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그 여름을 함께 보낸 친구들은 ‘그 (일에) 미쳐 지낸 여름(That crazy summer)'라고 누가 이름을 붙인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불렀다. 지난 2005년 7월 시카고 근교에서 써서, 여기 한경칼럼에 올린 아래 글에서 그 시절과 친구들, 특히 그 중 시카고 근처에 살던 친구를 위와 같이 시작하며 추억한 적이 있다. http://w.hankyung.com/board/view.php?id=_column_153_1&ch=comm4&no=41&page=1&sn=off&ss=on&sc=off&old_no=&old_id=_column_153_1&skin=&keyword=%B0%F8%C0%DB&category=&tag=&pagenum=&sel_order=&desc=desc&cmt_page=1&cmt_order=&cmt_desc=asc&sel=s 그 친구들 중의 하나인 Randy Ringer(랜디 링거)가 아래와 같은 메일과 함께 사진 두 장을 보냈다. While emptying out my storage unit I stumbled across hundreds of old photos. I managed to scan a couple before I got overwhelmed with memories.(창고방을 비우다가 옛날에 찍은 사진 수백장을 발견했네. 추억에 푹 빠져 허우적대기 전에 몇 장 스캔을 했네.) 랜디가 소설가로도 활동해서인지 표현이 예사롭지는 않다. 'stumble across'는 '우연히 발견하다'란 뜻이다. 'stumble'이란 단어를 알게 된 건 '70년대말에서 '80년대초에 중고교 시절을 보냈던 한국인들에게는 전설처럼 남은 'Stumblin in'이란 노래를 통해서였다. 사랑에 빠져서 '허우적대다', '흔들거리다'란 뜻으로 방송진행자가 얘기를 했고, 사전을 굳이 찾아보지 않고 그냥 그런 뜻으로 받아들였다. 나중에 'stumble'도 대충 그런 뜻으로 생각했다. 틀린 건 아닌데 '발을 헛딛다'란 뜻으로 많이 쓰인다. 'stumble across'는 'come across'처럼 우연히 빗껴지나거나 만나는 것을 뜻한다. 메일을 쓴 소설가 친구가 뒤에 'overwhelme'란 '휩싸이다', '압도당하다'란 동사를 써서 그런지 'stumble across'도 사진들을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 사진들을 보면서 정작 짐 정리하는 일을 까먹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래서 나중에 따로 보더라도 우선 몇 장 스캔을 해서 이렇게 주인공들에게 보내주었던 것 같다. Bradley, it looks like you are loitering with intent!(브래들리, 자네는 마치 껀수 하나 잡으려고 어슬렁대는 것 같아.)

 위에 링크 건 글의 주인공인 내 친구 '공작선생'이 어정쩡하게 인사동 거리에 서있는 사진을 두고 위와 같이 말했다.'loiter wi intent'는 유명한 숙어다. 나쁜 짓 혹은 껀수 올리려 약간 눈치도 보며 어슬렁거리는 것을 말한다. 'loitering with intent'란 제목의 유명한 소설이 있기도 하다. 누가 소설가 아니랄까봐! 괜히 슬쩍 건드려 본 말에 사진에 나온 브래들리란 친구의 말은 이랬다. I'm not sure if I'm loitering...or just numb from sleep deprivation.(껀수 찾고 있던 건지.....잠을 못자서 붕 떠있었던 건지 모르겠네.) 우리 일행 중 가장 바빴던 친구가 브래들리였다. 마지막 발표 있기 전 며칠 내내 거의 잠을 자지 못했으니 그의 저 말이 나올만했다. 거의 잠을 자지 못한 것을 저렇게 'sleep deprivation'으로 표현하는 것은 처음 봤다. 'numb'은 여기서는 요즘 말인  '멍 때린다'로 바꾸는 게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세월의 흐름은 어쩔 수 없었는지 브래들리는 그 시절 이후 자신이 얼마나 변했는지 토로한다. 그러고 보니 브래들리를 본지 5년 이상이 지났다. 마지막 볼 때만 해도 저런 표현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는데, 확인을 해야겠다.
