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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사례를 제대로 읽는 방법

마케팅 사례를 제대로 읽는 방법 

“영국 유통업체 테스코의 한국법인 홈플러스는 지하철역에 가상 스토어를 만들고 벽면에 상품 사진을 설치해 진짜 매장처럼 꾸며 놓았다. 각 상품에는 QR코드를 심어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주문하면 귀가하는 시간에 맞춰 배송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가상 스토어 덕분에 홈플러스는 온라인 매출이 130%나 증가했고, 업계 1위 이마트보다 매장 수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이마트와의 오프라인 격차까지 줄일 수 있었다. 

만일 무선네트워크 환경이 썩 좋지 않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대규모로 확대하기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다음 소식을 보고 놀라지 마시라. 최근 미국 온라인 식품 유통업체 피포드(Peapod)는 필라델피아와 시카고의 시범 스토어에서 성공을 거둔 뒤 보스턴, 뉴욕, 워싱턴DC를 비롯한 다른 지역에도 가상 스토어 100개를 설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근래 출간된 책 <융합하라!>에 있는 구절이다. 디지털 마케팅의 영역을 개척하고, 단순한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신제품 개발까지 그야말로 크리에이터(Creator)의 길을 성공적으로 걸어온 레이저피쉬(Razorfish)의 CEO와 CTO가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풀어놓은 책이다. 마케팅 담당자를 넘어 최고경영자에게도 디지털시대를 읽고 헤쳐나가는 데 큰 도움을 줄 책이다. 

그런데 초반에 위와 같은 사례가 나왔다. 홈플러스에서 2011년 칸느광고제에 출품하여 대상을 받은 작품을 두고 쓴 것이다. 사실 제대로 실행이 되지 않은 아이디어이다. 저런 가상스토어가 실제로 얼마나 생겨났던가? 홈플러스의 온라인 매출이 130% 늘어났나? 일시적으로 늘어났다고 하더라도 얼마나 오래 그 흐름이 지속되었던가? 그리고 제대로 운영도 하지 않은 가상스토어 때문에 이마트와의 오프라인 격차까지 줄였다는 게 말이 되는가? 

2012년 말이었던가, 외국의 어느 광고 잡지에서 이 홈플러스 가상 스토어를 가지고 만든 친구들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칸느광고제에서 큰 상을 받은 아시아 광고회사들을 찾아다니며 연쇄 인터뷰한 기사였으니 피할 수도 없어서 곤혹스러웠을게다. 훌륭한 아이디어이고 실행도 멋지게 되었고, 위에 얘기한 것과 같은 성과를 거두었다는 판에 박힌 말들이 지면에 씌여 있었다. 그렇게 130% 등의 수치들이 기정사실이 되는 것을 감지할 수 있었다. 결국 이렇게 유명한 저자의 책에까지 나왔으니 더더욱 역사적 사실로 기록될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서 생각할 점은 세 가지이다. 

첫째, 마케팅 서적 등의 사례들을 100% 믿어서는 안 된다. 한정된 정보를 가지고 쓸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 사례처럼 특정한 목적으로 단기적인 실행과 그에 따른 성과만을 가지고 사례를 작성하는 경우가 꽤 있다. 그런데 그게 장기적으로 안정되게 자리잡은 사례로 씌여지는 경우가 많다. 자신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례가 아니라면, 될 수 있는 한 전후 사정을 여러가지 자료를 가지고 살펴보아야 한다. 

둘째, 정직해야 한다. 홈플러스의 칸느광고제에서의 성과는 충분히 축하하고 박수보낼 일이고, 당시 광고회사로서도 꼭 필요한 쾌거였다. 국내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계기 중의 하나로도 충분히 작용했다. 그러나 이후의 결과가 좋다고 해서 모든 것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위에서 잠깐 언급한 광고 잡지의 인터뷰처럼 그 담당자들이 곤욕스럽게 얼버무리거나 거짓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나오지 않는가? 이런 거짓은 겉으로 화려한 꽃을 피웠지만 줄기 안이나 뿌리가 썩게 만드는 것과 같이 작용한다. 

셋째, 사례는 자신에 맞게 받아들이고 운용하자. 마지막 부분에 미국 피포드가 적극 활용한다는 얘기를 하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서 아이디어의 팁을 받아서 자신에 맞춰 적용하면 된다. 
모든 마케팅 사례들이 그렇다. 똑같이 받아들이려고 사례를 공부하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 사례를 떠나서 모든 공부들이 그렇지 않던가? 똑같은 시를 읊조리라고 시를 공부하고 외우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생각하고, 실행하는 방식을 배우면 된다.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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