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내커

지구에서 우주로 간 광고

두산重 광고는 왜 지구에서 우주로 갔을까[박재항의 C.F.] 기업이미지광고와 ‘2C’
‘2C’에 충실한 두산
광고 중에서도 기업이미지 광고는 ‘2C’에 충실해야 한다고 얘기들을 많이 한다. 지속성(Continuity)과 일관성(Consistency)이다. 한두 차례 광고를 집행하다가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잊히지 않고 사람들에게 각인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지속성). 그 메시지가 들쑥날쑥 해선 안 되고 연계돼야 한다(일관성). 즉, 동일한 슬로건으로 메시지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오랜 세월을 두고 진행되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워낙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의 취향도 바뀌다 보니 이런 기준을 맞춘 광고 캠페인을 보기가 갈수록 힘들어진다. 이런 측면에서 2005년 이래 매년 꾸준히 새로운 캠페인을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란 슬로건과 함께 내놓고 있는 두산중공업은 아주 예외적인 사례다.

지난해 하반기에 두산중공업의 아홉 번째 광고 캠페인이 전파를 탔다. 무엇보다 60초란 길이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30초 광고에서 두 배로 길이가 늘어났고, ‘빛(발전)’과 ‘물’로 나뉜 광고물이 아니라 이번에는 한 편에 두 가지 요소가 모두 담겼다. 

  ▲ 두산중공업은 2005년 이래 매년 ‘지구의 가치를 높이는 기술’이란 슬로건과 함께 광고 캠페인을 지속 전개하고 있다. 최근 전파를 탄 새 광고는 ‘우주의 별 중 가장 아름다운 별 지구’라는 도입부 카피처럼 더 넓은 우주를 향하는 쪽으로 확대하는 시각이 펼쳐졌다. 사진은 광고 스틸컷.
그리고 슬로건에 나오는 ‘지구’의 의미가 달라졌다. 이전에는 지구상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거나 물이 부족한 오지와 같은 특정 지역을 콕 집어 찾아가서 그곳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방식을 자연스럽게 담아냈는데, 새 광고는 ‘우주의 별 중 가장 아름다운 별 지구’라는 도입부 카피처럼 더 넓은 우주를 향하는 쪽으로 확대하는 시각이 펼쳐졌다. 

브랜드 영역이나 브랜드 캠페인의 방향에 있어서도 ‘넓히고 좁히거나, 좁히고 넓혀라’는 표현을 썼다. 두산중공업은 우주의 물과 빛으로부터 ‘지구’를 중심에 두고 오지 지역으로 좁혀 갔다. 그런 특정한 오지에서의 활동과 성과를 더 크게 지구 전체 나아가 우주의 영역으로까지 옮기겠다는 의지를 보인 데서 높이 살만하다. 그런데 너무 크게 나가다보면 당연히 공허하거나 자화자찬식의 느낌을 줄 수 있다. 

IBM이 1995년 ‘Solutions for a Small Planet(작은 행성을 위한 해결책)’이란 슬로건을 내놓으며 기업브랜드 캠페인을 시작한 바 있다. 필자가 ‘90년대의 기업브랜드 캠페인’이라고 명명한 바로 그것이다. IBM이 왜 굳이 ‘작은(Small)’이란 형용사를 ‘지구(Planet)’ 앞에 붙였을까? 

바로 지구를 전면에 내세우면 캠페인의 범위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현실감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두 번째로는 ‘Big Blue(큰 청색)’라고 불린 IBM의 거대함과 관료적인 이미지를 완화시키고 싶었다. 

두산중공업의 경우도 지구를 핵심으로 하는 슬로건을 바꾸진 않았지만, 무대를 지구와 우주로 넓혔을 때 사람들이 혹시나 더 멀게 느낄 수 있는 거리감을 고려해서 그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야 한다. 100% 해외 로케이션으로 광고가 진행되면서 아름답고 생생한 화면이 누구나 봐도 두산중공업의 광고임을 알 수 있는 차별화 요소로 자리 잡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바로 이 땅 한국에서의 존재감과 친근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때가 된 것 같다.

두산중공업과 같은 B2B(기업과 기업간 거래)기업의 경우, 기업이미지 광고 목적의 서너 번째 안에는 기업 호감도를 높여 우수한 인재를 선발한다는 게 꼭 들어간다. 실제 두산중공업 광고가 성공했다는 지표로 광고 인지도나 선호도 외 가장 먼저 내놓는 자료가 대학생들의 취업 선호도이다. 삼성중공업이나 현대중공업과 같은 국내 동종의 경쟁 기업들을 제치고 두산중공업이 취업 희망하는 기업 순위에서 1위라고 한다. 

  ▲ 두산그룹도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2009년부터 지속성과 일관성 있게 그룹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사진은 지면 광고 이미지.조선이 주력인 두 회사와 두산중공업을 직접 비교하는 것에 고개를 갸우뚱할 수는 있지만 의미 있는 조사 결과이다. 그런데 이런 결과에는 두산중공업의 캠페인뿐 아니라 두산그룹의 이미지광고도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두산그룹은 전통적으로 규모에 비해 취업 희망기업 순위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80년대 내내 10위 안에 꼭 들었다. 그러다 1991년 두산전자에서 낙동강으로 페놀이 흘러들어가 대구 지역 수돗물에서 악취가 나는 페놀사건이 일어나면서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맥주, 식음료 등의 소비재 매출이 90년대 말까지 그룹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성장에도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컸다. 

잘 알려진 것처럼 두산그룹은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소비재 부문 주력들을 매각하고, 덩치 큰 중공업 기업들을 인수하며 기업 전체 포트폴리오의 변화에 성공한다. 2000년에 현재 두산중공업이 된 한국중공업을 인수했고, 대우종합기계와 밥캣(Bobcat)이 2005년과 2007년에 각각 두산그룹의 일원이 돼 두산인프라코어로 자리 잡았다. 두산그룹의 애뉴얼 브로셔를 보면 그룹 전체 매출의 90%가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양대축으로 하는 ISB(Infrastructure Support Business·인프라지원사업)부문에서 나온다고 한다. 두산중공업의 비중이 그룹 내에서 40% 이상으로 절대적이다. 

광고 호감도, 기업 호감도로 이어져…시너지↑

다른 두산그룹의 기업들이 광고를 하지 않다보니, 두산그룹의 이미지광고를 두산중공업의 광고로, 또 거꾸로 두산중공업의 것을 두산그룹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다. 광고 노출량이나 집행액 면에서도 두산중공업의 존재감이 두산그룹 내에서 워낙 뚜렷하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슬로건과 함께 2009년부터 집행되고 있는 두산그룹의 캠페인도 지속성과 일관성에서 박수를 받을만하다. ‘사람’이란 테마가 뿌리로부터 따져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기업집단으로서 두산그룹이 초기부터 지니고 표방한 가치와 잘 맞아 떨어진다. 현재까지는 두산그룹과 두산중공업의 광고가 긍정적으로 상호영향을 미치는 편이 크다고 본다. 

한국땅에서의 인재를 겨냥한 그룹의 광고와 해외를 무대로 한 활동상을 감성적으로 표현한 두산중공업의 광고가 서로 부족한 면을 메워주고 있다. 그런 시너지의 결과 중 하나가 바로 한국 내 중공업 회사들에 대한 취업선호도에서 두산중공업이 1위를 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생각된다. 더 넓은 영역으로 나아간 두산중공업의 광고가 어떻게 두산그룹과 계속 긍정적인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까? 고심해야 할 과제이다.————————————————-<The PR> 2014년 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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