이 아니고 물려주는 것이란, 위에서도 언급한 서유럽인들에게 공통적이지만 영국에서 특히 강했던 관념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영국적인 것. 오 이제 제발 그만!”“이제 그만 당신의 무명 커튼을 내던져 버려!”
이케아가 영국에서 쓴 광고 슬로건과 카피의 일부이다. ‘3포 세대’, ‘88만원 세대’ 등의 호칭처럼 암울하게 보이는 젊은 세대가 그래도 자기 방 하나는 바꿀 수 있게 하는 이케아가 가능하지 않을까? 정치 권력의 교체, 미래의 내 삶을 바꾸는 거창함보다는 방의 분위기라도 ‘바꿔 바꿔’하는 ‘내가 만드는’ 가벼운 변화의 상징으로 이케아를 위치지을 수 있겠다. 덤으로 이전의 이케아 상품들을 신상품과 교환하거나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쓸만한 것을 바꾼다는 죄책감과 경제적인 부담감까지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젊은 연인, 젊은 부모, 개인으로서 젊은이란 어쨌든 젊은 세대를 겨냥해서 약간씩 다른 메시지로 마케팅을 전개해야 한다. 얕고 깨지기 쉬운 관계들의 범람, 떨칠 수 없는 교육에 대한 부담, 앞이 보이지 않는 경제의 압박 등은 사실 전세대가 공유하고 있다. 그래서 젊은 세대로부터 시작되겠지만 파급효과도 충분히 빠르고 크게 나타날 수 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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