 I was shocked to see how thin and young I look.  Now I look like I ate that kid!(그 때 얼마나 날씬하고 팽팽했는지 놀랍군. 지금 나는 저 사진 속 애를 먹어치운 것 같은 몸매야.)
함께 보낸 아래 사진은 나도 처음 본 것이었다. 랜디와 사진속 약간 퉁퉁한 중국계 Frank Weoi(프랭크 웨이)와 랜디가 당시 서울 체류 중에 휴일을 맞아 우리 아파트에 왔었다. 브래들리는 인사동을 어슬렁거리느라 같이 못왔던 것 같고. 

사진 속의 서류백도 아니고 일수백도 아닌 것을 들고 어울리지 않는 모자를 쓰고 있는 내 모습에 이렇게 약간의 자학성 표현을 써서 보냈다.  Thank you for reminding me of 'that crazy summer in 1997'.It looks like I'm a paperboy posing with a supervisor as Brad is loitering with intent.(자네 덕분에 '그 미쳐 지낸 1997년 여름'을 생각했네.나는 보급소장과 포즈를 취한 신문배달소년 같아. 브래들리는 거리를 어슬렁거리는데 말야.) 프랭크도 가만 있지 않고 그 때를 추억하며 사진을 본 감회를 말했다. Seems like it was yesterday! (아, 정말 어제 일 같아.) 프랭크의 말에 대꾸를 해줬다. Yes! Your looks haven't changed at all. It really seems like taken yesterday.(맞아. 넌 하나도 안 변했어. 정말 어제 찍은 사진 같아.)  프랭크도 어떻게 보면 진지하게(?) 맞장구를 쳐주었다. Thanks, I appreciate that!
Well, I think we Asians look almost the same for a long period of time and then...poof!(그래, 고맙군. 내 보기에 말야, 우리 아시아 인종은 오랜동안 변하지 않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휙!)
'poof'는 만화에서 갑자기 사라지거나 할 때, 우리 말로 '휙'하고 큰 글씨로 나오는 것처럼 잘 쓰인다. 그런데 남자 동성애자를 거의 욕하듯이 부르는 걸로 쓰이기도 하니까 조심해서 사용해야 한다.
2005년에 프랭크가 거의 무작정 서울로 찾아와 일주일 놀다 간 적이 있었다. 그렇게 대책없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아무리 미국에서 계속 살았어도 같은 아시아 인종으로서 좀 다르게 대한 것이었나? 그 반갑고 고맙고 했지만 난처하기도 했던 프랭크의 무작정 서울 체류기 얘기도 한경칼럼에 실었었다. ( http://w.hankyung.com/board/view.php?id=_column_153_1&no=60 )
브래들리가 우리의 심정을 종합해서 정리해 주었다.
The pics brought back a swell of memories.  What a crazy time.  I wouldn't trade it for anything!(사진들을 보니 추억이 너울처럼 밀려오는군. 정말 미쳐있던 시간이었어. 그 어떤 것과도 그 여름을 바꾸지 않을 거야.)  Roger Kahn(로저 칸)이란 저널리스트가 브루클린 다저스 시절을 추억하며 쓴 <Boys of Summer>란 책을 푹 빠져서 읽었었다. 1997년의 'Boys of that summer'인 랜디도, 프랭크도, 나도, 우리 모두가 함께 미쳐 있던 그 여름을 그 무엇과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 이후 우리가 그 여름의 광기를 이어가며 만나 함께 했던 그 시간들까지도. 
2009년 10월부터 현대기아차그룹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노션월드와이드 마케팅본부장으로 재임하고 있음.
역사 및 사회의 제반 모습들을 브랜드적으로 해석하는 데 관심이 많고, 그에 관련한 저서 두 권이 있다. '모든 것은 브랜드로 통한다(사회평론,2002)', '브랜드 마인드(사회평론,2004)'. 학부에서는 중국사를 전공했고, 삼성전자 홍보실을 거쳐, 미국 뉴욕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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